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 냄새는 데오드란트나 시술을 통해 줄여야 하는 불쾌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겨드랑이 냄새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스페인에서 겨드랑이 냄새 센서를 이용해 85% 정확도로 사람을 구분해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는 최첨단 생체인식 기술이 대거 담겼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지문인식, 얼굴 안면인식, 홍채인식, 걸음걸이 인식, 목소리 인식 등 다양한 생체인식을 뚫고 임무를 수행한다.

SF영화에서나 접하던 생체인식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휴대폰 지문인식은 이미 보편화됐고 홍채인식도 놀라울 것이 없는 기술이 됐다. 현재 생체인식 대중화에 앞장선 '홍채'는 동공의 크기를 조절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역할을 한다.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보안성 높은 홍채인식

홍채인식은 기존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던 지문인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지문은 직접 스마트폰에 신체를 접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개인의 피부결에 따라 인식률도 차이가 났다. 예컨대 손에 땀에 많이 차거나 피부결이 거칠면 지문 인식이 잘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가락 지문은 큰 기술 없이도 충분히 복제를 할 수 있다는 보안상 취약점도 제기됐다. 스마트폰 지문인식과 관련한 재미난 에피소드도 쏟아졌다. 남자친구가 자는 틈을 타서 남친 손가락을 스마트폰에 인식해 스마트폰을 몰래 훔쳐봤다는 에피소드부터,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손가락 대신 발가락 지문을 등록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홍채인식은 이런 지문인식의 취약점을 보완했다. 첫째, 홍채는 지문과 달리 비접촉식 인식 기술이기 때문에 복제 위험성이 적다. 지문 패턴이 40여가지인 반면 홍채는 270여가지의 패턴으로 이뤄져 사람 인식 기능의 역할을 더 훌륭히 해낸다.


둘째, 홍채가 유사한 사람은 거의 없어 개인을 식별하는 도구로서의 보안성이 높다. 홍채가 유사할 확률은 10억명에 1명 꼴로 극히 적다. 한사람의 좌우 눈의 홍채가 서로 다를 정도로 고유한 형태를 지닌다.

셋째, 지문은 손에 물이나 이물질이 묻기 쉬운데 홍채는 변하거나 돌발상황에 처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식률이 더 높다. 홍채가 형성된 3세 이후에는 평생 동안 개인의 홍채는 변하지 않는다.


홍채인식에 대해 많이 쏟아지는 질문이 있다. “렌즈를 껴도 홍채인식이 되나요?” 결론적으로 안경이나 렌즈, 라식 수술 등과 상관 없다. 스마트폰과 눈 사이의 적정한 거리나 흔들리지 않게 스마트폰을 유지하는 것 등이 안정적인 홍채인식 구동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최초의 홍채인식 제품은 애로우스NX로 지난해 5월 일본의 후지쯔와 NTT도코모에 의해 개발됐다. 올해 초 중국의 TCL도 홍채인식 기술을 담은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복잡한 모듈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반면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홍채인식 기술을 간편하게 적용하면서 생체인식 보안기술 상용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10조원대 시장 '생체인증'

홍채인식 기술은 모바일 핀테크와 결합해 금융결제의 새로운 본인인증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공인인증서 대신 홍채인식으로 바뀌면 보안 수준도 높아질 뿐더러 금융사기 계좌를 추적하기도 간편해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문이나 눈동자 등 우리가 예상했던 신체부위 외에도 겨드랑이 냄새처럼 숨겨진 신체 정보를 활용한 인식 기술도 개발됐다. 온몸이 비밀번호라는 비유가 적절할 정도로 신체의 모든 부분이 보안에 활용되는 것이다.

홍채인식 기술이 발전한다면 눈맞춤으로 결제도 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잊어버릴 염려 없이 홍채인식으로 통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일반 상점에서도 카드단말기 대신 홍채인식 결제단말기가 상용화될 날이 머지않았다.

숨겨진 신체 정보가 활용되면서 생체인식의 보안 수준도 강화되고 있다. 손가락 내부의 정맥 패턴을 정보로 활용한 지정맥 인증 기술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는 정맥 혈관 인증 기술로 현금을 인출하는 ‘스마트 ATM’을 출시해 BNK부산은행을 통해 시범 운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LG히다찌 지정맥 솔루션은 인증 속도가 빠르고 편리해 해외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바이오 인증 ATM의 80% 이상에 채택됐다. 이미 중남미, 유럽 등지의 금융기관에서 안정적으로 가동 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홍채인식을 포함한 생체인증 세계시장이 올해 96억달러(10조8000억원)에서 2019년 150억달러(17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체인증 국내시장도 연간 2억6000만달러(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도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군사용, 산업용, 심지어 출입국 심사분야에서도 홍채인식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고 글로벌 연구기관들은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사이트인 레포트앤레포트닷컴(reportsnreports.com)은 2020년까지 홍채인식시장이 매년 23.4%씩 성장해 36억달러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0년이면 전체 모바일 기기 가운데 절반이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자. 한국투자증권은 홍채인식과 관련된 카메라 모듈분야에서 파트론과 엠씨넥스를 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알고리즘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해외업체인 SRI 인터내셔널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