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미디어의 꿈' 잠시 접어두나
CEO In & Out /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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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의 시름이 깊어졌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7일간의 장기 심사 끝에 지난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이는 방송통신분야의 전례없는 인수합병 불허 방침으로, 업계의 후폭풍이 상당하다. CJ헬로비전 임시주총에서 합병 승인 당시 "방송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한 김 대표의 꿈마저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불허’의 심사보고서
지난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로부터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았다. 보고서는 양사가 합병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돼 경쟁제한성을 가진다며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게 골자다.
7개월 만에 나온 공정위의 결정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인수합병 당사자인 CJ헬로비전 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정위의 ‘늑장심사’로 조직과 임직원들을 두번 위기에 빠트렸다는 것. 장기화된 심사로 영업활동 위축과 투자홀딩, 사업다변화 기회를 상실했고 그로 인해 영업이익과 미래성장성이 모두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CJ헬로비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이 2786억원으로 4.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6.6% 줄었다. 방송사업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8013원으로 전분기보다 286원 감소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지면서 회사는 영업활동이 올스톱됐다”며 “지난 7개월간 경영적 판단을 하지 못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었고 적극적인 설비투자도 진행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장 환경은 수시로 변하는데 CJ헬로비전은 소극적인 영업활동으로 뒤처졌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불허 통보는 최종 결정이 아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의견개진과 공정위 전원회의가 지나면 미래부의 최종결정과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정위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기 꺾인 CJ헬로비전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 출범이라는 원대한 꿈이 좌초될 위기에 놓인 CJ헬로비전은 내외부적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다는 입장이다. 외부로는 전원회의 전까지 공정위에 시장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판단이 나올 수 있도록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내부 분위기 정비에는 김 대표가 나섰다. 공정위의 불허 통보가 있던 날 그는 사내 게시판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았다”면서 “앞으로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의견을 받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김 대표는 “회사는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이니 직원 여러분은 동요하지 말고 맡은 바 업무에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J헬로비전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이 결정된 뒤 처음으로 사내 게시판 ‘CEO의 메시지’에 글을 올렸다. 침통한 분위기 속 직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을 둘러싼 무수한 잡음 속에서도 김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을 미래방송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활로로 판단했다.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베트남 유료방송사업자와 ‘클라우드 방송’ 기술 수출이 포함된 5년간의 종합기술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자리에서도 그는 “이번 기술 계약이 앞으로 통합법인의 글로벌 미디어 전략을 뒷받침하는 좋은 토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통합법인 출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퇴로 막힌 ‘저성장의 늪’
원론적으로 살펴볼 때 김 대표가 인수합병에 공을 들인 이유는 케이블TV시장의 침체에 기인한다. 지난 2007년 CJ헬로비전에 합류한 김 대표는 방송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방송 영업에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았고 2013년 신임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IPTV의 세력확장으로 케이블TV는 저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블TV사업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2조2590억원을 기록했다. IPTV사업자가 28.3% 증가한 1조9088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수신료 매출 1위 자리도 IPTV에 내주는 굴욕을 겪었다.
이는 케이블TV 가입자 수의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10년 1507만명이던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15년 1380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2010년 366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던 IPTV는 지난해 1099만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케이블TV사업자 1위인 CJ헬로비전도 마찬가지. 김 대표의 대표이사 임명 직후인 2013년 11월 400만명이던 가입자수는 2014년 420만명까지 늘었지만 2016년 3월 414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방송 영업통’으로 불리는 김 대표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케이블TV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침체기를 겪고 있는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불허 통보로 그야말로 ‘멘붕’인 상황”이라며 “CJ헬로비전은 전원회의 전 읍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CJ헬로비전은 그동안 저조한 실적과 줄어드는 매출 속에서 자생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역부족이었다”며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불허되면 SK브로드밴드와 다시 경쟁하게 된다. 기업가치도 떨어졌고 경쟁자에게 영업비밀이 낱낱이 공개돼 결국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퇴로가 막힌 김 대표와 CJ헬로비전이 공정위에 어떤 '읍소'를 할지 업계의 시선이 CJ헬로비전을 향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불허’의 심사보고서
지난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로부터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았다. 보고서는 양사가 합병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게 돼 경쟁제한성을 가진다며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게 골자다.
