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추진 LNG운반선’의 항해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천연가스 추진 LNG운반선’의 항해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선박 연료·평형수 규제 강화, 
해운·조선업 희비 교차

-국내 조선업계 친환경 기술 세계 최고수준, 신규수주 기대감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크게 강화한다. 아울러 선박평형수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와 관련한 규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해운업계는 그동안 선박 연료로 주로 써온 저렴한 벙커C유를 사실상 쓰지 못하게 되고 선박평형수관리장치까지 추가해야 해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극심한 수주난에 허덕인 조선업계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의 수요가 늘어나게 돼 업체 간 수주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규제, 어떻게 달라지나…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런던에서 개최된 제70차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 참석했다. 101개 회원국과 59개 정부간․비정부간 국제기구 대표 등 약 1073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새로운 사항이 결정됐다.


우선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유 내 황함유량 기준이 현행 3.5%에서 2020년 0.5%로 강화된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탈황시설, 저유황유 공급설비와 저장공간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선주 측도 저유황 연료유를 사용하거나 배기가스 세정장치(Scrubber)를 설치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평형수처리설비의 정부형식승인지침(G8)도 개정됐다. G8 지침이 2018년 10월28일부터 적용됨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선박평형수관리법’과 하위법령을 손볼 계획이다. 다만 인도, 라이베리아 등 일부 국가의 제안에 따라 선박평형수처리장비의 의무 설치시기는 내년 회의에서 2022년 또는 2024년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회원국은 4일부터 발효되는 파리협정에 발맞춰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개정안을 채택하고, 선박 연료사용량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2019년 1월1일부터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박광열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사항이 해운·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국정과제인 ‘해양신산업 육성’을 달성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며 “선박평형수 기술협력 국제포럼 등을 개최하는 등 선박평형수처리설비시장 선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업계, 신규수주 기대감

IMO는 내년 9월부터 선박평형수 협약을 발효해 모든 국제선 운항 선박에 평형수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현재 5만여척의 선박들은 2022년까지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를 설치해야 하며, 이로 인해 연평균 약 65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2019년까지 선박평형수가 필요없는 신개념 선박의 핵심기술 개발을 마칠 계획이며 내년까지 해상 실증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선체 경량화로 연료비를 평균 15%, 평형수처리장치 설치비용 10억~15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에 화물을 실으면 무게중심이 높아진다. 이 경우 작은 파도에도 배가 뒤집어질 수 있어서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배 바닥 탱크에 ‘평형수’를 채운다. 말 그대로 평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무게추’다.


보통 평형수는 바닷물을 빨아들여 채우고, 화물을 내렸을 땐 효율을 높이기 위해 평형수를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양생태계 오염이 지적됐다. 특정 지역 바다에서 대량으로 빨아들인 바닷물을 다른 지역 바다에 그대로 쏟아내기 때문에 물속에 포함된 미생물과 오염물 등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도 조선업계엔 호재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지난해 14.4g/KWh에서 올해 3.4g/KWh로 강화됐고, 황산화물(SOx)에 대한 규제도 지난해 3.5%에서 2020년 0.5%로 엄격해진다.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와 황산화물 저감장치(scrubber)는 이미 국내개발을 마친 상태다. 조선업계는 신규수주 외에도 기존 선박을 LNG추진선으로 개조하는 모듈화 기술을 2017년까지 갖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친환경 ‘에코십’ 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엔진의 출력을 높여 출력 당 중량을 줄이는 데 집중했고, 가벼운 가스터빈과 폐열 회수보일러 기술 등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했다. 삼성중공업은 세이버 핀(SAVER-Fin)이라는 ESD(에너지절감장치)를 통해 연료효율 향상을 꾀했다. 선체 주변의 물 흐름을 제어해 저항을 줄여 연료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최대 5%쯤 효율이 좋아지고 진동은 50%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천연가스 추진 선박('ME-GI LNG선)에 큰 강점을 보인다. 2013년부터 상용화에 성공한 이 시스템은 다양한 선박에 적용 가능하며, 일반적인 전기추진 방식과 비교해 효율이 20%쯤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환경규제 덕에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 신규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상선 13000TEU급 선박 /사진=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 13000TEU급 선박 /사진=현대상선 제공

◆부담 늘어난 해운업계

기대감에 들뜬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업계 표정은 어둡다. 새로운 지출이 늘어나게 된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낮은 운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료비 상승, 선박 환경규제 충족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통상적으로 선박이 1년간 쓰는 유류비는 선박 가격의 20~30%에 달한다. 20년 이상 운항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꽤 큰 부담이다. 그동안 써온 벙커C유 대신 MGO(Marine Gas Oil)나 LNG로 바꿔야 하는데 가격이 저렴한 LNG에 관심이 모인다.

해양수산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체들은 선박 연령이 해외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고, 에너지 효율등급도 선진국에 비해 낮다. 지난해 기준 국내업체 평균선령은 13.8년으로 세계 10대 해운국 선박의 12년보다 높다. 특히 먼 거리를 다니는 원양 컨테이너 선박의 에너지효율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고, 가까운 거리를 다니는 컨테이너 및 탱커선의 효율은 보통 수준이다.

하지만 새로운 배를 구입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국내 해운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중이어서 자금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조선업계 상생만이 살 길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글로벌 수주감소 외에 국내발주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국에 비해 자국 발주 비중이 매우 낮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주량 중 자국발주 비중은 일본 80%, 중국 69%인 반면 우리나라는 21%대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연말께 ‘해운-조선 협력네트워크’를 신설, 해운·조선간 정보 공유를 통해 수요-공급 불일치를 완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선박의 수요-공급에 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상생체계를 공고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