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DB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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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엎어졌던 KDB생명 매각 작업이 다시 재개됐다. 새 주인 찾기에 돌입한 KDB생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당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적 악화∙준비금 시한폭탄… M&A시장 외면 가능성

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앞서 지난 5월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KDB생명 매각 안건을 의결하고 지난달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배포했다. 매각주관사로 CS를 선정한 만큼 조만간 잠재적 인수자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 본입찰이 진행된다.


매각대상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가 각각 보유중인 지분 60.35%와 24.7%을 더한 85.05%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원 규모의 KDB칸서스밸류펀드를 조성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2014년 KDB생명 매각을 위해 4월과 9월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잇따라 매각 본입찰이 유찰됐다.

시장의 관심은 올 하반기에 새 주인 찾기에 재돌입하는 KDB생명이 시장에서 얼마만큼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느냐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실적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어 제값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670억원) 대비 46.6%(213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순이익(276억원)도 전년(653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특히 보험사의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25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RBC는 156.1%로 3개월 새 22.4%포인트 급락했다.


현재 생명보험시장 자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9.7%에 달하는 등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으로 보험사의 자산운용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KDB생명이 과거 공격적으로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은 현재 골칫거리다. 지난 2014년 KDB생명은 최저보증이율 3.65%에 달하는 '알뜰양로저축보험'을 팔아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당시의 높은 최저보증이율 상품은 과거 5%이상 확정금리상품처럼 역마진 부담을 야기했다. 더군다나 IFRS4 2단계 도입으로 보험사가 부채를 시가평가하면 자본금을 더 쌓아야 해 KDB생명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살보험금도 발목을 잡는다. KDB생명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는 84억원(133건)이다.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금액은 74억원(116건)이다. 매각 관련 선제적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ING생명과 달리 KDB생명은 지급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선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PEF)가 지급을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또 앞서 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이 35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리면서 보험사 M&A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초 중국 안방보험이 제시했을 것으로 예상된 금액(2000억~3000억원)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이후 생보업 투자 가치가 뚝 떨어진 분위기다. 게다가 알짜매물로 꼽히는 ING생명이 M&A시장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는 것도 KDB생명 입장에겐 악재다.


◆매각가 얼마? 반값 땡처리설 나돌아

KDB생명 인수후보군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인수 잠재 후보로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사를 꼽기도 하지만 모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자본이 아닌 중국자본에서 인수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과연 국내 금융사 중 KDB생명을 인수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나마 KDB생명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은 중국자본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KDB생명 매각가는 얼마로 책정될까. 산업은행이 기대하는 KDB생명 매각가는 최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부터 유상증자까지 모두 합쳐 85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당시 매각가 8500억원을 제시한 후보자는 단 한곳도 없었다.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지난 2010년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하면서 약 8500억원을 투자원금으로 넣었다. KDB생명 장부가격도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최근에는 KDB생명의 장부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예상 매각가(3000억)가 거론되기도 했다.

산업은행 측은 반값설을 전면 부인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최소 입찰가격을 결정하는 등의 절차에 전혀 착수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상 매각가격을 3000억원에 책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KDB생명은 출자자 구성이 복잡해 매각가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태다. KDB생명은 산업은행뿐 아니라 국민연금, 칸서스자산운용, 코리안리, 금호아시아나 등으로 출자자가 구성된 'KDB-칸서스밸류 PEF'가 지분 85%를 보유 중이다. 만약 KDB생명을 투자원금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 경우 책임의 화살은 산은에 쏟아진다. 만약 매각에 실패하면 이번에도 펀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기존 펀드를 해산하고 주주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

따라서 산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펀드 만기가 다가와 매각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8월 말~9월 초 본입찰에 대한 매각공고를 내고 11월쯤 최종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만든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5%)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0%)를 통해 KDB생명 지분 85.05%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 지분 58.59%를 소유하고 있다. 이 펀드의 만기는 내년 2월이다. 펀드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다면 만기 전에 매각을 끝내야 한다.

IB업계에서는 올해 M&A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그 어느 해보다 넘쳐나면서 인수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매각자가 제값 받기에 연연하면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ING생명 등 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면서 헐값 매각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곳도 그동안 국내 생보사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인 몇몇 중국계 금융사로 한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