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남양주, 슬로 그리고 미니멀
송세진의 On the Road – 남양주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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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서는 ‘느림’과 ‘작음’을 여행한다. 다산유적지와 조안면은 ‘느리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슬로시티다.
몽골문화촌에서는 ‘미니멀라이프’, 즉 유목민의 자족하는 삶을 볼 수 있다. 천천히, 그리고 소박하게 남양주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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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생태공원. |
◆다산유적지의 열수 정약용
남양주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처음과 끝이 있다. 선생은 1762년 음력 6월16일 현재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태어났고, 57세에 유배에서 풀려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기도와 고행의 삶을 살다 75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다산유적지에는 선생의 묘소와 선생을 비롯한 4형제의 생가터가 있다.
정약용 선생은 ‘다산’ 외에도 호가 많다. 잘 알려졌다시피 ‘다산(茶山)’은 강진에서 지은 호로 그곳에 차 나무가 많아서 붙여졌다. ‘여유당(與猶堂)’은 선생이 살았던 집의 당호이다. ‘삼미자(三眉者)’는 눈썹이 셋이라는 뜻으로 어렸을 때 앓은 천연두 때문에 눈썹에 흉터가 남아 붙여진 것이다. ‘사암(俟菴)’은 현세에 인정을 받지 못한 삶과 사상에 대해 후손들의 평가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열수’는 정약용 선생의 고향인 이곳과 관련이 있는 호다. 이는 조선시대에 한강을 지칭하는 지금의 남양주 조안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남양주에 오면 ‘다산 정약용’보다는 ‘열수 정약용’을 많이 듣게 된다. 실제로 선생은 ‘여유당’이라는 당호보다 ‘열수’라는 호를 즐겨 썼다고 한다.
남양주 다산유적지는 선생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수원 화성에서 실학자, 정약용의 합리성과 실행력을 볼 수 있고, 강진에서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의 면모를 볼 수 있다면 남양주에서는 보다 푸근하고 여유로운 정약용 선생을 느낄 수 있다.
여유당은 1925년 대홍수로 유실됐다가 1986년 지금의 자리에 복원됐다. 집 앞으로 강이 흐르고 뒤에 낮은 언덕이 있어 ‘수각(水閣)’이라 했다니 ‘열수’라는 호와 함께 강변에 살았던 선생의 삶을 알 수 있다. 소박한 학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주말이면 차를 시음하는 행사가 열린다. 차를 좋아했던 선생을 생각하며 잠시 머무르는 것도 좋겠다.
다산 선생의 묘는 부인 홍씨와의 합장묘다. 회갑을 맞은 다산은 ‘자찬묘지명’을 지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사서 육경을 안다’라고 했으나
그 행할 것을 생각해보면
어찌 부끄럽지 않으랴”
묘지명에서도 학문과 실천을 논했으니 삶과 죽음이 그대로 실학이다. 선생은 결혼한 지 60주년 되던 날 임종했다. 천주교도였던 그는 풍수지리를 믿지 않았고, 자신의 무덤을 쓸 때에도 풍수를 보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대의 풍수지리전문가들이 꾸준히 선생의 묘를 찾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유적지에서 강 쪽으로 나가면 다산생태공원이 있다. 아마도 이 강변은 선생이 산책하던 길이었을 것이다. 강을 따라 걸으며 선생을 생각하고, 선생의 저서를 기념한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겠다. 여름에는 연꽃이,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아름답다. 무엇보다 탁 트인 물줄기가 마음에 안식을 준다. 이 밖에도 다산유적지에는 다산문화관, 다산기념관, 실학박물관이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며 선생의 뜻을 기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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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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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문화관. |
◆슬로시티 조안, 느리게 먹는 밥
넓은 연잎을 깔고 찰밥을 올린다. 밤과 은행은 껍질을 벗기고, 대추는 씨를 빼고 돌돌 말아 썰어 꽃모양을 낸다. 연근도 한조각 썰고 잣도 충분히 준비한다. 찰밥 위에 준비한 재료를 보기 좋게 올리고 연잎으로 꼼꼼하게 싼다. 솥에 올려 20분, 연잎밥 완성이다.
내가 만든 연잎밥이 뭐였더라? 나름 표시를 한다고 했는데, 한번 푹 쪄서 나온 연잎밥은 만든이에게도 특별한 힌트를 주지 않는다. 함께 체험한 누군가의 연잎밥을 받아 접시 위에 올린다. 연잎을 한면씩 조심조심 걷으면 맛있는 김이 올라온다. 향기롭고 신선하다. 느긋하게 한술, 또 한술…. 천천히 먹으려 해도 밥이 자꾸 숟가락을 당긴다. 후식으로는 향긋한 구절초 차가 좋겠다.
