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는 지난 2013년 12월 국내 보험업계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열었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생명보험사 초대 대표를 맡아 온라인보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


그로부터 3년여. 의구심을 신뢰로, 우려를 기대로 바꾸기까지 이 대표의 시간은 숨 가쁘게 흘렀다. 숫자에 밝고 평생 보험만 생각하며 살아온 이 대표가 느꼈을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라이프플래닛의 파격적인 실험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달 이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금융맨으로, 교보생명의 촉망받는 임원으로 탄탄대로 인생을 살아왔던 이 대표가 라이프플래닛 지휘봉을 잡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 대표를 만나 지금까지 이룬 것과 이룰 것에 대해 들어봤다.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 /사진제공=교보라이프플래닛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 /사진제공=교보라이프플래닛

◆“생명보험업의 본질은 ‘생명’ 보장”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라이프플래닛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대표실에 들어서자 그의 책상 주변은 여러 가지 필기를 해둔 각종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다. 책상 옆엔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가 놓여있었다.


“온라인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보험사가 여기(온라인 시장)에 동참해준 것도 도움이 됐고요.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동안은 고객의 신뢰를 얻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내실을 다지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라이프플래닛은 모회사인 교보생명과 일본 인터넷 생명보험사인 라이프넷이 약 8대2로 지분투자해 공동 설립한 인터넷 전업생명보험사다. 소비자가 직접 가입부터 유지, 보장까지 모든 절차를 인터넷을 통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설계사, 텔레마케터 등이 보험 가입을 권유해 상품을 파는 기존 보험사와 채널 구조가 다르다. 대신 기존 오프라인 상품 대비 보험료가 20%가량 저렴하고 필요한 위험 보장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생명보험업의 본질은 보장기능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말 그대로 생명을 담보로 보장해주는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이 생명보험사의 기본 상품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보험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데 치중돼 정기보험에 소홀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라이프플래닛은 정기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최근에는 정기보험에 국내 최초로 ‘슈퍼건강체’ 개념을 도입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정기보험은 경제활동 기간 내 조기 사망을 대비하는 보험으로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가 약 30~40%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교보라이프플래닛
/사진제공=교보라이프플래닛

◆국내 변액보험 들여온 주인공

이 대표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어린 시절 “공부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 가서 20년간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이민 1세대인 거죠. 대학교에선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고등학교 때 미국 애들보다 잘하는 것을 찾는데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라 이길 수가 없었죠. 그래서 좋아하는 수학, 과학을 전공으로 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범생이’였어요. 그때 집, 학교, 도서관을 반복하며 하루 종일 수학과 물리학만 파고 살았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수학을 전공하고 계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계리사가 되고 보니 보험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첫 직장인 워싱턴DC에 있는 초크컨설팅에서는 컨설팅 업무를 맡았고, 뉴욕의 피델리티 앤 개런티 생명보험과 악사 생명보험 재보험사에서 보험 관련 업무를 두루 익혔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변액보험 전문가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국내 최초로 변액보험을 도입했다. 

“선진 금융기술을 접하다 보니 새로운 목표가 생기더군요. 여기서 배운 기술을 고국에 전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한국으로 귀국했던 2001년은 금융사들이 해외 전문인력을 대거 뽑던 시절이었는데 저는 교보생명에 스카우트됐어요. 당시 교보생명에서 변액보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것에 주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이 대표는 교보생명에서 13년간 근무하며 상품개발부터 마케팅, e-비즈니스 등을 맡았다. 그가 인터넷 생명보험사업을 검토한 것은 2010년부터다. 라이프넷과 함께 3년 동안 치밀한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 생명보험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 보험업계뿐 아니라 교보생명 내부에서도 적잖은 우려가 있었다. 생명보험 온라인시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시장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만연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라이프플래닛이 출범했다.

지금까지의 실험은 성공적이다.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아 신규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해소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모바일슈랑스를 도입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지난해 말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인터넷보험(CM)채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 6월 기준 25회차 계약유지율은 90.4%로 전체 생보사 중 2위를 차지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인 이 대표지만 그는 가족과의 시간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두번 퇴근 후 두 아들과 검도를 하고 돌아오는 길엔 대화를 나눈다.

“여유가 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고객에게서 신뢰를 얻는 것만큼 가족과의 시간도 제겐 무척 중요합니다. 좋은 CEO가 되기 위해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이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좋은 CEO가 되는 게 저의 꿈입니다.”

☞ 프로필

▲1966년생 ▲1989년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수학과 졸업 ▲1991년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주립대학원 수학과 졸업 ▲1991~1993년 초크컨설팅 ▲1993~1995년 리걸 앤 제너럴그룹(뉴욕 윌리엄 펜 생명보험사) ▲1995~1998년 피델리티 앤 개런티 생명보험 ▲1998~2001년 악사생명보험 재보험사 ▲2001~2013년 교보생명 상품지원실장, e-비즈니스 사업추진단 담당임원 ▲2013년~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