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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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상품·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지만 앞으로 고객의 자산관리 강화에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의 '올포미(All for Me) 적금·카드패키지', IBK기업은행의 '빅데이터 플러스론'이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상품이다.


우리은행의 올포미 적금·카드패키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와 부가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기간이 2분의1 이상 경과한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납입유예 및 특별중도해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포미카드는 빅데이터로 개인별 소비성향을 분석해 주로 사용하는 업종별로 높은 할인혜택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싱글족이 주로 사용하는 7대 업종(편의점·홈쇼핑·온라인쇼핑·할인점·병의원·이동통신·대중교통)에 대해 매월 고객이 이용금액이 큰 순서대로 ▲1~2위는 10% ▲3~4위는 7% ▲5~7위는 5% 등의 청구할인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IBK기업은행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빅데이터의 텍스트 분석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영업점과 콜센터에서 상담한 내용과 금융거래내역 등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며 고객 불만관리와 기업정보 분석 등에도 활용한다.

기업은행의 빅데이터 플러스론은 해당 기업의 매출·매입액, 매출처, 공과금 납부내역 등을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분석해 인터넷뱅킹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기업은행 입출식 통장으로 1년 이상 거래하는 기업은 개인사업자의 경우 인터넷뱅킹으로 서류제출 없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사진=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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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용 걸음마 단계, 고객 자산관리 능력 높여야

나머지 은행들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하지만 고객의 소비행태를 파악해 고객 자산관리 능력을 높이는 것이 최종목표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빅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출범식을 가졌다. 빅데이터센터에선 기존 고객 분류, 마케팅 지원, 상품개발, 시스템 운영, 고객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흡수해 상품개발과 고객만족도 향상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이달부터 4개월가량 빅데이터시스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 맞춤상품을 권하는 등 주로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계획으로 최종 서비스 개발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빅데이터는 소비자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지 파악하는데 쓰지만 나아가 고객이 직접 관리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자산관리서비스와 고객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인력 확보·개인정보보호법 개정 필요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빅데이터 활용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빅데이터를 내·외부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해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단계에 올라야 이를 활용한 투자상품 안내, 포트폴리오 제시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은 "은행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전문인력을 투입해 데이터를 연계활용하고 전문인력 및 기술에 대한 투자와 경험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수적인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이름, 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주소, 직업, 통신사용, 거래패턴 등 인적사항을 알아볼 수 있는 비금융정보도 개인정보보호법의 대상에 속한다. 은행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선 고객에게 일일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빅데이터사업에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페이스북은 미국 데이터 중개업체인 액시엄·데이터로직스 등과 제휴해 오프라인 구매기록을 분석해 온라인광고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모델 개발회사 피코는 평가에서 대체정보라고 불리는 통신료, 전기료, 수도료, 임차료 등을 통해 신용도를 분석, 신용정보를 받지 않고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제3자 정보제공에 대한 정보유출 우려가 있어 보안에 대한 검토를 우선한 후 빅데이터 활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