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올드’한 사과, ‘뉴롯데’ 만들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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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또 한번 머리를 숙였다. 지난달 25일 신 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그동안의 롯데그룹 검찰수사와 관련 국민에게 물의를 빚은 점을 공식 사과했다.
지난해 ‘형제의 난’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던 신 회장은 당시보다 ‘양과 질’이 다소 무거워진 사과 내용과 혁신안을 들고 국민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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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
◆2% 부족한 혁신안… 첫 사과 때와 비슷
이날 신 회장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뉴롯데 혁신안’을 들고 나왔다. 비도덕적 기업경영논란을 의식한 듯 ‘준법경영’을 강조했고 문제가 됐던 정책본부를 축소했다. 사회공헌 지원방안과 호텔롯데 재상장도 포함됐다.
재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신 회장의 이번 혁신안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대국민 사과 내용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 회장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인 후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읊었다. “국민에게 불미스러운 사태(경영권 분쟁)로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고 “지배구조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과감히 개혁하겠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개혁은 없었다. 오히려 곪았던 점들이 터져나왔다. 따라서 이번 사과문을 국민이 다르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신 회장은 앞으로 5년간 4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3년 동안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창출문제는 재벌총수들이 주로 특별사면을 받을 때 쓰는 카드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최근 사면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46조원에 이르는 대형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투자다 보니 실제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어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에서 질의응답을 생략한 신 회장의 행동도 아쉬움을 낳았다. 당시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사과문을 읽는 모습을 보러온 게 아니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대신 이종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가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약 8분간 진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형 혁신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은 지난해와 달랐지만 방안은 말 그대로 방안 아니냐”며 “특히 대규모 투자와 채용은 그룹 성장동력이 제대로 가동될 때 현실화될 수 있는 얘긴데 이를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롯데’로 가는 최대 고비는 재판
신 회장이 들고 나온 혁신안 중 ‘준법경영위원회’가 눈에 띈다. 롯데는 외부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이 기구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준법경영위원회는 올해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필수적으로 설치돼 각 계열사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조직인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그룹의 준법경영을 감독한다.
이 기구가 어떤 식으로 그룹 내에서 뿌리내릴지도 관심사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투명경영위원회 혹은 준법경영을 위한 내부지침을 두고 있다. 하지만 ‘도덕교과서’ 수준의 지침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흔치 않다.
또한 이 기구의 경우 기업의 도덕성과 준법경영보다는 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한 기구에 가깝다. 그나마 롯데의 준법경영위원회가 회장 직속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여타 기구와 차별성을 띠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종현 정책본부 상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필수적으로 설치한 투명경영위원회와 준법경영위원회는 다르다”며 “이 기구는 신 회장 직속 기구로 외부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해 롯데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제도를 관리·감독한다. 그룹과 계열사에 비준법적인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내에서 컨트롤타워를 담당한 정책본부의 역할은 대폭 축소된다. 불필요한 중복투자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본부를 설립했으나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정책본부 축소개편은 그간 집중됐던 힘의 분산을 의미한다. 단, 세부적인 조직개편안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투톱체제로 힘의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 정책본부가 개편될지 관심이 모인다.
롯데그룹의 혁신안 중 계열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방안은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이다.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상장하면 공시 등을 통해 주요 경영행위가 외부에 공개되는 만큼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다. 신 회장이 노리는 ‘뉴롯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체제 전환 역시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도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이나 지주회사 전환이 현재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문제다. 재판이 진행 중인 신 회장이 만약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상장 결정이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장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 측이 예비심사과정에서 신 회장과 관련한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부담요인이다. 결국 재판결과는 신 회장의 미래를 넘어 그룹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혁신안을 기점으로 신 회장의 글로벌그룹으로의 성장비전은 한발 물러서게 됐다.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글로벌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사업을 영위했으나 큰 폭에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신 회장이 매출보다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그룹 내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을 비롯해 지나야 할 관문이 아직 많이 남았다.
☞프로필
▲1955년생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경제학부 학사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MBA ▲일본 롯데 이사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 ▲롯데그룹 회장
▲1955년생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경제학부 학사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MBA ▲일본 롯데 이사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 ▲롯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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