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준 엠플리트레인 한국법인 대표(46)는 1세대 창업컨설턴트다. 1990년대 중반 창업컨설턴트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당시 그는 수많은 초보 자영업자에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최근 TV 등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유명 창업컨설턴트들이 대부분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다.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직원이 250명이 넘는 컨설팅회사를 책임졌던 그는 현재 헬스케어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경쟁자가 무수한 헬스케어시장이지만 박 대표의 자신감은 대단하다. 20여년간 쌓아온 ‘행동과 검증’이라는 그의 경영철학이 확신의 밑바탕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 대표를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병준 엠플리트레인 한국법인 대표. /사진=장효원 기자
박병준 엠플리트레인 한국법인 대표. /사진=장효원 기자

◆발로 뛰고 몸으로 검증… 컨설팅회사 대표까지

박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전남 진도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 그의 수중에 있던 돈은 15만원. 육남매 중 다섯째인 그는 집에서 지원을 받기 힘들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가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출판기획사다. 하지만 월급쟁이 삶은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 받은 월급이 150만원이었어요. 제 위의 부장님은 20년 정도 일했는데 350만원을 받았어요. 계산을 해보니까 여기서 20년을 일해도 서울에서 전세방 하나 구하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였어요. 월급쟁이로는 큰돈을 벌 수 없겠다 싶었죠. 그래서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자신만의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뛰쳐나왔지만 막막했다. 특별한 사업 아이템이나 자본이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찰나 문득 든 생각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아이템 선정부터 기획, 입지조건, 유동인구 파악 등 사업을 시작하려면 알아야 할 것이 무수히 많지만 이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우선 상권분석의 기본을 배우기 위해 부동산컨설팅회사에 들어갔다.

“관련 분야를 배운 적이 전혀 없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일은 발로 뛰어 직접 돌아다니는 일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지하철역 부근의 상권을 분석하려면 주변 길거리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으면서 지역 얘기를 듣곤 했죠. 그렇게 상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가게가 잘 되는지,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돌아다니는지 생생한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의 얘기로는 정확한 상권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직접 밤이고 낮이고 돌아다니면서 상인들의 얘기가 맞는지 확인하고 데이터로 만들었다. 그때 박 대표는 ‘검증’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실행과 검증의 반복은 그를 250명의 컨설턴트를 거느리는 회사의 대표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도 발생했다. 실속 없이 화려한 언변으로만 고객을 꾀는 컨설턴트가 생기고 프랜차이즈와 결탁해 쉽게 돈을 챙기는 사례도 늘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돈을 벌어도 정직하게 벌어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또 사람이 많다 보니 불필요한 사내정치도 생겨나더군요. 그래서 많은 인원이 필요치 않고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제공=엠플리트레인
/사진제공=엠플리트레인

◆프랜차이즈 ‘NO’… 노하우 전수는 ‘OK’

그래서 박 대표는 컨설팅회사를 매각하고 헬스케어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유통 및 렌털하는 엠플리트레인은 저주파와 중주파를 이용해 운동신경에 자극을 주는 물리치료용 의료기기다. 엠플리트레인은 기존 EMS트레이닝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EMA트레이닝 기술을 이용해 EMS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박 대표가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영업한다. 지난해 6월 사업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그의 사업은 합격점이다. 탁월한 영업수완을 바탕으로 벌써 전국 병원에 60대 이상을 판매 또는 임대했다. 엠플리트레인의 시작도 역시 그의 습관인 ‘검증’에서 비롯됐다.

“독일의 우월한 기술력은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보지 않았던 터라 믿을 수 없었죠. 사업을 검토하면서 엠플리트레인 기기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2개월 후에 10kg이 줄더군요. 건강검진 결과도 매우 좋았습니다. 바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치료 목적 외에 운동 효과를 배가시키는 장점도 있어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사람에게도 인기다. 원래 제품 시연을 목적으로 마련한 청담본사는 입소문을 타고 방문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판교, 청량리, 일산 등 전용 피트니스센터도 늘었다. 하지만 다른 지점은 그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프랜차이즈를 하면 저는 고정수익이 나오겠지만 가맹점주들은 위험을 짊어집니다. 그런 방식의 영업이 싫어서 창업컨설팅을 그만뒀는데 또 하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기기를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합니다. 제가 쌓은 사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점주들과 관계를 돈독히 합니다.”

박 대표의 사업아이디어는 멈추지 않는다. 엠플리트레인으로 독일과 인연을 맺은 그는 독일 향기 마케팅기업인 ‘라이마 에어 콘셉트’의 국내 진출도 이끈다. 라이마 에어 콘셉트는 에어 디자이너들이 매장과 어울리는 향기로 공기청정과 악취제거 등을 컨설팅하는 기업이다. 그는 헬스케어사업을 하면서 생활체육에도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아직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아이스하키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고급 스포츠라는 이미지 때문에 아이스하키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지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