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디자인, 프랑스식 위트와 혁신을 담다


시트로엥 C4 칵투스를 처음 본 건 2014년 초 프랑스에서다. 이전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를 미리 만났지만 그걸 그대로 내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말 그대로 콘셉트카는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한 차여서 ‘대량생산’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당시 시트로엥은 “사람들의 출시 요구가 빗발쳐서 그대로 내놨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로선 파격 그 자체였던 디자인으로 깊은 인상을 안겨준 칵투스가 지난 8월 국내 출시됐다. 다행(?)인 건 2년여 동안 만만찮은 생김새를 뽐내는 개성파 차종의 출시가 잇따른 점이다. 덕분에 칵투스의 겉모양에 놀라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소형SUV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독특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이를 인정해주는 문화도 생겨났다. 결국 칵투스는 절묘한 타이밍에 보수적인 국내시장을 두드린 셈이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사진제공=시트로엥
시트로엥 C4 칵투스. /사진제공=시트로엥

프랑스 자동차회사 시트로엥은 아방가르드의 상징이자 혁신의 대명사다. 현재 우리가 타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선조 격인 트락숑아방(1933)은 그야말로 상상을 현실로 만든 대표적 예다. 뒷바퀴 대신 앞바퀴를 굴려서 움직이는 방식(전륜구동)의 차종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하는 설계의 모범사례가 됐다. 게다가 프레임과 차체를 구분하지 않은 일체형 차체(모노코크)로 낮고 안정적인 비례감까지 갖췄다. 이 차가 자동차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다.

시트로엥의 ‘2CV’(되-세보) 스토리도 들어보면 칵투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0년대 나온 실용적 차 2CV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철철 넘친다. 당시 마차를 이용하던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차다. 기다란 농기구를 실어야 해서 지붕을 쉽게 열 수 있고, 덜컹거리는 시골 길에서도 시트에 놓아둔 달걀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는 개발 명제가 있었다. 심지어 시트를 떼어내 피크닉 의자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2CV는 여전히 프랑스 거리를 돌아다니며 최신 영화에서도 가끔씩 등장하는 친근한 차다.

◆현대적 실용의 아이콘


시트로엥의 모토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다. 창의적 기술로 프랑스 특유의 위트와 실용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다. 칵투스도 앞서 설명한 클래식카처럼 ‘새로운 시도’ 덕분에 큰 관심을 모았다.

우선 겉모양부터 남다르다. 옆면의 ‘에어범프’는 올록볼록한 TPU(Thermoplastic Poly Urethane)소재의 갑옷으로 다른 차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다. 사소한 외부충격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주차장에서 문을 여닫으며 생기는 흠집, 이른바 ‘문콕’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준다. 나아가 다른 색의 에어범프를 장착할 수 있어서 옷을 갈아입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멋진 양말과 멋진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패션이 달라 보이는 효과와 같다.


프론트 도어 에어범프는 컬러에 따라 개당 가격이 다르다. 블랙 9만6300원, 그레이 9만8300원, 초콜렛 9만7600원이며 리어 도어 에어범프는 3가지 컬러 모두 9만3700원에 교체할 수 있다. 공임은 무료, 부가세는 추가된다. 물론 에어범프 교체비용이 아깝다고 여길 수 있지만 차체가 손상됐을 때 수리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인테리어. /사진제공=시트로엥
시트로엥 C4 칵투스 인테리어. /사진제공=시트로엥
시트로엥 C4 칵투스 트렁크. /사진제공=시트로엥
시트로엥 C4 칵투스 트렁크. /사진제공=시트로엥

인테리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핵심은 에어백. 일반적인 자동차는 대시보드에 에어백이 있어서 물건을 올려둘 공간이 없었지만 칵투스는 에어백을 천장에 설치해 마법처럼 공간을 만들어냈다. 대시보드엔 8.5ℓ나 되는 톱박스가 설치돼 선글라스나 간단한 물품을 쏟아지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자리를 차지하던 커다란 기어봉은 ‘버튼’으로 대신했다. 그 자리엔 수납공간과 커다란 팔걸이를 뒀다. 문짝의 손잡이는 옛날 가죽여행가방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대시보드 상단 수납공간도 비슷한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시트도 거실소파에 앉은 듯한 느낌을 주는 소파시트다.

◆5만원 주유로 800㎞ 주행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대조적으로 운전과 관련된 부분은 최신 트렌드를 담아 디자인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모니터가 2개 보인다. 운전대 뒤편엔 속도 등 자동차의 정보를 확인하는 디스플레이가 있고 센터페시아엔 오디오와 공조장치, 트립 컴퓨터 등을 조작하는 모니터가 장착됐다. 운전대 구성은 사촌쯤 되는 C4 피카소와 비슷하다.

지붕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라고 부르는 통유리다. 열리진 않지만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햇빛가리개는 수동식이다. 조금 귀찮을 수 있다. 뒷좌석 창문은 아래위로 움직이지 않고 환기를 할 수 있을 만큼만 열린다. 성인이 타면 답답할 수 있지만 아이를 태웠을 땐 오히려 안심된다. 칵투스의 길이×너비×높이는 4160×1730×1530(㎜)며 휠베이스는 2595㎜다.

엔진은 PSA그룹의 장점이 드러나는 1.6 blueHDi. 최고출력은 99마력(@3750rpm), 최대토크는 25.9kg·m(@1750rpm)이다. 무게(공차중량)가 1240㎏에 불과해 소형디젤엔진이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고속에서 불리할 뿐 2.5ℓ 가솔린엔진에 견줄 만한 토크는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1.6 blueHDi 엔진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고급차에 주로 들어가는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을 적용해 유로6 환경기준에 대응했다. 애드블루라는 요소수를 통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 3000만원 미만 차종 중 푸조-시트로엥 차종만 이 방식을 쓴다.

변속기는 ETG 6단이다. 푸조에서 MCP라고 불린 그 변속기의 개량형이다. 운전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정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고 차가 꿀렁거린다고 투덜댄 변속기다. 시승차가 아니어도 그렇게 몰 건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부드럽게 달래줘야 하는 건 분명하다. 수동변속기 차량처럼 변속타이밍에 맞춰 페달을 밟았다 뗄 필요도 없다. 그저 절반쯤 밟는다고 생각하면 일반 자동변속기와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조금 익숙해지면 은근한 재미를 주는 변속기다. 패들시프터로 수동변속도 된다.

이런 생소함에도 뛰어난 연비 덕에 단점(?)은 금세 잊을 수 있다. 연비는 ℓ당 17.5㎞. 고속도로에선 19.5㎞다. 연료탱크용량은 45ℓ. 가득 주유하면 800㎞쯤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06g에 불과하다. 핸들링 역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이다.

워셔노즐은 차체가 아닌 와이퍼에 붙어있다. 워셔액을 조금만 뿌려도 날리지 않고 잘 닦인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사진제공=시트로엥
시트로엥 C4 칵투스. /사진제공=시트로엥

◆출시 후 각종 상 휩쓸어

C4 칵투스는 출시 이후 유럽에서만 15만대 이상 팔린 인기 차종이다. 올해의 소형 SUV, 가장 인기 있는 소형 패밀리카,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상,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 등 세계의 권위 있는 어워드에서 수상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 차가 유럽 이외 지역에 출시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아 굳이 다른 지역에 팔 이유가 없었지만 소형SUV 경쟁이 치열해지며 파이가 커진 국내시장을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많았을 것이다. 이에 가격이 비쌀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2490만원부터 2890만원까지로 책정했다.

자동차에 대한 아이디어를 프랑스식 위트로 녹여낸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에 국한된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