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서울시대-중] 하나둘 떠나는 사람들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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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주민등록인구 ‘1000만명 시대’가 지난 5월 막을 내렸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28년 만이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난 여파가 서울시민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전체 인구증가율의 감소와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살고 싶은 주거욕구가 빚어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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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떠나겠다" 이어지는 탈서울
서울인구 1000만 시대가 종료된 후에도 이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생활상을 담은 ‘2016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를 실시해 지난 6월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15세 이상 시민 4만6837명과 거주 외국인 2500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10년 뒤 서울 거주 의향을 묻는 질문에 59.4%가 ‘있다’고 답했다. 단순하게는 절반을 넘는 수치지만 시기별로 볼 땐 2012년 74.8%, 2013년 71%, 2014년 59.6% 등으로 매년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울인구 감소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통계청이 2014년 발간한 ‘2013~2040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서울인구는 2033년 946만명, 2040년 916만명으로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경제활동과 세수유지를 뒷받침할 30~40대의 서울 이탈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의 서울 이탈은 치솟는 주거비에서 기인한다. 전세물량은 씨가 말랐고 그나마 남은 물량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소비할 일이 많은 이들에게 주거비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했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서울 근교로의 이동은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노령화지수는 올해 105.9에서 2040년 301.6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노령화지수는 전국 평균(288.6)보다 높고 ▲세종(163.4) ▲대전(222.0) ▲광주(222.9) ▲경기(225.0) ▲울산(225.1) ▲인천(256.1)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서울시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19년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엔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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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예슬씨가 이사한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사진=김창성 기자 |
◆“서울 전셋값으로 신도시에 집 샀어요”
“집주인이 싫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매번 전셋값을 올려서 너무 부담됐어요. 차라리 그 돈으로 서울 근교에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서울 전셋값보다 싸게 집을 샀죠.”
맞벌이를 하는 결혼 7년차 주부 이예슬씨(34세)는 3년 전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에 입주했다. 이씨는 결혼 뒤 줄곧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했지만 매번 뛰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경기도 이주를 결심했다.
“이사 전 전셋값이 3억4000만원이었어요. 여기서 더 올려주면 감당이 안될 것 같아 수도권 주변의 집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파주에 미분양 매물이 나온 걸 발견했어요.” 이씨는 당시 가진 자금으로 판교나 분당에 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못 냈지만 새로 들어서는 운정신도시에 3억1000만원짜리 미분양 매물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서울에 살던 전셋값보다 3000만원이나 싼값에 내집 마련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주변은 한창 단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마땅한 생활인프라도 없었다. 남편은 이사를 망설였지만 계획도시인 만큼 차차 나아질 거라는 이씨의 설득에 일사천리로 이사를 진행했다. 이씨의 말대로 지금은 단지 인근에 상가와 학교, 공원 등이 들어섰고 연말쯤에는 단지 바로 앞에 대형마트와 영화관도 문을 열 예정이라 점차 신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씨는 “이사 뒤 출퇴근시간이 조금 늘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광역버스를 타면 광화문까지 1시간, 회사가 있는 을지로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려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3년 동안 하니까 이젠 아무렇지 않아요. 서울보다 공기가 맑아서 아이 키우기 좋고 전셋값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포스트서울 이끌 ‘활력소’ 찾아야
서울인구 1000만명 시대의 종식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붕괴’라고 표현하지만 전문가의 진단은 다르다. 서울인구가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그만큼 서울의 공간이 넓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서울인구 1000만이 붕괴됐다고 표현하는 건 일종의 강박감”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인구 감소는 1기 신도시 생성이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점차 진행됐다. 최근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감소폭이 증폭된 것일 뿐 당시부터 서울인구가 감소되기 시작했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1기신도시 등장 이후 서울 외곽에 대규모 후발 신도시들이 공급되면서 인구 이탈도 같이 진행됐다”며 “이는 서울의 포화를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의도한 것이고 그 의도대로 인구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 마련”이라며 “인근 신도시로의 이주는 답답한 서울과 비교했을 때 주거 만족도나 가격경쟁력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서울인구의 감소가 단지 신도시로의 이탈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 근저에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고령화가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서울인구 1000만 붕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적인 인구증가의 둔화와 고령화 같은 사회구조적 측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그 자리를 대신할 서울의 새 활력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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