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덫’에 빠진 기업들, 검찰 수사 확대에 ‘곤혹’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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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 10: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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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가 돈줄 역할을 한 대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그의 측근들에게 다양한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원 논의가 있었던 기업들이 모종의 대가를 받거나 요구한 게 드러날 경우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정경유착’ 비판도 불가피하다. ‘최순실의 덫’에 빠진 재계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삼성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최순실씨의 딸인 승마 선수 정유라(20)씨가 출전하는 마장마술에 186억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삼성이 연간 승마협회에 내놓는 찬조금이 13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지원이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최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지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 측은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올림픽 유망주 육성을 위해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삼성의 마장마술 지원은 선수 선발 절차의 투명성 문제에 대한 항의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씨 모녀가 소유한 스포츠컨설팅 회사 ‘코레스포츠’와 계약을 맺고 컨설팅비로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비용 중 10억원 이상이 그랑프리 대회 우승마인 ‘비타나V’ 구입에 쓰였고, 독일에서 이 말을 타고 훈련한 사람은 최씨 딸뿐이다.
삼성이 정씨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삼성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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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
미르·K스포츠재단에 49억원을 지원한 포스코는 최씨가 주도한 더블루K재단 등과 배드민턴팀·종합스포츠단 창단을 협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더블루K 조모 대표는 포스코 측에 접촉해 “배드민턴 창단에 대해서 빨리 진행이 되도록 하겠다”는 반응을 얻어냈다고 최씨에게 보고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여러 민원 중 하나로 당시 배드민턴팀이나 새 스포츠단을 창단할 여력이 없었고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일 한겨레 등이 입수한 K스포츠재단 자료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재단이 추진하는 체육인재 육성사업에 70~80억원대 지원을 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회장은 협조하는 대신 세무조사에 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의는 결국 조건부 투자는 받지 말라는 최씨의 결정에 따라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영 측은 “이중근 회장이 K스포츠재단 관계자를 만난 것은 맞지만 안 전 수석은 만난 사실이 없다”며 “세무조사 관련 편의를 봐달라는 제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씨 측에 비협조적인 인사는 재계 총수도 예외없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최씨의 이권사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이와 관련 조직위 안팎에선 최씨가 평창올림픽 관련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는데 결재권자였던 조 회장이 깐깐한 심사로 문제를 제기하자 작용하자 강제로 사퇴시킨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한진해운이 정부의 추가 지원을 못받고 법정관리로 넘어간 것도 최씨에게 밉보인 결과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 최씨 관련 단체나 개인에게 자금을 출연한 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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