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건설이 코스피 시가총액 657위의 남광토건을 인수합병(M&A)한 이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다른 건설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문제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임금삭감과 우량자산의 헐값매각 등 논란거리가 많은 가운데 불법적인 계열사 지원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남광토건지부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운건설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했다. 전봉철 노조지부장은 "세운건설에 인수된 후 사측이 약 90명의 노동자를 내보냈고 임금협상이나 직원 개개인에 대한 압박을 통해 임금삭감과 부당한 연봉제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광토건 재개발사업/사진=남광토건
남광토건 재개발사업/사진=남광토건



◆"능력 없으니 못 나가나? 빨리 나가라"

남광토건이 올해 2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에도 봉명철 세운건설 회장이 계속해서 직원을 내보내고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 전 노조지부장은 "새로 수주할 현장이 들어와도 제대로 된 기술인력이 모자라 M&A의 목적이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건설, 동부건설,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 많은 건설사가 M&A를 앞둔 상황에서 세운건설이 회사 비전을 제시하고 임금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인수단이 남광토건에 파견됐을 때부터 부서장급 인사들에게 "3개월치 월급을 줄테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라"는 등의 발언을 하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로 출근했던 직원들이 퇴사할 수밖에 없었고 올해 4월 사측이 희망퇴직을 받아 40여명의 인원을 내보냈다. 이어 최근 세운건설은 새로 인수한 극동건설도 똑같은 방법으로 80여명을 내보냈다.

봉 회장은 심지어 직원들에게 해고압박을 가하는 막말도 일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소장 회의에서 "갈 데 없어서 남아있는 것 아니냐?", "연말까지 새로 수주하는 현장이 없으면 모두 내보낸다"는 말을 해 직원 개개인의 일자리를 위협했다고 노조는 고발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인원이 떠난 자리를 비정규직 직원들로 채웠다는 것. 사측은 이들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노조원 임금을 삭감할 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올 초 한양이나 두산인프라코어, 휴스틸도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M&A 흑역사 계속되나


남광토건은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래로 기본급과 상여금을 삭감하고 자녀 학자금과 문화행사 등 복리후생을 축소하며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6년 동안 노조원 수가 400명에서 두자릿수로 감소했다. 전 노조지부장은 "그동안 많은 희생을 치렀고 임금과 복지부분을 워크아웃 이전 상태로 복귀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금협상 기간 도중 회사가 직원에게 임금삭감과 연봉제 전환에 대한 동의서를 요구한 것은 엄연한 부당노동행위이고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노조 관계자는 "건설공사현장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무리한 공사기간의 단축"이라며 "사측이 저가 수주로 무리한 이윤을 남기는 데서 비롯된 것인데 현장관리직에게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연봉제가 도입되면 더더욱 공기 단축과 이윤 남기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것은 부실시공과 안전사고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안전보건공단 조사에 따르면 산재사망 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건수가 1위를 차지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훈 남광토건 기획홍보팀 과장은 "노조와의 협상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어떤 강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세운건설은 앞으로 경남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 전망이다. 남광토건 계열사의 지분구조를 보면 세운건설은 자산규모가 300억원에 불과한 데도 자산 1700억원의 금광기업, 2100억원의 극동건설, 1900억원의 남광토건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노조 관계자는 "무리한 M&A로 투입한 자금은 세운건설의 부채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최대주주의 부실화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