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 미니멀라이프] 가성비로 ‘빼기 열풍’ 공략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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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물질 만능시대에 지친 사람들이 ‘삶의 다이어트’ 미니멀라이프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스트는 물질의 풍요로움을 버리고 필요한 것을 소유하면서 여유로운 공간과 시간을 즐긴다. <머니위크>는 현대인의 단조로운 삶의 방식, 미니멀라이프를 알아보고 ‘잘 버리는 기술’ 팁을 소개한다.
더 적게 가짐으로써 더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늘고 있다. ‘비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이들은 본인에게 가치가 있는 물품을 제외한 물건은 과감히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연스레 새로운 물건의 구입에 신중하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을 거쳐 국내에도 불기 시작한 미니멀라이프 바람은 기업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일부 발빠른 기업들은 미니멀리스트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치소비자’ 겨냥 제품 등장
미니멀리스트의 지향점은 ‘간결할수록 풍요롭다’로 요약된다.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겨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삶의 전반에 걸쳐 미니멀리즘 방식을 적용한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개인별 ‘특별한 소비 취향’을 바탕으로 ‘가치소비’를 지향하며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미니멀리스트는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고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물건 구입 시 가성비를 꼼꼼히 따진다. 가급적 많은 물건을 팔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기업으로선 미니멀리스트의 등장이 달갑지 않지만 벌써부터 이들의 지향점을 공략하는 발빠른 기업도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캠핑용품 매출이 2013년 90% 신장을 정점으로 이듬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백패킹(Backpacking)과 미니멀캠핑 관련 용품의 매출은 300% 이상 증가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혼자 떠나는 힐링캠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 추세에 발맞춰 이마트는 알파인 텐트(휴대가 편리한 등산용)의 종류를 확대하고 초소형 가스버너와 소형코펠 등 백패커와 미니멀캠핑 유저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1인 캠핑이 중장년층 남성 사이에서 힐링 방법으로 인기를 끌면서 경량화와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춘 1인 캠핑상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맞춤형 캠핑용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도 1인용 캠핑장비 매출 증가세에 발맞춰 다양한 관련 상품을 기획·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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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브랜드 제품. /사진=뉴스1 DB |
이마트 비밀연구소에서 만든 노브랜드 제품도 미니멀리스트의 눈길을 끈다. 품질만 남기고 뺄 수 있는 것은 다 빼자는 모토로 브랜드, 불필요한 기능, 디자인 포장 등을 없앤 대신 가격을 대폭 낮춘 것. 노브랜드 제품은 우수한 가성비가 강점이다. 현재 생필품 전반에 걸쳐 293개 노브랜드 제품이 출시된 가운데 가격은 기존 제품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미니멀리스트의 선호도가 높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유다원씨(34·여)는 “꼭 필요한 제품은 가성비를 따져 구입한다”며 “노브랜드 제품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탓에 충동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마트 방문 전 필요한 상품을 미리 메모한 뒤 구매한다”고 말했다.
특정제품 중에선 물건 정리에 도움을 주는 수납용품의 인기가 높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달(4월11일~5월8일)간 수납장·선반품목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생활 전반에 미니멀라이프 트렌드가 확산됐다”며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요즘은 정리·정돈을 위한 수납용품 구매가 늘어나는 때”라고 전했다.
2014년 국내에 상륙한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도 저렴한 가격과 미니멀한 디자인을 앞세워 미니멀리스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2월 한국진출 1년 만에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한 이케아는 내년 하반기 2호점(고양시)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국내에 5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해 현재의 열풍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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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 준비. /사진제공=현대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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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렌터카 장기렌탈 차량. /사진= 뉴스1 DB |
◆미니멀리즘이 낳은 신풍속도
최근 결혼식 트렌드가 ‘화려함’에서 ‘실용적’으로 변하면서 작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는 ‘스몰웨딩족’이 늘어난 것도 미니멀라이프의 한 흐름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무역센터점에 스몰·셀프웨딩 관련 임시매장을 꾸리며 포마이시스(드레스), 슈즈드블랑(슈즈) 등 실용적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예비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랜드 여성 캐주얼브랜드 로엠도 스몰웨딩족을 위한 10만원 안팎의 드레스를 출시했으며 H&M은 최근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저렴한 웨딩드레스를 선보였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대신 본인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요즘 결혼트렌드”라고 말했다.
미니멀리스트는 자동차를 ‘보유’가 아닌 ‘사용’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롯데렌터카는 세금·보험·이용료 등을 포함해 월 30만~40만원에 다양한 신차를 선택, 이용할 수 있는 신차 장기렌터카서비스를 다음달까지 진행한다. 별다른 초기 투자비용 없이 최소 1년에서 최장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계약종료 후 자신이 타던 차량을 인수할 수도 있다.
롯데렌터카 측은 “지난달 새롭게 시작한 ‘신차장’ 광고 캠페인 이후 신차 장기렌터카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지향하는 고객에게 신차 장기렌터카가 현명한 대안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니멀리스트 중에는 자발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선택한 이들도 있지만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장기불황,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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