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지구촌, '포켓몬고 월드'로 통일될까
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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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의 20살 생일을 맞는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화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포켓몬에게 포켓볼을 던진다. 희귀 포켓몬이 나타나는 지역에는 현실세계 포켓몬 트레이너들의 ‘강제정모’가 이뤄진다.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go)'가 공식 출시된지 일주일만에 미국은 그야말로 ‘포켓몬 월드’로 변했다.
◆세계가 ‘포켓몬고’에 빠지다
지난 6일 포켓몬스터 탄생 20주년을 맞아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출시된 포켓몬고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출시한 지 3일만에 출시 국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 횟수와 매출순위 모두 1위를 기록했고 미출시 국가에서도 다운로드 받는 사용자가 늘면서 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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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 트레일러 영상. /자료사진='포켓몬go' 트레일러 영상 캡처 |
포켓몬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가상의 이미지나 정보를 덧입히는 증강현실(AR)게임으로 사용자가 포켓몬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면 카메라를 통해 현실을 비춘다. 스마트폰 화면에 비추는 현실 곳곳에는 포켓몬이 등장한다. 만화 속 주인공이 포켓몬들에게 포켓볼을 던지는 것처럼 화면의 포켓볼을 터치해 포켓몬을 획득한다. 물론 쉽지 않다. 단번에 포켓몬을 잡지 못하는 사용자들은 마치 자신이 만화 속 포켓몬 트레이너가 된 것처럼 신중을 기한다.
다양한 종류의 포켓몬을 많이 잡기 위해선 포켓몬 특성에 맞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물가에서는 물 타입 포켓몬 ‘잉어킹’이, 풀숲에서는 식물 타입 포켓몬 ‘슬리피’가 등장한다. 당연히 사용자들은 더 많은, 더 희귀한 포켓몬을 얻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포켓몬 알을 부화하려면 더욱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사용자의 움직임이 많아야 포켓몬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희귀 포켓몬인 ‘미뇽’을 얻기 위해 산타모니카 부두에 수백명의 사람이 몰렸으며 만화 속 주인공인 포켓몬 트레이너 ‘지우’와 악당 ‘로켓단’의 코스프레를 한 사용자가 심심찮게 보인다. 트래픽데이터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일일활동사용자(DAU) 비율을 단숨에 넘어섰고 사용시간도 1.5~2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 포켓몬을 잡기에 여념이 없다는 한 이용자는 “호주에서도 포켓몬고는 엄청난 인기몰이 중”이라면서 “어떤 포켓몬이 어디에서 나타날지 몰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포켓몬스터엔 ‘태초마을’, 한국엔 ‘속초마을’
미국, 호주뿐만이 아니다. 한국도 포켓몬고 열풍에 휩싸였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속초·양양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다.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이 서비스되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포켓몬고 개발업체인 ‘나이안틱’이 세계지도를 분할해 게임 지도를 만들었는데 일부 지역이 한국에서 벗어난 게임 구역으로 획정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국내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이 지난 12일부터 속초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속초에서 포켓몬을 획득한 사람들의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고 속초는 ‘포켓몬고 성지’로 등극했다. 이용자들은 만화 포켓몬스터에 ‘태초마을’이 있다면 한국에는 ‘속초마을’이 있다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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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주인공을 코스프레한 채 강원도 속초에 등장한 '포켓몬go' 사용자들. /사진=뉴스1DB |
◆국내 출시 불투명… 그래도 ‘포켓몬고 신드롬’
그러나 포켓몬 코리아는 “포켓몬고는 국내 출시가 될지 안될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포켓몬 코리아 측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문제가 포켓몬고 출시의 가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7년 구글은 국가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후 지난달 다시 요청한 바 있다. 구글 지도로 게임속 현실공간을 구현하는 포켓몬고가 국내에서 서비스 되려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문제는 또 있다. 출시 일주일만에 미국에서 포켓몬고로 인한 사건사고가 빈번히 발생해서다. 포켓몬을 획득하기 위한 이용자들의 과도한 사냥에 병원, 공원묘지, 박물관 등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포켓몬을 찾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았다가 강도를 당한 사건도 일어났다. 이외에도 물가에서 물 포켓몬을 찾다가 발을 헛디딘 사고부터 운전 중 포켓몬고를 실행해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까지 발생해 위험을 동반한 과도한 열풍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포켓몬고 신드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서비스 국가는 계속 추가될 예정이며 포켓몬스터를 감지·포획하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탈부착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도 출시돼 현실 포켓몬 트레이너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는 “‘포켓몬고’의 성공요인은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파워를 가진 IP(지적재산권)의 힘”이라면서 “게임 때문에 안전성 등의 문제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게임 본연이 가진 긍정적인 가치를 덮을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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