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엔 ‘무관심’…경제는 ‘스마트’

밀레니얼(Millennial)이 미국을 바꾸고 있다. 이들이 미국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는 물론 산업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밀레니얼은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 세대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펴낸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밀레니얼이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과거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1965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나 1965년~1976년 사이에 태어난 ‘엑스(X) 세대’가 세상을 바꿔놨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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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유권자 급증했지만 ‘정치’ 무관심… 대선 변수

지금 미국의 밀레니얼 인구는 6920만명으로 베이비부머 세대 유권자 6970만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인구 비중으로 보면 세번째로 큰 투표 집단이다. 

하지만 이들은 논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 9일 실시된 2차 TV 대선후보 토론의 경우 6000만명이 시청했지만 이 가운데 밀레니얼은 16%인 1000만명에 그쳤다.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모두에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73%가 트럼프 후보에 비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클린턴 후보에 투표할 것이란 응답도 40%에 못 미쳤다. 4년 전 60%가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밀레니얼의 투표가 올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2008년 대선 때 밀레니얼의 투표율은 50%였고 2004년과 2012년에는 각각 46%를 기록했다. 당시 엑스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투표율 60%와 7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18~24세의 젊은 밀레니얼의 투표율은 38%에 그쳤다. 또한 최근 워싱턴 포스트 조사에서 11월8일에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밀레니얼은 41%에 그치고 있다. 반면 엑스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75%가 투표 의사를 갖고 있었다.

지난 9월29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유권자의 63%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비판적이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비판적인 비율은 40%였다. 

지난 8월 퀴니피악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60%는 제3의 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1960~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엑스세대의 경우 이 비율이 40%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가운데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칸 아메리칸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무관심하다고 여기고 있고 이 때문에 정치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파워 리서치에 따르면 4년전 대선 당시 투표 의사를 밝힌 남미계는 77%에 달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69%로 하락했다. 

◆밀레니얼, 자동차 산업 지형도 바꿔… 리스 늘고 ‘정가 판매’ 선호

밀레니얼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최대 고객층으로 부상 중이다. 딜러트랙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신규 할부 이용자의 35%가 밀레니얼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동차 리스에 대한 밀레니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7월까지 자동차 리스의 27%를 밀레니얼이 차지했다. 2012년 20%에 비해서 7%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 리스가 7%포인트 높아진 것도 밀레니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리스의 경우 기간이 비교적 단기간이고 밀레니얼은 자동차 소유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신용도가 한 단계 낮은 등급(서브프라임)이 적용된 자동차 계약의 경우 밀레니얼이  43%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에 비해 15%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지난해에 비해서도 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밀레니얼은 할인판매 관행까지도 바꾸고 있다. 음악과 영화, 호텔 등 대부분 구매를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대리점 여러 곳을 둘러보고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밀레리얼에게 이런 방식은 너무나 귀찮고 번거로울 뿐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는 지난해 제너럴 모터스(GM)와 계약을 맺고 고정된 가격에 46만5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올해 9만대 판매가 예상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고정 가격 판매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일본 업체 스바루와 렉서스도 특정 지역에서 이같은 가격 방식을 이미 실험 중이다.

이런 변화는 밀레니얼의 경우 이미 온라인을 통해 가격 정보를 찾아보기 때문에 자동차 딜러와 가격 협상이 크게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제시한 가격이 비싼 것인지 아니면 더 싼 것인지 잘 알고 있어서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자동차 구매시 사전에 평균 25개 사이트에서 가격과 성능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리블랜드에서 자동차 판매점에서 일하는 앨리슨 스피쳐 부사장은 “밀레니얼은 판매사원을 찾지 않는다”며 “그들은 오히려 고객센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인터넷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차를 판매하는 날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 주에서는 법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판매점에서 금융회사와 연계해 할부금융 등을 함께 제공하는 관행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밀레니얼들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알고 있는 만큼 이같은 방식이 큰 이점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렉서스의 제프 브랙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몇 차례 조사를 통해 젊은 층은 전통적인 협상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고정 가격 판매를 실험하고 있고 일부는 아예 대리점 방문 자체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돈’ 없지만 ‘유기농’ 선호… 시장 규모 급성장

소득 기준으로 보면 밀레니얼은 아직 하위 계층이다.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취직한 지 10년 미만이어서 고액 연봉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소비 패턴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대표적으로 밀레니얼은 과거 세대에 비해 유기농 제품 선호도가 월등히 높다. 유기농 거래 협회(OTA)에 따르면 밀레니얼 가구의 52%가 유기농 음식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엑스세대 35%와 베이비부머 1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OTA 최고경영자(CEO)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음식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며 “밀레니얼 부모들은 유기농의 이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기농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유기농 음식이 어떻게 재배되고 생산되는지 잘 알고 있고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유기농 체계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특파원 리포트] ‘밀레니얼’이 미국을 바꾼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유기농 시장 규모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유기농 시장 규모는 2014년 397억달러(약 44조5950억원)에서 지난해 433억달러(약 48조6390억원)로 11% 증가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이 같은 소비 행태로 인해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가 됐다. 가처분 소득에서 음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