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불황을 모르던 국내 조선업계. 언제 그랬냐는 듯 요샌 우울한 소식뿐이다. 빅3로 불리는 국내 대표 조선 3사는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회생이 불가능하고 조선소 주변은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잔뜩 웅크린 상태다. 당장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이지만 어떤 점에 강점이 있는지 살피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핵심기술과 ‘미래 먹거리’를 살펴봤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18,270TEU 컨테이너선.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18,270TEU 컨테이너선.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조선 3사의 차별화 요소는

조선 3사는 같은 듯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다양한 사업을 하는 ‘종합중공업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그린에너지, 건설장비사업에 진출하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조선·해양 사업분야 비중은 40%다.

삼성중공업은 친환경기술을 꼽았다. 연료소모량을 줄이는 최적선형설계기술, LNG추진선, 에너지절감장치(ESD) 등의 기술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기술을 바다 위처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삼성중공업 대덕연구단지의 예인수조는 길이가 400m로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1989년부터 LNG선 기술개발을 시작했고, 이후 이달 현재 148척을 수주해 97척을 인도했다.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양이다. 또 세계 최초의 LNG쇄빙선, 천연가스 추진 LNG선 등 차세대 선박 제조 노하우도 쌓았다.

◆선박도 ‘환경규제’ 대응해야… 에코십이 살길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는 강화된 환경규제 '티어3(III)'를 발효하며 이산화탄소(CO2),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를 지키지 못할 경우 입항을 금지시켰다.


저유가 상황에서도 선주들은 여전히 연료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선박이 1년간 사용하는 평균 유류비는 선박 가격의 20~30%에 달한다. 가령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간 사용 유류비용이 400억원이면 이중 5%만 절감해도 1척당 20억원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 유류비 변동 없이 20년을 운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4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경쟁사의 같은 크기 배보다 얼마나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선주들의 지갑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 ‘에코십(eco-ship) 기술력’이 조선업체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국내 조선 3사는 이에 대응하는 방법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현대중공업은 엔진의 출력을 높여 출력당 중량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최근 개발한 현대중공업의 힘센 클린엔진은 기존 모델보다 출력당 중량을 4% 줄였다.


현대중공업이 2000년에 직접 개발한 ‘힘센(HiMSEN)엔진’은 2011년부터 세계 중형엔진시장에서 1위며 지난해 8월엔 출력을 20% 높인 ‘클린 힘센엔진’을 내놨다. 또 지난해 7월 미국 GE와 손잡고 가스터빈과 폐열 회수보일러(COGES)를 적용한 LNG운반선을 개발, 영국 로이드선급(LR)의 승인을 받았다. 기존 엔진보다 가벼운 가스터빈으로 연료효율을 높였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직접 개발해 적용한 ESD(에너지절감장치)를 통해 연료효율과 승차감 증대를 꾀했다. 대표적 ESD인 '세이버 핀'(SAVER-Fin)은 배 바깥쪽 판에 붙이는 구조물이다.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해 선박운행에 소요되는 연료를 줄여주는 대표적인 장치다. 삼성중공업 자체 실험결과 이 장치를 장착한 선박에서는 최대 5%가량 연비개선 효과를 보였고, 선체진동도 약 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천연가스 추진 선박('ME-GI LNG선)이 친환경기술의 결정체다. ME-GI(가스 분사식)엔진은 만디젤이, 천연가스를 연료화시키는 고압 연료공급시스템은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해 2013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선박에 적용되며 일반적으로 쓰는 전기추진 방식인 DFDE(Dual Fuel Diesel Electric) 엔진과 비교해 효율이 20% 이상 높다는 게 회사의 설명.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바다의 LNG공장’ FLNG.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바다의 LNG공장’ FLNG.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미래 먹거리는?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십'과 '에코십'을 주력분야로 삼았다. 스마트십은 운항 데이터, 기상·해류 정보를 바탕으로 선박의 친환경성, 안전성, 운항 경제성을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총 224척의 스마트십을 수주, 이 중 125척을 인도했다. 또 액센츄어사와 함께 '커넥티드 스마트십(Connected Smart ship)시스템'을 공동개발 중이다. 화물 운송상의 제반 정보들을 선주사에게 제공할 수 있어 회사는 새로운 서비스시장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압용 질소산화물 저감장치(HP SCR)로 질소산화물(NOx)을 최대 99%까지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FLNG 해양플랜트사업에 시선을 두고 있다. FLNG는 바다 위에서 천연가스를 뽑아낸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기존엔 뽑아낸 천연가스를 파이프 라인으로 육상으로 보내 이를 액화해 저장한 다음 LNG선으로 수요처까지 운송해야 해서 번거로움이 컸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FLNG를 이용해 해저 가스전을 개발할 경우 평균 2조원에 달하는 육상 액화·저장설비건설이 필요 없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도 필요가 없으니 해저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 로열더치셸을 비롯한 정유사들이 호주와 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FLNG를 이용한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업 집중을 통한 제품경쟁력 및 시장지배력 강화’에 집중하는 중이다. 핵심 사업영역인 상선, 해양플랜트, 특수선(군함)분야에서의 연구개발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 GE사와 FPSO, FLNG 등 해양 생산설비 신제품 개발을 위해 맺은 협력 강화 양해각서, 미국 록히드 마틴과 맺은 군함 부분 글로벌 함정사업 동반진출과 신형 함정 공동개발을 위해 맺은 파트너십이 성과로 꼽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