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왼쪽)와 LG전자의 ‘G플렉스2’. /사진=삼성·LG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왼쪽)와 LG전자의 ‘G플렉스2’. /사진=삼성·LG전자
한 때 기대를 모았던 커브드(휘어진) 스마트폰이 자취를 감췄다. 출시 당시 첫 커브드 스마트폰으로 주목 받았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는 31개월째, LG전자의 G플렉스는 지난해 초 두번째 시리즈 출시 이후 16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다. 양사는 후속작 출시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이는 지지부진한 ‘판매량’에 따른 ‘시장 참패’에 기인한다.

◆화려한 등장과 한껏 부푼 기대감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와 LG전자의 G플렉스 시리즈는 출시 당시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갤럭시 라운드는 최초의 커브드 스마트폰이자 가로로 휘어진 화면, G플렉스는 세로로 휘어진 화면으로 양사 제품 모두 이전까지 없던 디자인을 적용했다.


갤럭시 라운드는 좌우로 휘어진 디자인을 적용해 한손에 잡히는 그립감을 자랑했다. 반면 G플렉스 시리즈는 귀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얼굴 라인을 고려한 상하로 휘어진 디자인을 내세웠다.

커브드 스마트폰은 완전히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구현의 전 단계다. 이에 양사는 커브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높은 출고가를 책정해 미래 스마트폰 신시장 개척의 중요한 잣대로 삼을 계획이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라운드 출시로 세계 모바일시장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1세대 디스플레이인 흑백 LCD, 2세대인 컬러 TFT-LCD, 3세대인 아몰레드에 이어 4세대인 커브드 시대를 열었다는 자신감에 부풀었다.

LG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1월 열린 세계 소비가전 전시회(CES)에서 G플렉스2를 공개하며 세계시장 문을 두드렸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극찬하며 LG전자의 커브드 스마트폰 세계시장 공략에 힘을 실었다.


특히 양사는 커브드 스마트폰 출시 당시 한껏 제품을 치켜세우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첫 제품 이후 31개월, LG전자는 두번째 제품 이후 16개월째 후속작 출시가 없다.

◆양사는 언급 자제… 시장 반응은 “실패”


양사는 각 커브드 스마트폰의 시장 반응과 정확한 판매량 공개를 꺼릴 뿐만 아니라 후속작 출시에 대한 언급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를 아예 접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속작 출시 계획과 제품의 정확한 판매량은 밝힐 수 없다”며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도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후속작 출시 계획은 아직 언급할 수 없고 커브드 스마트폰 사업 자체를 접는다는 내용 역시 결정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LG전자의 커브드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각인시킨 것도 큰 의의가 있다”며 “판매량이 많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사업 실패로 규정짓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각 사의 입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참패’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시내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을 몇 군데 둘러봤지만 양사의 커브드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곳은 없었다. 재고가 있더라도 최신 스마트폰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각각 출시 31개월, 16개월이 지난 제품을 추천할 리도 만무하다.

서울시내 한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출시 당시 처음 보는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양사 제품을 합해 몇만대 정도 팔렸을 것”이라며 “워낙 예전 제품이라 지금은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 역시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출시 초반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였지만 반응이 썩 좋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각 사의 커브드 스마트폰이 실적에 끼친 영향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노트 시리즈가 전체 실적을 견인할 만큼 영향력이 커 커브드 스마트폰이 낄 자리가 없다. LG전자 역시 모바일사업이 몇 년째 부진을 이어오고 있어 G플렉스 효과를 체감할 겨를조차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 반응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초에 양사에서도 기존 주력 모델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대하지 않아 마케팅비를 줄이고 적은 양만 생산했는데 실제 판매량까지 적다보니 실적에 끼칠 위험요소 자체가 아예 적었던 것”이라며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면 벌써 후속 모델들이 출시됐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커브드’가 전부… ‘차별성 부재’가 실패 원인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양사 역시 커브드 스마트폰 출시를 꺼리고 내부적으로도 시장 반응을 ‘실패’로 간주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갤럭시 라운드의 경우 일각에서는 제품 출시 당시 SK텔레콤 전용으로만 출시됐던 점을 들어 단지 ‘실험용 제품’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갤럭시 라운드의 후속작이 31개월째 없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의 업계 1위 통신사기 때문에 한정 제품 출시로도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다.

오히려 2년 뒤 갤럭시S6를 출시하며 기존 커브드 스마트폰을 변형시킨 측면 엣지 디스플레이 적용 모델을 출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후부터는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엣지 화면을 적용한 별도 제품을 같이 출시했다.

LG전자의 G플렉스2도 세계시장인 CES에서의 디자인 호평이 국내 판매로 직결되진 못했다. 뛰어난 디자인 우수성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다양한 사용자경험(UX)들은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시키는데 실패했다.

LG전자는 G플렉스2가 성공했을 경우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를 상·하반기에 나눠 출시하는 것처럼 출시시기를 조율해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전년도 하반기에 출시돼 성공을 거둔 G3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바통을 힘없이 G4에 넘겼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학과 교수는 “일선 대리점에서 보인 반응이 정답이라 생각한다”며 “독특한 커브드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그 외 차별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예 접히는 스마트폰이라면 모를까 제품 전체에 곡선이 들어가 주머니에 휴대하기도 불편한 제품이었다”며 “사양도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슷해 소비자를 끌어당길 확실한 '한방'이 부족했던 것이 부진의 원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