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6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에 오른 포스코건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8월 발표된 실적에서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휘청거리더니 최근에는 연말까지 52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져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특히 업계 1위 삼성물산도 두손 들고 떠난 여의도 흉물 '파크원' 공사의 새 시공사로 나서며 악재 속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8개월여를 맞은 해외통 한찬건 사장의 리더십까지 도마에 올라 하반기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포스코건설 사옥. /사진=김창성 기자
포스코건설 사옥. /사진=김창성 기자

◆상반기 실적악화 구조조정 칼바람

포스코건설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6777억원, 영업적자 1798억원, 당기순손실 168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 1조6878억원, 영업이익 27억원, 당기순손실 464억원을 포함하면 상반기 실적은 매출 3조3655억원, 영업손실 1771억원, 당기순손실 2145억원으로 곤두박질친다.


포스코건설의 실적부진은 지난 2011년 3분기 약 8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이후 4년여 만이다. 해외지사들의 잇따른 손실이 치명타였다. 1분기에만 해외지사 당기순손실이 브라질 590억8300만원, 베트남 67억5600만원, 태국 41억1800만원, 인도 22억87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3조5000억원 규모의 브라질 CSP 제철 플랜트 공사가 불법파업 및 통관지연 등으로 계약된 공기를 넘기고 발주처의 준공 승인 지연에 따른 준공예정일 연장까지 겹친 것이 컸다. 당시 포스코건설 측도 브라질 CSP 제철 플랜트 현장 공사기간이 늘어난 것을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포스코건설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자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달 4일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한단계 강등했다.

상반기 실적 부진 여파는 직원들의 희망퇴직으로 번졌다. 포스코건설은 정확한 시기와 감축인원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부진했던 해외발전·플랜트부문을 중심으로 연내 520명의 직원이 짐을 쌀 것으로 본다.


◆상사맨 출신 한찬건 리더십 도마

결과적으로 외부요인에 발목이 잡혀 실적부진을 떠안았지만 책임의 화살은 자연스레 한찬건 사장에게로 향했다. 한 사장은 지난 1978년 대우그룹에 입사한 이후 38년간 대우에서만 근무하며 나이지리아 라고스 주재원, 인도네시아 지카 지사장, 이란 테헤란 지사장을 거치는 등 오랜 해외 근무경력을 자랑하는 해외통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한 사장을 선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 사장이 전통적인 건설맨이 아닌 상사맨 출신이다 보니 취임 당시에도 건설업에 제대로 융화될 수 있을지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40여년을 상사맨으로 보낸 한 사장이 10대 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의 수장으로 과연 적절한지 취임 초기부터 논란이 지속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6월1일 일어난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는 한 사장 부임 초반 큰 악재로 작용하며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혔다. 특히 이 사고는 경찰 조사결과 기본적인 가스장비 관리 소홀과 관리 부실 등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드러나 포스코건설이 과연 10대 건설사가 맞는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상반기 실적부진은 재임기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전임 대표이사인 황태현 사장의 유산이라 해도 14명의 사상자를 낸 안전사고의 책임은 재임기간과 상관없이 온전히 한 사장의 몫이다.


한찬건 포스코건설사장. /사진제공=포스코
한찬건 포스코건설사장. /사진제공=포스코

◆하반기도 이어지는 가시밭길

상사맨 출신 한 사장이 10대 건설사인 포스코건설 수장에 오른 데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해외통인 한 사장이 영업능력을 발휘해 적극적인 해외사업 수주로 사업구조를 탄탄하게 다지길 기대했지만 하반기에도 해외 건설시장 업황은 좋지 않다.

저유가 여파에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지역 발주 물량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다. 또 과거와 달리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 건설사들과의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도 한몫했다.

공사 재개를 장담하지 못해 6년째 흉물로 방치됐던 여의도 파크원 시공사로 나선 것도 포스코건설에게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의도 파크원은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 탄생을 자신하며 지난 2007년 6월 첫 삽을 떴지만 2010년 10월부터 땅 주인인 ‘통일교 유지재단’과 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간 소송전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이 최근 손을 털면서 새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이 나섰다.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았던 소송이 마무리되며 포스코건설이 새 시공사가 됐지만 대규모 실적부진에 사옥매각까지 검토 중인 회사가 2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될 대규모 공사에 발을 담근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파크원 사업은 2조1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고 시행사 측은 자금 조달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자칫 계획이 지연될 경우 포스코건설도 금전적 손해를 피해갈 수 없다. 여기에 6년째 흉물로 방치되며 구조물 곳곳의 안전이 의심되는 파크원에서 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포스코건설이 떠안을 부담도 만만치 않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