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 내 한류가 주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 정국에도 불구하고 중국 TV에 한류 스타들이 계속 등장하면 중국 최고 지도부가 불편해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중국 내 미디어·문화 부문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이 이달 초 ‘금한령’(한국 연예인 출연 금지령)을 내렸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언론들은 금한령을 ‘카더라’로만 다룰 뿐 공식적인 팩트로 보도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광전총국의 금한령은 크게 4가지다. ▲한국 인기스타의 TV를 포함한 중국 내 활동 ▲1만명 이상 관객이 참여하는 한국 인기스타 공연 ▲한국 문화산업에 새로운 투자 ▲사전 제작을 포함한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금한령'까지… 위기의 한류

사실 한국을 노린 것으로 콕 찍어 분류할 순 없지만 광전총국의 한류 견제는 곳곳에서 목격됐다. 광전총국은 지난달 ‘방송 TV프로그램 자주 창신업무 통지’를 통해 중국 내 모든 위성TV에서 매일 저녁 7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는 외국 프로그램 포맷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2건 이상 방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은 전국을 커버하는 CCTV 못지 않게 각 성별로 위성TV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위성TV를 통제하고 나선 것이다.


광전총국은 이에 앞서 지난해 4월부터는 ‘외국 드라마 관리 규정’을 크게 강화해 TV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방영하는 해외 드라마는 ‘선 심의, 후 방영’ 원칙을 반드시 따르도록 했다. 한국 등 해외에서 제작한 드라마는 사전에 중국어 자막을 입힌 후 심의 통과 필증까지 받아야 중국 내 방영이 허용된다.

실제 중국에서 신한류 스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황치열은 지난달 중순 중국 저장위성TV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촬영 장면이 '통편집' 됐다. 사드 결정 직후여서 촬영은 이뤄졌지만 이후 금한령 조치로 방송에는 나오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한류 제재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에 대한 강경한 반대를 감안할 때 금한령이 ‘무기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한중 합작은 올스톱 될 가능성도 있다.

◆한·중 합작 고리 끊으면 中 기업도 피해


그러나 한국 기업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만큼 한중 문화 산업의 연결고리가 전방위적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인터넷 공룡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3인방의 한류 투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한국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와 전략적 합작을 맺고 SM엔터 주식 4%를 355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알리바바는 SM엔터 소속 가수들의 중국 내 음원 유통은 물론 계열사인 티엔마오와 알리바바여행 등에도 SM엔터 소속 한류 스타들이 활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알리바바픽처스는 배우 김수현이 주연한 영화 ‘리얼’에 투자하며 중국 내 독점 판권을 확보한 것은 물론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중국의 국민 메신저 QQ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로 유명한 텐센트(텅쉰)도 한국 YG엔터테인먼트(YG엔터)와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다. 텐센트는 동영상 계열사인 텐센트스핀을 통해 지난 5월 YG엔터의 유상증자에 3000만달러(지분 4.5%)를 쏟아부었다. 텐센트 협력업체인 웨이잉스다이도 이 유증에 5500만달러(지분 8.2%)를 투자했다. 이들 중국 기업은 각각 YG엔터의 3·4대 주주다.

텐센트의 이 같은 투자는 YG엔터 소속 빅뱅과 2NE1, 싸이, 이하이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중국에서 상품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지난 5월 빅뱅이 발표한 앨범으로 중국 내에서 판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1위인 바이두도 일찌감치 2014년 5월 SM엔터와 전략적 합작을 선언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한류 러브콜은 더 뜨겁다. 지난 3월 중국 화이브라더스는 한국 쇼박스와 앞으로 6편 이상의 합작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화이브라더스와 텐센트가 공동 투자한 화이텐센트는 한국 HB엔터테인먼트에 421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HB엔터는 중국에서 빅 히트한 드라마 ‘별그대’ 제작사다. 화이브라더스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배우 주원과 유해진, 김정은 등을 보유한 Sim엔터테인먼트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월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 대박을 친 중국 화처미디어도 한중 합작의 열매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화처미디어는 535억원을 투자해 태양의 후예 제작사인 한국 뉴(NEW) 지분 15%를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CJ E&M과 향후 3년내 3~4편의 웹 드라마를 합작하기로 했다. 올해 말에는 화처미디어 계열사 진시미디어와 CJ가 첫 국제화 프로젝트도 함께 선보인다. 이외에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 계열사인 폭스비디오는 2014년 8월 한국 키이스트 지분 6.4%를 150억원을 주고 매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합작은 중국이 그만큼 한류시장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금한령이 일시적 압박에 그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더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 인기 여전… '사임당'이 전환점

중국 내 한류 경쟁력이 인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금한령에도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요우쿠에서 방영 중인 한국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조회수 14억9000만건을 돌파했다. 태양의 후예 이후 유료회원이 급증한 아이치이도 한국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동시 상영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방영 초반인 이 드라마는 2회 조회수가 3800만건을 넘으며 한류 팬들의 여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우 이준기가 주연을 맡은 ‘보보경심 려’가 이달 말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된다. 10월에는 원조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인 이영애와 송승헌이 출연하는 ‘사임당, 빛의 일기’도 양국에서 동시 상영된다. 특히 사임당은 이영애가 11년만에 출연하는 작품으로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동영상 사이트가 아닌 후난위성TV에서 직접 방영하는 것도 주목된다. 사임당은 이미 후난위성TV 자체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광전총국의 최종 허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