7개월 만에 나온 공정위의 결정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인수합병 당사자인 CJ헬로비전 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정위의 ‘늑장심사’로 조직과 임직원들을 두번 위기에 빠트렸다는 것. 장기화된 심사로 영업활동 위축과 투자홀딩, 사업다변화 기회를 상실했고 그로 인해 영업이익과 미래성장성이 모두 하락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CJ헬로비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이 2786억원으로 4.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6.6% 줄었다. 방송사업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8013원으로 전분기보다 286원 감소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지면서 회사는 영업활동이 올스톱됐다”며 “지난 7개월간 경영적 판단을 하지 못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었고 적극적인 설비투자도 진행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장 환경은 수시로 변하는데 CJ헬로비전은 소극적인 영업활동으로 뒤처졌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불허 통보는 최종 결정이 아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의견개진과 공정위 전원회의가 지나면 미래부의 최종결정과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정위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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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기 꺾인 CJ헬로비전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 출범이라는 원대한 꿈이 좌초될 위기에 놓인 CJ헬로비전은 내외부적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다는 입장이다. 외부로는 전원회의 전까지 공정위에 시장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판단이 나올 수 있도록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내부 분위기 정비에는 김 대표가 나섰다. 공정위의 불허 통보가 있던 날 그는 사내 게시판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았다”면서 “앞으로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의견을 받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김 대표는 “회사는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이니 직원 여러분은 동요하지 말고 맡은 바 업무에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J헬로비전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이 결정된 뒤 처음으로 사내 게시판 ‘CEO의 메시지’에 글을 올렸다. 침통한 분위기 속 직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을 둘러싼 무수한 잡음 속에서도 김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을 미래방송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활로로 판단했다.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베트남 유료방송사업자와 ‘클라우드 방송’ 기술 수출이 포함된 5년간의 종합기술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자리에서도 그는 “이번 기술 계약이 앞으로 통합법인의 글로벌 미디어 전략을 뒷받침하는 좋은 토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통합법인 출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퇴로 막힌 ‘저성장의 늪’
원론적으로 살펴볼 때 김 대표가 인수합병에 공을 들인 이유는 케이블TV시장의 침체에 기인한다. 지난 2007년 CJ헬로비전에 합류한 김 대표는 방송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며 방송 영업에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았고 2013년 신임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IPTV의 세력확장으로 케이블TV는 저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블TV사업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2조2590억원을 기록했다. IPTV사업자가 28.3% 증가한 1조9088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수신료 매출 1위 자리도 IPTV에 내주는 굴욕을 겪었다.
이는 케이블TV 가입자 수의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2010년 1507만명이던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2015년 1380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2010년 366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던 IPTV는 지난해 1099만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케이블TV사업자 1위인 CJ헬로비전도 마찬가지. 김 대표의 대표이사 임명 직후인 2013년 11월 400만명이던 가입자수는 2014년 420만명까지 늘었지만 2016년 3월 414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방송 영업통’으로 불리는 김 대표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케이블TV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셈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침체기를 겪고 있는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불허 통보로 그야말로 ‘멘붕’인 상황”이라며 “CJ헬로비전은 전원회의 전 읍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CJ헬로비전은 그동안 저조한 실적과 줄어드는 매출 속에서 자생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역부족이었다”며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불허되면 SK브로드밴드와 다시 경쟁하게 된다. 기업가치도 떨어졌고 경쟁자에게 영업비밀이 낱낱이 공개돼 결국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퇴로가 막힌 김 대표와 CJ헬로비전이 공정위에 어떤 '읍소'를 할지 업계의 시선이 CJ헬로비전을 향하고 있다.
☞ 프로필
▲1959년 대구광역시 출생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졸업 ▲LG데이콤 컨버전스사업부 상무 ▲CJ헬로비전 마케팅실 실장 ▲CJ헬로비전 경인영업본부 본부장 ▲CJ헬로비전 운영총괄(COO) 부사장 ▲CJ헬로비전 대표이사(부사장 대우)
▲1959년 대구광역시 출생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졸업 ▲LG데이콤 컨버전스사업부 상무 ▲CJ헬로비전 마케팅실 실장 ▲CJ헬로비전 경인영업본부 본부장 ▲CJ헬로비전 운영총괄(COO) 부사장 ▲CJ헬로비전 대표이사(부사장 대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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