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HR-V'는 소형SUV다. 그동안 대형SUV 파일럿과 준중형SUV CR-V가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음에도 갈증을 느낀 혼다는 최근 트렌드에 동참하기 위해 HR-V라는 소형SU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유독 SUV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고 특히 소형SUV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HR-V는 2014년 LA오토쇼에서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다른 업체에 비해 소형SUV 경쟁에 늦게 뛰어든 편이다. 하지만 이미 출시된 경쟁차종의 단점을 철저히 분석해 보완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혼다 HR-V. /사진제공=혼다코리아
혼다 HR-V. /사진제공=혼다코리아

◆쿠페형 스타일 입은 SUV

HR-V는 혼다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익사이팅 H 디자인’(Exciting H Design)을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일반적으로 작은 차 디자인에서는 선을 깎아 ‘면’을 강조하지만 HR-V는 면을 깎아 ‘선’을 강조해 조형미를 드러냈다. 소형SUV 특유의 귀여움은 온데간데 없다. 굵은 직선과 과감한 곡선이 어우러진 외관은 긴장감을 잃지 않아 강인한 힘과 날렵한 몸놀림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SUV임에도 멋스러운 ‘쿠페’ 스타일을 유지한 것도 특징이다. 위와 아래서 시작된 굵은 선이 뒷좌석 창문을 거쳐 트렁크로 넘어가기 전 C필러에서 만난다. 뒷문을 열 때 필요한 도어핸들도 꼭짓점에 교묘히 숨겨 마치 2도어 스포츠카처럼 보이도록 했다. 게다가 2열의 창문 유리는 일반적인 SUV보다 긴 편이다. 이런 몇가지 장치덕분에 뒤쪽 지붕이 실제보다 많이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를 이끌어낸다.

◆숨은 공간 찾기


혼다 HR-V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실내공간’이다. 소형SUV라면 당연히(?) 공간과는 거리가 멀 텐데도 핵심가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자동차의 실내 구성물 가운데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건 ‘시트’다. 시트가 두꺼우면 시각적으로도 답답함을 주며 실제공간도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얇게 만들면 승차감을 해칠 수 있어 자동차회사들이 최근 들어 가장 공들이는 분야기도 하다.


SUV의 핵심가치는 ‘실용’이다. 아무리 소형SUV여도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혼다는 실용과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설계부터 과감히 바꿨다. 일반적으로 뒷좌석 아래 연료탱크가 자리하지만 HR-V는 앞좌석 아래로 옮겨 설치했다. ‘센터 탱크 레이아웃’이라 부르는 혼다의 특허기술이다. 덕분에 뒷좌석 시트 디자인에 제약이 줄고, 시트 아래엔 빈 공간이 생겼다.

섬세한 일본회사가 이를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 SUV나 해치백 차종에선 2열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젖혀 적재공간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이 경우엔 세워서 실어야 하는 화물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HR-V는 시트를 세로로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 트렁크가 아닌 2열도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눕히기 어려운 화분이나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도 거뜬하다. 발상의 전환으로 활용성을 높인 설계다. 마법 같은 공간이라 해서 혼다는 ‘매직시트’라고 부른다.


운전석에 앉으면 기어노브 주변 컵홀더에 눈길이 간다.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어서 다양한 크기의 컵을 놓아둘 수 있다. 센터페시아 아래도 스마트폰 등을 놓기 좋은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엔 USB연결 포트가 2개, 시거잭 파워아울렛이 1개, 심지어 HDMI영상단자도 있다. 앞뒤 도어에도 컵홀더 등 수납공간을 알차게 구성했다. 센터콘솔 뒤 컵홀더엔 시거잭이 있어서 2열 탑승객이 스마트폰 충전기를 연결해 놓아두기 편하다.

트렁크가리개는 원터치 모기장 텐트처럼 가볍고 쉽게 접을 수 있는 프레임과 천으로 이뤄져 공간을 덜 차지한다. 트렁크 바닥엔 템포러리 타이어가 들어있지만 그 위엔 공구나 걸레 등을 놓아둘 수납공간이 있다.


HR-V 인테리어. /사진제공=혼다코리아
HR-V 인테리어. /사진제공=혼다코리아

◆운전의 즐거움은 기본

연료탱크 위치변화로 무게중심이 바뀐 건 운전할 때도 이득이다. 핸들링이 즐겁고 주행안정성도 높아진다.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SUV지만 약간 높은 해치백 차종을 타는 듯하다. 빠르게 몰아붙여도 차가 한덩어리처럼 움직인다. 전륜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토션빔 방식이다. 충격을 걸러주는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 크지 않아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속도를 많이 낮춰야 뒷좌석에 탄 사람이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고속에선 흔들림이 적어 안정적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초기반응은 빠른 편이지만 계속 받쳐주진 못한다. 평범한 수준이다. 배기량 1799cc의 직렬 4기통 SOHC i-VTEC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43마력(@6500rpm), 최대토크 17.5kg·m(@4300rpm)의 힘을 내며 CVT(무단변속기)가 맞물린다. 연료탱크용량은 50ℓ, 복합연비는 ℓ당 13.1km다. 길이x너비x높이는 각각 4295x1770x1605(mm)로 경쟁모델들과 비슷하다. 휠베이스는 2610mm, 무게는 1340kg이다.

◆만족도 높지만 고민되는 가격

혼다 HR-V는 다루기 쉬웠고, 다양한 활용성으로 만족감을 더했다. 인테리어 소재는 상처가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소재로 구성됐다.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은 가죽처럼 보이는 합성수지거나 천처럼 보이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혼다는 볼보만큼 안전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회사다. 꾸준히 차 대 차 충돌테스트를 실시하고 다양한 유형의 더미인형으로 데이터를 모은다. HR-V도 ACE바디라고 부르는 차세대 차체설계방식을 적용해 작지만 튼튼한 차로 거듭났다. 매력적인 공간,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에 안전까지 갖춘 혼다의 소형 SUV HR-V의 가격은 3190만원이다. 분명 고민되는 가격대지만 경쟁 수입SUV만 놓고 보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