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하] 주가 운명 가를 '검의 칼춤'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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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창사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횡령·배임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경영권 분쟁으로 ‘유통제국’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머니위크>는 롯데의 운명을 가를 검찰 수사 주요 쟁점과 판도라의 상자를 열 키맨들을 집중 조명했다.
검찰의 칼이 롯데그룹 주가를 베었다. 검찰의 수사망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면서 롯데 계열사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 9개의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후 일제히 급락세를 연출했다.
◆ 호텔롯데 상장 철회 ‘악재’
검찰이 롯데그룹의 수사를 시작한 지난 10일 국내증시에 상장된 롯데그룹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이 1.55% 하락했고 롯데푸드가 3.01% 떨어졌다. 시총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롯데케미칼은 이날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고 롯데정밀화학은 오히려 1.7%가량 상승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롯데그룹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13일 호텔롯데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28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심사 유효기간인 6개월 이내, 즉 오는 7월28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기 전부터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고 롯데면세점 입점 관련 로비사건이 터지면서 삐걱거리던 찰나 그룹 전반으로 검찰수사가 확대되자 상장을 접은 것이다. 만약 이번 수사에서 호텔롯데의 배임이나 분식회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거래소 규정상 앞으로 3년간 상장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호텔롯데) 상장 부분에 대해서는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거래소는 올해 안에는 절대 상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된 후 롯데그룹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추락했다. 지난 13일 롯데 계열 상장사 9개 모두 1~10%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중 7개 종목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하루만 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가(家) 형제의 난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롯데그룹주 주가의 버팀목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경영이 합리적으로 개선돼 롯데그룹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코리아세븐·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들의 지분을 가진 롯데 상장사들의 지분 가치가 재평가될 기회였던 셈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회사 상장, 관계기업의 지분매입 및 합병 등이 기대됐다”며 “그러나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집중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 불안감 지속… 계열사 ‘차별화’
하지만 검찰수사와 호텔롯데 상장 철회라는 악재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3거래일간 하락세를 보였던 롯데그룹주는 지난 15일 일제히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롯데쇼핑은 전날보다 2500원(1.20%) 오른 21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제과(0.26%), 롯데칠성(0.95%), 롯데케미칼(1.96%), 롯데하이마트(0.52%), 롯데정밀화학(1.09%), 롯데관광개발(1.25%), 롯데푸드(1.82%), 롯데손해보험(0.57%) 등도 동반 상승했다. 며칠간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터라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롯데그룹의 악재가 이미 주가에 일정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각 기업별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지난 16일 기준 롯데쇼핑은 약세를 보인 반면 롯데케미칼은 4%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른 그룹주도 등락이 엇갈린 모양새다.
롯데쇼핑은 지난 1분기 백화점과 할인점의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분 53%를 보유한 주요 자회사 롯데홈쇼핑이 지난달 28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징계 처분을 받으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홈쇼핑의 프라임타임은 오전·오후 8~11시로 하루 6시간이지만 홈쇼핑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간대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홈쇼핑 사업 인허가 연장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과 중국 홈쇼핑 ‘럭키파이’에 대한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졌다”며 “이에 따른 홈쇼핑 영업정지는 롯데쇼핑의 연결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의 불투명한 전망에 증권사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IB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3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췄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은 4970억원 수준으로 지난 분기보다 5%가량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에틸렌 생산량 확대도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4일 미국 엑시올사와 합작으로 에틸렌글리콜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에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292만톤에서 382만톤으로 30%가량 확대될 예정이다.
백영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축소 영향이 커지며 제품의 수익성이 상승하고 삼성SDI화학사업 인수합병(M&A) 효과가 이익규모를 더욱 확대시킨다”며 “이에 반해 주가는 이익성장대비 현저한 저평가 국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지만 몇몇 종목은 침체된 분위기를 며칠 만에 벗어던졌다. 주가가 검찰 수사 전으로 돌아간 종목도 있다. 전문가들은 영업적 측면에서 큰 훼손이 없으면서 이익 개선이 전망되는 종목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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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진희 기자 |
◆ 호텔롯데 상장 철회 ‘악재’
검찰이 롯데그룹의 수사를 시작한 지난 10일 국내증시에 상장된 롯데그룹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이 1.55% 하락했고 롯데푸드가 3.01% 떨어졌다. 시총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롯데케미칼은 이날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고 롯데정밀화학은 오히려 1.7%가량 상승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롯데그룹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13일 호텔롯데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28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심사 유효기간인 6개월 이내, 즉 오는 7월28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기 전부터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고 롯데면세점 입점 관련 로비사건이 터지면서 삐걱거리던 찰나 그룹 전반으로 검찰수사가 확대되자 상장을 접은 것이다. 만약 이번 수사에서 호텔롯데의 배임이나 분식회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거래소 규정상 앞으로 3년간 상장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호텔롯데) 상장 부분에 대해서는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거래소는 올해 안에는 절대 상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된 후 롯데그룹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추락했다. 지난 13일 롯데 계열 상장사 9개 모두 1~10%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중 7개 종목은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하루만 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가(家) 형제의 난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롯데그룹주 주가의 버팀목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경영이 합리적으로 개선돼 롯데그룹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코리아세븐·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들의 지분을 가진 롯데 상장사들의 지분 가치가 재평가될 기회였던 셈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회사 상장, 관계기업의 지분매입 및 합병 등이 기대됐다”며 “그러나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집중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 불안감 지속… 계열사 ‘차별화’
하지만 검찰수사와 호텔롯데 상장 철회라는 악재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3거래일간 하락세를 보였던 롯데그룹주는 지난 15일 일제히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롯데쇼핑은 전날보다 2500원(1.20%) 오른 21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제과(0.26%), 롯데칠성(0.95%), 롯데케미칼(1.96%), 롯데하이마트(0.52%), 롯데정밀화학(1.09%), 롯데관광개발(1.25%), 롯데푸드(1.82%), 롯데손해보험(0.57%) 등도 동반 상승했다. 며칠간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터라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롯데그룹의 악재가 이미 주가에 일정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각 기업별로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지난 16일 기준 롯데쇼핑은 약세를 보인 반면 롯데케미칼은 4%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른 그룹주도 등락이 엇갈린 모양새다.
롯데쇼핑은 지난 1분기 백화점과 할인점의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분 53%를 보유한 주요 자회사 롯데홈쇼핑이 지난달 28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징계 처분을 받으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홈쇼핑의 프라임타임은 오전·오후 8~11시로 하루 6시간이지만 홈쇼핑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시간대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홈쇼핑 사업 인허가 연장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과 중국 홈쇼핑 ‘럭키파이’에 대한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졌다”며 “이에 따른 홈쇼핑 영업정지는 롯데쇼핑의 연결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의 불투명한 전망에 증권사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IB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3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췄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은 4970억원 수준으로 지난 분기보다 5%가량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에틸렌 생산량 확대도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4일 미국 엑시올사와 합작으로 에틸렌글리콜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에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292만톤에서 382만톤으로 30%가량 확대될 예정이다.
백영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축소 영향이 커지며 제품의 수익성이 상승하고 삼성SDI화학사업 인수합병(M&A) 효과가 이익규모를 더욱 확대시킨다”며 “이에 반해 주가는 이익성장대비 현저한 저평가 국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그룹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점이 검찰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주가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신용등급이 떨어져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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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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