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턱없이 높은 '대부업 문턱'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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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 기승, 저소득층·자영업자 빚에 억눌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대부업뿐만 아니라 불법 대부업체까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를 기회 삼아 기승을 부려서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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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
◆생활비 마련 위해 대부업 이용
가계부채 1250조원 시대.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올 3월 말 1158조원을 기록하더니 불과 3개월 후인 6월 말 현재 1250조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가계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속도도 예상보다 가파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득분위별 채무상환비율(DSR)’ 자료에 따르면 DSR은 2012년 16.3%에서 지난해 23.2%로 6.9%포인트 증가했다. DSR은 채무상환능력을 말한다. DSR이 20%라면 100만원을 벌었을 때 20만원을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가계 전체가 느끼는 빚 상환부담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빚 상환부담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더 빠르게 증가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고소득층인 5분위의 DSR은 같은 기간 16.1%에 그친 반면 저소득층인 2분위는 15.6%에서 26.6%로 11%포인트 올랐다. 특히 소득 2분위 중에서도 자영업자의 DSR은 33.8%로 위험수위로 평가되는 40%에 육박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자영업자일수록 빚에 억눌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은 대부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았다. 최근 이민환 인하대 교수(글로벌금융학과)가 대부업 대출이 승인된 6471명을 대상으로 ‘2016년 대부업 이용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 전체 대출의 62%가 가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대출로 나타났다.
4년 전인 2012년(55%)보다 7%포인트 오른 수치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30대 남성 회사원이 가장 많았으며 월 소득 300만원 이하 계층의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가족 수가 많을수록 대부업 이용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부채가 많을수록 대부업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부채액이 5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일 경우 대부업 이용확률이 높았다. 반면 빚이 500만원 이하일 때 대부업 이용확률은 감소했다.
◆문턱 높아진 대부업, 서민 '울상'
이 같은 상황에서 대부업의 대출잔액이 어느덧 13조원을 훌쩍 넘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8752개 등록 대부업체의 총 대부잔액을 조사한 결과 13조26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해 6월 말 12조3400억원이었던 대부잔액이 반년 새 7.3% 증가했으며 전년(11조2000억원) 대비 17.8%, 2012년(8조7000억원) 대비 51.7% 급증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들의 자금수요가 늘고 있지만 제1·2금융권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법인 대부업자를 중심으로 대부잔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서민이 대부업을 찾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대부업도 엄연히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회사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 대부업체가 기승을 부리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불법채권추심과 고금리 대부업체 신고건수가 급증했다. 불법채권추심 신고건수는 올 1분기에만 9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77건)보다 15%가량 늘었다. 금감원은 불법채권추심 신고건수가 올해 36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등록대부업체 신고건수도 올 1분기에만 502건을 기록, 1년 전(316건)보다 58%나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20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불법채권추심과 미등록대부업체, 고금리 등을 합한 불법사금융 신고건수 역시 증가 추세다. 금감원은 지난해 5519건이던 불법사금융 신고건수가 올해 67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저신용 서민이 이용할 제도금융기관이 줄어든 셈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약 33만명이 총 10조5000억원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등록된 대부업체가 자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대부업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로 인하되면서 대부업체의 저신용자 대출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최고금리가 연 39%일 때 대부업 이용자의 평균 신용등급은 7~8등급이었지만 연 34.9%로 내린 후에는 7.3등급으로 우량화됐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최고금리가 더 인하된 올해의 경우 고객의 평균 신용등급은 더 내려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가계부채 급증이 불법 사금융 증가로 이어진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지만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불법 사금융을 없애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업체를 무조건 나쁘게 보지 말고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대부업권이 각자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율시장체제에 반하는 정책을 펴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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