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더하기] '재벌 총수' 광복절 특사, 실효성 있나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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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세번째 특별사면을 실시할 전망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청와대 오찬에서 박 대통령에게 특사를 제안하며 군불을 땠다. 이어 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며 광복절 특별사면 추진을 가시화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조만간 공석인 2인의 사면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사면 대상자를 추리기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면심사위원회는 위원장 1인(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광복절 특사 가시화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해 경제적 약자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잘못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 총수일가 불법행위에 대한 법집행이 국민의 법 감정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례가 많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할 것이다.”(2012년 12월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 공약집)
대통령이 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비리를 저지른 재벌총수의 사면을 제한하겠다던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두차례의 사면을 실시해 단 한명의 재벌총수(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다. 서민 생계형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사면(2014년 설)과 달리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2차 사면에서 최 회장을 포함한 6527명을 사면한 것.
지금까지는 비리 재벌총수에 대한 제한된 사면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재계 안팎에서 재벌총수들에 대한 대대적 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사기, 징역 4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담철곤 오리온 회장(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횡령, 징역 3년 6개월) ▲현재현 전 동양 회장(사기·배임·횡령, 징역 7년)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조세포탈·횡령, 징역 2년 6개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4년 6개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횡령·상습도박, 징역 3년 6개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조세포탈·횡령, 징역 3년) 등의 예상 대상자 명단이 담긴 문서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이달 말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기업인에게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비공식적으로 특별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금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 삶의 무게가 무겁다”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경제 위기 극복’을 직접 언급함에 따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대규모 경제인 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또다시 비리 혐의로 형(刑)을 받은 재벌총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리를 저지른 재벌총수가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에 복귀하면 국가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그간 재벌총수들이 사면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997.10/2009.12) ▲최태원 SK그룹 회장(2008.8/2015.8)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995.8/2008.8)이 두차례 사면을 받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2008.8)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2002.12) 등이 한차례 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경영권에서 손을 땠을 시기 회사의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은 사례는 없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증권거래소에서 2011~2014년 국내 30대그룹의 주가 상승률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시기 총수가 감옥에 들어가 있거나 경영에 관여를 하지 않았던 SK·한화·CJ그룹의 주가 상승률은 30%를 상회하며 1~3위를 차지했다.
재벌총수가 반드시 있어야 해당 기업의 경영이 잘 된다는 논리는 틀렸다는 게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사면의 명분인 경제살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을 다시 수감시키거나 책임을 묻는 일은 없다. 형을 선고받을 땐 국민경제에 기여할 공로를 인정받아 양형에 배려를 받고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특별사면을 받아 풀려나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허상 드러난 '총수 경영=경제활성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유일하게 사면을 받은 최 회장은 경영복귀 일성으로 SK하이닉스에 총 4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초대형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국내외를 넘나들며 공격적인 투자와 M&A(인수합병)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K그룹 측도 총수의 경영 참여 유무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설명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검토만 해온 투자계획과 사업구상을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도 연간 8000명에서 8400명 수준으로 채용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 총수가 감옥에 있느냐 사무실로 출근하느냐는 경영에 별 상관이 없다”며 “감옥에서도 큰 사안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의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면이 거론될 때마다 재계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재벌총수를 대폭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왔는데 지금까지 수차례 비리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지만 특별히 경제가 활성화된 일은 없다”며 “경제살리기를 거론하며 기업인에 대해 이뤄지는 무분별한 사면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조만간 공석인 2인의 사면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사면 대상자를 추리기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면심사위원회는 위원장 1인(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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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광복절 특사 가시화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해 경제적 약자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잘못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 총수일가 불법행위에 대한 법집행이 국민의 법 감정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례가 많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할 것이다.”(2012년 12월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 공약집)
대통령이 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비리를 저지른 재벌총수의 사면을 제한하겠다던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두차례의 사면을 실시해 단 한명의 재벌총수(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다. 서민 생계형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사면(2014년 설)과 달리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2차 사면에서 최 회장을 포함한 6527명을 사면한 것.
지금까지는 비리 재벌총수에 대한 제한된 사면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재계 안팎에서 재벌총수들에 대한 대대적 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사기, 징역 4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담철곤 오리온 회장(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횡령, 징역 3년 6개월) ▲현재현 전 동양 회장(사기·배임·횡령, 징역 7년)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조세포탈·횡령, 징역 2년 6개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4년 6개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횡령·상습도박, 징역 3년 6개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조세포탈·횡령, 징역 3년) 등의 예상 대상자 명단이 담긴 문서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이달 말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기업인에게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비공식적으로 특별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금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 삶의 무게가 무겁다”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경제 위기 극복’을 직접 언급함에 따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대규모 경제인 사면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또다시 비리 혐의로 형(刑)을 받은 재벌총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리를 저지른 재벌총수가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에 복귀하면 국가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그간 재벌총수들이 사면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997.10/2009.12) ▲최태원 SK그룹 회장(2008.8/2015.8)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995.8/2008.8)이 두차례 사면을 받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2008.8)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2002.12) 등이 한차례 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경영권에서 손을 땠을 시기 회사의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은 사례는 없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증권거래소에서 2011~2014년 국내 30대그룹의 주가 상승률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시기 총수가 감옥에 들어가 있거나 경영에 관여를 하지 않았던 SK·한화·CJ그룹의 주가 상승률은 30%를 상회하며 1~3위를 차지했다.
재벌총수가 반드시 있어야 해당 기업의 경영이 잘 된다는 논리는 틀렸다는 게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사면의 명분인 경제살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을 다시 수감시키거나 책임을 묻는 일은 없다. 형을 선고받을 땐 국민경제에 기여할 공로를 인정받아 양형에 배려를 받고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특별사면을 받아 풀려나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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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월10일 포시즌스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자베르 무바라크 알 하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에너지 화학, 신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SK |
◆허상 드러난 '총수 경영=경제활성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유일하게 사면을 받은 최 회장은 경영복귀 일성으로 SK하이닉스에 총 4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초대형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국내외를 넘나들며 공격적인 투자와 M&A(인수합병)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K그룹 측도 총수의 경영 참여 유무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설명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검토만 해온 투자계획과 사업구상을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도 연간 8000명에서 8400명 수준으로 채용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 총수가 감옥에 있느냐 사무실로 출근하느냐는 경영에 별 상관이 없다”며 “감옥에서도 큰 사안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의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면이 거론될 때마다 재계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재벌총수를 대폭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왔는데 지금까지 수차례 비리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지만 특별히 경제가 활성화된 일은 없다”며 “경제살리기를 거론하며 기업인에 대해 이뤄지는 무분별한 사면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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