남양주의 조안면은 2010년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수도권 최초의 일이다. ‘조안’이라는 말은 ‘새가 편안히 깃든다’는 뜻으로 이름부터 평화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이곳에는 전원마을, 장수마을, 연꽃마을, 전원일기마을 등 12개 느릿한 마을이 있다. 다산 정약용의 수기안인 철학과 안인사상을 표방하는 마을들이다. 슬로시티문화관은 이를 홍보하는 장소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 슬로장터를 열어 남양주의 유기농 특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고 압화체험, 도자기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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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문화촌 민속전시관. |
◆자족하는 삶, 몽골문화촌
몽골문화촌은 남양주에서 만난 의외의 여행지다. 몽골문화촌은 남양주시와 울란바타르시가 우호 협력관계를 체결하면서 민간 교류의 일환으로 자리 잡았다. 넓은 초원과 호수, 눈 시린 하늘 아래 말과 양떼가 노니는 몽골, 초록 잔디 위에 하얗고 둥근 게르가 띄엄띄엄 서 있고 장막 아래 마두금을 연주하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참으로 한가롭다. 슬로라이프와 썩 어울리는 나라인 것도 같다.
그러나 이들은 징기스칸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말을 달려 세계로 향했던 민족이다. 먹고 살 길을 찾아 끊임없이 유랑하며 터전을 개척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질 것과 누릴 것에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자족하며 생활한다. 요즘 지향하는 ‘미니멀한 삶’을 당초부터 살던 사람들이다. 몽골문화촌에서는 이들의 삶을 잠시 엿볼 수 있다.
모든 전시관과 공연장은 동그란 형태로 몽골인의 게르가 연상된다. 전시관은 민속전시관, 생태관, 역사관이 있다. 민속전시관에서는 몽골인의 의·식·주와 수공예품, 악기 등 그들의 생활을 살펴보고 생태관에서는 몽골의 야생 동·식물 등 척박한 환경을 확인한다. 전시관들 사이에는 그들의 전통 주거 형태인 게르가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 일상을 엿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게 꾸며졌다.
몽골문화촌의 하이라이트는 공연관람이다. 예술공연에서는 전통 악기연주와 노래, 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놀라운 것은 ‘허미’이다. 이는 몽골사람들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음을 내며 노래한다. 그러니까 베이스와 멜로디를 동시에 부르는 것이다. 흉내 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이 노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상공연은 가장 몽골인다운 공연이다. 몽골인은 말 위에서 태어나 말 등에 실려 죽는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들의 놀라운 모습에 정신을 팔다 보면 5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
[여행 정보]
다산유적지 가는 법
올림픽대로 – 서울외곽순환도로 – 중부고속도로 – 창우로 – 팔당대교 – 팔당대교IC에서 ‘소나기마을, 양평’ 방면으로 우측 – 경강로 – ‘다산유적지, 팔당댐’ 방면으로 우측 – 다산로 – 팔당역 앞에서 ‘조안면, 팔당댐’ 방면으로 좌측 – 다산로를 따라 이동
[대중교통]
운길산역 – 56번 승차 – 다산정약용유적지, 실학박물관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다산유적지: 검색어 ‘다산유적지’, 남양주 선택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1
슬로시티문화관: 검색어 ‘슬로시티문화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413
몽골문화촌: 검색어 ‘몽골문화촌’ /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비룡로 1635
다산정약용(남양주 다산유적지)
문의: 031-590-2481 / http://www.nyj.go.kr/dasan/index.jsp
입장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1월 1일, 설, 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슬로시티조안
문의: 031-521-5686 / http://slowcityjoan.kr
슬로시티문화관 개장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설, 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몽골문화촌
문의: 031-559-8018 / http://www.mongoliatown.co.kr
전시관 이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몽골마상공연: (50분 공연) 1회 오후 1시 20분 / 2회 오후 6시
몽골민속예술공연: (1시간 공연) 1회 오전 10시 50분 / 2회 오후 2시 30분
통합권(두 공연 모두 관람): 어른 1만2000원 / 어린이, 청소년, 군인, 만 65세 이상 6000원
*기타 요금 홈페이지 참고
숙박, 체험
채운농원: 연잎밥 만들기, 효소 식초 만들기 등 농촌 체험과 함께 숙박이 가능하다.
010-9052-9625 /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모꼬지로 311번길 65
카페, 식사
고당: 한강변의 드라이브족들에게 한옥 카페로 유명하여 주말에는 빈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이다. 입구 쪽에 식당 건물이 따로 있어 식사도 가능하다.
031-576-8090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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