토종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미스터피자. 한때 업계 1위를 달릴 만큼 잘 나가던 피자브랜드를 운영하는 MPK그룹이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실적이 바닥을 치는데다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으로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다시 고꾸라질 위기에 놓였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과의 마찰은 극에 달했고, 새 성장 돌파구로 삼았던 해외사업은 적자 부메랑이 되어 비수로 꽂혔다.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MPW 미국 법인 피소… '3단 의혹 콤보'


최근 정 회장을 가장 머리 아프게 하는 곳은 미스터피자의 미국법인인 미스터피자웨스턴(MPW). 이곳은 2005년 말 MPK그룹의 100% 자회사로 미국 LA에 설립된 뒤 줄곧 적자에 시달렸다. 조용히 손실만 키워가던 MPW가 때 아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미국에서 진행된 한건의 사기소송과 맞물리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스터피자 부에나파크점을 운영하는 재미교포 이선주씨는 지난 4월12일 MPK그룹과 MPW, 김동욱 법인 이사 등을 상대로 사기와 프랜차이즈 관련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MPW가 가맹 영업권을 보유한 회사인 줄 알고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에서 정식 가맹점 영업권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주장.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그는 MPW로부터 영업에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현재 영업을 거의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미스터피자 가맹 1호점을 내기 위해 투자한 비용은 약 120만달러, 한화로 13억8000만원에 달한다.

사기 소송이 이슈화가 되자 MPK 측은 계약당시 이씨에게 프랜차이즈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계약서에도 해당 계약은 상표사용 라이선스 계약이며 프랜차이즈 계약이 아니라는 점을 명기했다는 게 회사 측이 내놓은 입장이다.


하지만 MPK 측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 내용은 이 같은 주장과 달랐다. MPK는 지난해 공시한 3분기 사업보고서에 이어 지난 3월30일 공시한 4분기 사업보고서에도 “2015년 9월 미국시장에서의 첫 가맹점인 부에나파크점을 오픈해 피자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명기했다.

MPK 측은 사실상 MPW가 미국서 프랜차이즈 등록이 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도 국내 사업보고서엔 미국 현지에 첫 가맹점을 오픈했다는 허위 사실을 기재한 셈이다. 이뿐 아니다. MPK그룹은 지난해 9월14일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스터피자 가맹 1호점인 부에나파크점을 오픈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업계는 MPK 측의 이 같은 사업보고서 허위 발표와 MPK 주가 상관관계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MPK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9월14일 MPK그룹 주가는 전일 대비 100원 오른 347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 37만주가량이던 MPK 주식 거래량도 117만주로 두배 이상 뛰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코스닥 상장 이후 주식에 굉장히 민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자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해외사업에 진출하는 것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방편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사진=뉴스1 임경호 기자
/사진=뉴스1 임경호 기자

MPK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이재이 MPK그룹 홍보팀장은 “사업보고서 허위보고는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으로 진행된 부분을 잘못 기재한 홍보팀의 단순 실수”라며 “주가 띄우기 의혹으로 연결짓기 어렵다. 당시 화장품 회사를 인수했고 주가를 보면 그것으로 인한 상승 효과가 더 크다”고 해명했다.

수년째 적자인 미국 법인을 계속 영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중국도 10년 이상 적자를 보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며 “(새 먹거리에 대한) 투자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 ‘미국 국적’ 아들, 병역 기피 도피처로 이용됐나

재계는 또 다른 이유에서 미스터피자의 미국법인인 MPW를 주목한다. 바로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순민 부사장을 둘러싼 병역기피 의혹. 10대 때 미국으로 넘어간 그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의 여동생 정지혜씨 역시 미국 국적 소유자다.

정 부사장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친 뒤 MPW 법인장을 맡아왔다. MPW의 존재가 의심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대목. 그룹 오너의 자녀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게 이례적인 데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더라도 현지에서 태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시민권을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이 맡아온 법인장 타이틀과 MPW의 존재가 사실은 그룹사업의 투자목적보다는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안정된 기업이라고 해도 10년 동안 가맹사업도 하지 않고 적자만 보는 해외 법인을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다른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에선 ‘토종’브랜드를 자처하면서 자녀들은 모두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이 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정 부사장은 10대에 이민을 떠나 미국에 거주하다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안다”며 “(병역기피 의혹 관련) 거기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답변을 피했다.

최근까지 갑질, 불공정행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MPK그룹. 여기에 미국법인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정 회장의 앞날은 더욱 위태롭게 됐다. 업계는 내우외환에 쌓인 MPK그룹에 다시 한번 위기의 불씨가 지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