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머니무브' 양극화, 사모펀드 vs 채권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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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머니위크DB |
지난달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한달 동안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위험 투자가 급증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사모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다른 시중자금은 채권 등 우량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양갈래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발생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투자심리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동시에 선호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부자들은 ‘사모펀드’를 좋아해
지난달 브렉시트 결정 이후 부자들의 투자자금이 증시와 사모펀드 등으로 대거 유입됐다. 실제 브렉시트로 증시가 충격을 받은 후 열흘 만에 사모펀드로 1조50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됐다. 이 기간 공모펀드로 유입된 자금도 10조원이나 늘었다. 반면 채권펀드는 2조원이 조금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브렉시트 같은 악재가 터지면 자금은 위험회피를 위해 빠르게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이 더 좋다.
고액자산가들은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소가입금액 1억원 이상인 하이일드펀드 등 주로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229조원으로 공모펀드(228조원)를 뛰어넘었다. 또 연 4∼8%의 고수익을 제공하는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가 고액자산가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말 기준 38조928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4%(3조9897억원)나 증가했다.
고액자산가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달 사이 정크본드에 집중 투자하는 ‘아이셰어 아이복스 하이일드 본드 ETF(상장지수펀드)’가 5.50%나 올랐다"고 밝혔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의 투자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면서도 "브렉시트 같은 대형이벤트가 발생하면 안전자산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위기상황에선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 맞지만 브렉시트 이후 과정을 보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던 구도는 아니었다"며 "금값이 오르는 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했다기보다는 풍부한 시중유동성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지각변동, ‘채권’이 대세
지난 6일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총 78조84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인하 이후 1개월 동안 오히려 0.02%(215억원) 줄었다. 주식형펀드는 원금을 날릴 수 있어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형펀드는 금리인하 이후 고공행진했다.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총 104조1417억원으로 금리인하 시점보다 3.6%(3조5718억원) 증가했다. 연 1%에도 못 미치는 이자지만 원금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은행권 정기 예·적금도 같은 기간 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 게다가 금과 금펀드가 이미 폭등한 상태란 점을 고려하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의 채권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미국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미국투자이민제도(EB-5)까지 영향을 미쳤다. 경기에 민감한 대형부동산 프로젝트를 대체해 주정부채권으로 투자금을 상환하는 ‘안전자산형’ 공공 프로젝트가 갈수록 인기를 끄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통상 약세를 보여야 하는 안전자산인 국채(중앙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가격이 강세(상승 랠리)를 보이는 등 기현상이 벌어졌다"며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맹목적인 따름보다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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