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인디'] 음악을 사랑한 네 남자의 이야기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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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람들이 음원사이트 ‘차트 100’에 있는 곡 위주로 듣더라고요. 차트 안에는 없지만 다른 좋은 곡들도 많으니 다양한 루트로 여러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김장원)
인디신을 대표하는 헤드라이너급 밴드 ‘데이브레이크’(보컬 이원석·베이스 김선일·키보드 김장원·기타 정유종)가 지난 6월 정규 4집(WITH)으로 우리 앞에 돌아왔다. 인디로 시작해 대중에게 인정을 받기까지 지난한 길을 걸어온 밴드. 인터뷰 내내 소년 같은 감성과 음악을 향한 열정이 가득 느껴진 어느덧 ‘데뷔 10년차’ 데이브레이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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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선일, 김장원, 정유종, 이원석. /사진=임한별 기자 |
◆‘좋다’로 가요계 ‘들었다 놨다’한 네 남자
“데이브레이크는 2009년 밴드 등용문이었던 EBS <스페이스 공감-헬로루키>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이때 ‘좋다’라는 곡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죠. 헬로루키를 통해 다시 용기를 얻었고 2010년 2집을 발표했습니다.”(김장원)
데이브레이크는 ‘좋다’와 ‘들었다 놨다’가 수록된 2집부터 빛을 발했다. 멤버들은 첫 만남을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특히 저희 멤버 선일이는 떠오르는 베이스 연주자였어요. 그래서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고 데이브레이크를 만드는 데 1등 공신이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하면서 오히려 연주자로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은 건 아닐까 가끔 생각할 때도 있어요.”(이원석)
멤버들이 서로를 떠올리며 말할 때 담긴 진심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친한 친구들끼리 투닥거리듯 장난을 치다가도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또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동의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데이브레이크에게서 ‘진짜 어른’의 면모도 느낄 수 있었다. 알면 알수록 ‘진국’인 데이브레이크의 음악과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었다.
“밴드라면 시끄럽고 무거운 사운드를 생각하는데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은 팝 성향이 짙어요. 소리가 강렬하진 않지만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는 넘치고 폭발적이죠. 또 멤버들 간의 합이 잘 맞는 게 참 좋습니다.”(김장원)
데이브레이크가 밴드로 결성된 것은 2006년. 저마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도 성격도 다른 네 남자의 인연은 ‘팝’에서 시작됐다. 팝 장르의 음악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됐고 마음이 맞아 멤버가 됐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다. “가수는 곡명 따라 간다”는 말처럼 국내 가요계를 ‘들었다 놨다’하는 정상급 밴드 데이브레이크가 생각하는 ‘인디’에 대해 들어봤다.
“사실 요즘 인디 음악을 하면서 먹고사는 것 그리고 인정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우리도 아직 힘들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실력 있고 열정도 많은데 알려지지 못한 뮤지션이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 많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김선일)
스스로를 가리켜 ‘운’이 좋았다는 그들. 데이브레이크 멤버들은 인디 밴드에게 제공되는 채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인디문화와 클럽 공연이 활성화됐지만 홍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면서 많은 뮤지션들이 내쫓기는 상황이다. 수많은 뮤지션 중에서 원하는 음악도 하고 좋은 기회까지 얻은 자신들이 정말 운이 좋았다는 그들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변함없는 10년, 앞으로의 10년도 기대
드럼 세션을 담당하던 멤버가 1집 이후 탈퇴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변함없이 10년을 함께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인기를 얻은 후에도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데이브레이크의 초심을 잃지 않게 해준 자극제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또한 그들만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십센치(10cm)와 혁오처럼 잘된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요. 풍부한 경험과 음악을 편식하지 않는 부분이 우리의 강점이자 경쟁력이에요. 이러한 강점이 우리 음악에 많이 녹아있고 데이브레이크만의 색깔이 됐습니다.”(김선일)
데이브레이크는 1집부터 4집까지 계속 진화했다. 비슷한 음악에 안주하지 않고 3집에서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올해 발표한 4집은 데이브레이크가 뮤지션으로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멤버 개개인에게도 애착이 가는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순간 정착하고 스타일을 반복하면서 뮤지션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데이브레이크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금보다 더 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세계 제패’ 또는 ‘차트 싹쓸이’ 같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요. 본질적으로 행복한 음악, 건강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원석)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어떤 모습의 데이브레이크가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지금처럼 멤버들과 함께 즐겁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네 남자. 데이브레이크의 청사진은 현재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데뷔 10년차 밴드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음악과 악기를 사랑하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롤링스톤스처럼 나이가 들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런 밴드가 되는 게 지금의 꿈입니다. 공연을 했을 때 찾아와주는 팬들이 있어야 데이브레이크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김장원)
“계속 음악을 하다 보니 4집까지 발매했어요. 점점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느껴요. 앞으로의 데이브레이크도 지금처럼 계속 성장하는 뮤지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순간 음악적으로 반복하거나 정착한다면 뮤지션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니까요. 데이브레이크만큼은 꾸준히 성장하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정유종)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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