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하기] ‘비자금 통로’ 건설사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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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의 비자금 수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설사들. 최근 재계 5위 롯데에 대한 검찰수사 도중 롯데건설과 롯데물산이 비자금의 근원지로 지목돼 다시 한번 건설업계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다.
오래전부터 건설사들은 비자금의 통로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봐도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이 비자금 의혹 관련 수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건설사가 기술력을 키우고 해외 판로를 넓히는 과정인 만큼 이런 구조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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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DB |
◆ 구조적 문제 없애려면 디벨로퍼로 혁신
국내 메이저급 건설사들은 대부분 재벌그룹에 소속돼 모기업의 비호를 받는다. 시공능력 상위 10위권의 건설사 중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등 절반 이상이 대기업 소속이다.
문제는 과거 건설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대기업에 의해 전문성 없는 건설사가 무분별하게 세워지고 경쟁력이 없어도 도태되지 않는 시장구조가 유지된 데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의 메이저 건설사들은 순수 하도급회사로 시작해 한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우리 건설사는 온갖 로비를 통해 공사를 수주한 뒤 하도급업체에 다단계로 시공을 맡기는 브로커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99.4%가 하도급에 의한 분업을 시행한다. 원청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비율이 0.6%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의 경우 원청업체가 직접 시공해야 하는 비율이 최소 30%다. 더구나 건설산업기본법은 2단계까지만 하도급을 허용하지만 3단계 이상의 불법하도급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사현장에서는 대형건설사와 하도급업체 사이의 갑을관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학회장은 “원청이 하청에, 하청이 재하청에 다단계 시공을 맡기며 인건비와 자재비를 횡령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디벨로퍼(Developer) 육성이다. 디벨로퍼는 사업성 검토부터 토지 매입, 개발·설계, 시공, 분양까지 아우르는 건축전문업자다.
정부는 디벨로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초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하반기 중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디벨로퍼 등록제도를 운영하는데 실제 성과는 미진하다. 일정 규모를 갖춘 디벨로퍼는 정부나 지자체에 실적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신고하도록 하고 일반에 공개하지만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지난해 실태점검이 이뤄졌다. 실제 등록된 건설사는 대부분 영세한 규모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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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은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DB |
◆ 분식회계 감시·처벌 강화해야
최근 경제개혁연구소는 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건설의 분식회계 징후가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전체 상장기업 중 영업현금흐름의 추정치와 실제의 괴리비율이 200%를 넘고 금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을 지목했다. 회계기법상 이 차이가 단기간 벌어지는 것은 가능하나 ‘0’에 수렴해야 하는데 장기간 유지되는 곳은 분식회계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2006~2015년) 동안 여기에 속하는 상장기업은 포스코대우,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이다. 이 중 대우건설은 실제 분식회계가 적발됐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건설업종의 특성상 공사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다는 점은 분식회계나 비자금의 위험성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이라며 “비용을 검증하는 과정뿐 아니라 미청구공사 내역을 공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대표는 “대규모 공사의 경우 짧아도 2~3년이 소요되고 이 기간 내내 자금이 계속 투입되는데 재무제표상 수익을 미리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준공 후 수익을 과대계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이 약한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대우건설은 3800억원대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로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으나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성원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최근 퇴임간담회에서 “분식회계의 우선 책임은 기업에 있는 만큼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전 회장은 “미국에서는 기업의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면 책임자가 수십년의 징역형을 받는데 한국은 처벌이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분식회계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진에게 해임권고나 검찰고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면서 분식회계 혐의가 확정된 기업의 경영진에게 2년 동안 상장기업에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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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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