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업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금융회사가 재량을 가지고 운용’하는 형태의 업무로 은행에서는 제공하지 않았던 서비스다. 하지만 지난 2월 ISA에 한해 은행이 일임업을 영위하도록 허용됐고 주요 시중은행이 속속 일임형 ISA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은행이 처음 시도하는 일임형 서비스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가 재량껏 운용하기 때문에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임형 ISA는 여러 보완장치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 만큼 기존의 일임형 서비스와 비교해 더욱 효과적인 투자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투자 고민을 덜어주는 일임형 서비스

일임형 ISA는 세금혜택과 가입자격 등 기본적인 특징이 기존의 신탁형 ISA와 동일하다. 직전년도 기준으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개인만 가입할 수 있고 신입사원이나 신규사업자도 근거서류를 준비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1년에 2000만원까지 납입(5년간 1억원)할 수 있으며 계약기간인 5년 동안 발생한 성과에 대해 과세소득끼리 손익을 통산해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초과분은 9.9%를 분리과세하는 혜택을 준다. 조건을 충족하면 의무가입기간이 줄어들거나 세금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청년형·서민형으로 가입할 수 있다. 예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상품을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연금, 재형저축 등 기존의 절세상품과 다른 것은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원래 납부해야 하던 세금만 징수한 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신탁형 ISA는 투자하는 상품의 종류와 비중을 고객이 직접 결정해야 하는 반면 일임형 ISA는 자산을 일임받은 금융회사가 투자를 재량으로 결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투자자들이 투자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투자상품의 선택이지만 일반 투자자에게 시장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각 금융기관에서 판매하는 주요 펀드만 해도 수백가지의 선택지가 존재하는데 ISA는 펀드뿐만 아니라 파생결합증권,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금융상품을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라면 전문가가 알아서 투자해주는 일임형서비스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자산의 재배분 및 상품교체를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자산관리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


일임운용은 금융사가 별다른 제약 없이 재량적으로 운용하는 만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그 성과가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단점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전부터 일임형 서비스를 제공해온 증권사의 경우 일임형상품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큰 손실을 기록한 사례도 많다.


[고수칼럼] 일임형 ISA, 투자의 '끝판왕'

◆모델포트폴리오, 안전장치 역할 확대

일임형 ISA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모델포트폴리오는 간단하게 말해 ‘본보기가 되는 자산배분안’이다. 같은 특성을 가진 상품을 묶어 자산군이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주식, 채권, 대안자산 등이 각각 하나의 자산군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델포트폴리오는 이 자산군들을 시장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비중으로 분산해놓은 형태다.

일임형 ISA에 가입하려는 고객은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모델포트폴리오를 선택하고 금융회사는 고객이 선택한 모델포트폴리오의 범위 안에서 재량적으로 운용한다. 예컨대 위험중립형 고객이 선택한 중위험 수준의 모델포트폴리오가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50%로 제한했다면 금융회사는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싶어도 해당 고객의 계좌 내에서 주식형 자산을 50% 이상 담을 수 없다. 금융회사의 선택에 따라 주식과 같은 고위험자산을 100%까지 담을 수 있던 기존의 일임형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아울러 제시한 모델포트폴리오는 의무적으로 분기당 1회 이상 시장상황에 맞춰 자산비중의 조정을 검토하도록 규정해 시장의 변화에도 적절하게 대응한다. 일임형 서비스는 계좌별로 운용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요구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가입자의 자산이 동일하게 투자되는 펀드와는 다르다.

또 일임형 ISA는 고객의 운용지시권이 강하게 보장돼 모델포트폴리오를 따라 운용하던 도중 고객이 원하는 대로 자산의 비중이나 상품의 종류를 변경할 수 있다. 단, 모델포트폴리오가 제한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초과하면 안된다. 일임형 ISA에 가입한 고객이 위험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든든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임형 ISA 선택 요령

ISA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1인 1계좌만 개설이 가능하다. ISA계좌가 시판된 기간이 짧아 성과로 순위를 매기는 게 의미가 없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일임형 ISA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금융회사마다 내세우는 운용전략을 비교해본 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일임형 ISA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개별상품의 선택보다 자산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ETF를 주로 활용하는 일임형 ISA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개별상품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편차없이 자산비중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투자수단이다. 반대로 개별상품의 선택이 중요한 투자자는
[고수칼럼] 일임형 ISA, 투자의 '끝판왕'
다양한 상품을 편입하는 전략의 일임형 ISA에 가입하면 된다.

이밖에 자산배분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도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최근 전문가의 주관적인 시각이 아닌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배분안을 제시하는 곳도 있어 관심 가질 만하다. 마지막으로 수수료 및 비용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비용이 꾸준히 쌓이면 만기가 되는 5년 후 실제 거두는 수익률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