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나무집 건축가’의 인생 2막
People / 곽창식 나무아래 공동대표
김노향 기자
12,526
공유하기
서울 강남에서 승용차로 30분. 실개천 하나를 두고 성남과 용인을 경계 짓는 ‘고기동’ 일대는 주택공사가 한창이다. 이 동네의 집들은 하나같이 1~2층 단독주택이거나 층수가 낮은 테라스하우스다. 고층건물과 아파트는 볼 수 없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목조주택도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제각각 다른 모양과 크기지만 비슷비슷한 집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마을을 형성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곽창식 나무아래 공동대표(42)는 약 6개월 전 이곳에 정착했다. 그가 직접 설계한 ‘일본식 프리컷(Pre Cut) 중목구조’ 집은 가족을 위한 선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과 직장생활로 40년 넘게 도시인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 시골 건축가로서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일본 서적으로 독학해 건축 길 입문
“저도 서울에서는 남들처럼 아파트에 살았어요. 그런데 층간소음 문제도 있고 어린 자녀가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곽 대표는 4년 전 볼보자동차코리아에 사표를 내고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때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고 볼보에서는 마케팅 업무를 맡았으니 건축 분야는 문외한이었다.
가장 친한 고교 동창이 일본 건축자재 무역일을 하면서 곽 대표는 자연스레 일본식 중목구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현재 나무아래 공동대표이자 한 동네에 사는 이웃이다. 두 사람은 집을 짓기로 결심한 후 용인의 부지를 알아보고 일본 서적을 보며 독학했다. 곽 대표는 “건축설계에 관한 공부는 자재와 시공단계를 이해하고 공사현장을 다니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조주택은 기본적으로 나무를 이용해 주요 뼈대를 맞추는 구조인데 국내 업체 대다수가 북미식으로 짓는다. 일본식 중목구조는 일본 본사에서 최종설계를 하고 컴퓨터로 정밀재단한 자재와 전문 목수를 보낸다. 곽 대표가 하는 일은 1차 설계며 시공 역시 현장에서 목수에 의해 블록 맞추듯 이뤄진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친환경자재라 단열과 먼지 흡수가 잘되고 온도·습도가 자동조절돼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또한 콘크리트집에 비해 공사기간이 1.5배 이상 짧다. 곽 대표의 집은 조경을 포함해 5~6개월이 소요됐지만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고 3개월가량이면 충분하다. 이음매를 철물로 결합해 지진에도 안전하다.
중목구조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5년 고베 대지진 후 이런 설계기법이 일본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2006년 일본에서 중목구조집으로 공개실험을 진행했다. 고베 대지진의 2배 가속도로 충격을 가하고 흔드는 시험을 했으나 벽지와 벽체 일부가 찢기는 현상이 있을 뿐 구조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곽 대표는 “일본식 중목구조는 규모 5~6 이상 지진에도 안전하다”며 “지난 9월 경주 지진 이후 시공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아래 집은 국내에서 가장 두꺼운 골조를 사용하고 일본 특허를 받은 튼튼한 철물공법으로 짓는다”고 소개했다.
이런 일본식 중목구조를 설계하는 업체는 국내에 3~4개 정도인데 주로 서판교에 몰려있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단점은 시공비가 비싼 편이라는 것. 3.3㎡당 평균 시공비가 일반 콘크리트집 400만~500만원, 북미식 목조주택 500만~600만원의 두배에 가까운 1000만원대다. 곽 대표는 인건비와 마케팅비를 없애고 3.3㎡당 700만원선을 제시한다.
곽 대표 집은 1~2층을 합한 면적이 약 149㎡다. 1층엔 부모님이, 2층엔 곽 대표 부부가 거주하는데 실외계단을 통해서만 2층 진입이 가능해 사생활이 보호된다. 인터뷰 도중 2층 실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가 미리 설명해준대로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나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천장 등의 나무골조가 좋은 향과 함께 인테리어적으로 예스러운 분위기를 낸다는 점이다.
◆“자급자족 통해 줄이는 삶 살고 있어요”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전원 속 삶. 그리고 제2의 직업. 현재 그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그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덜 바쁘고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 무엇보다 가족 중심의 일상을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텃밭에서 고추, 상추, 파 등을 재배해 먹으며 자급자족 하고 있어요. 줄이는 삶을 통해 생활비를 아끼니까 사업도 욕심 낼 필요 없이 능력에 맞춰 적당히 하면 되고요.(웃음)”
많은 사람이 도심을 벗어나고 싶어도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과 자녀교육 때문일 것이다. 곽 대표는 “회사는 다닐 만큼 다녔고 돈은 적게 쓰면 되니까 아쉬움이 없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진학하기 전까지만 이런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면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습니다. 4년 전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저도 이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인생은 타이밍이에요.(웃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목조주택도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제각각 다른 모양과 크기지만 비슷비슷한 집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마을을 형성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
곽창식 나무아래 공동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
곽창식 나무아래 공동대표(42)는 약 6개월 전 이곳에 정착했다. 그가 직접 설계한 ‘일본식 프리컷(Pre Cut) 중목구조’ 집은 가족을 위한 선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과 직장생활로 40년 넘게 도시인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 시골 건축가로서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일본 서적으로 독학해 건축 길 입문
“저도 서울에서는 남들처럼 아파트에 살았어요. 그런데 층간소음 문제도 있고 어린 자녀가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곽 대표는 4년 전 볼보자동차코리아에 사표를 내고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때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고 볼보에서는 마케팅 업무를 맡았으니 건축 분야는 문외한이었다.
가장 친한 고교 동창이 일본 건축자재 무역일을 하면서 곽 대표는 자연스레 일본식 중목구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현재 나무아래 공동대표이자 한 동네에 사는 이웃이다. 두 사람은 집을 짓기로 결심한 후 용인의 부지를 알아보고 일본 서적을 보며 독학했다. 곽 대표는 “건축설계에 관한 공부는 자재와 시공단계를 이해하고 공사현장을 다니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조주택은 기본적으로 나무를 이용해 주요 뼈대를 맞추는 구조인데 국내 업체 대다수가 북미식으로 짓는다. 일본식 중목구조는 일본 본사에서 최종설계를 하고 컴퓨터로 정밀재단한 자재와 전문 목수를 보낸다. 곽 대표가 하는 일은 1차 설계며 시공 역시 현장에서 목수에 의해 블록 맞추듯 이뤄진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친환경자재라 단열과 먼지 흡수가 잘되고 온도·습도가 자동조절돼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또한 콘크리트집에 비해 공사기간이 1.5배 이상 짧다. 곽 대표의 집은 조경을 포함해 5~6개월이 소요됐지만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고 3개월가량이면 충분하다. 이음매를 철물로 결합해 지진에도 안전하다.
중목구조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5년 고베 대지진 후 이런 설계기법이 일본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2006년 일본에서 중목구조집으로 공개실험을 진행했다. 고베 대지진의 2배 가속도로 충격을 가하고 흔드는 시험을 했으나 벽지와 벽체 일부가 찢기는 현상이 있을 뿐 구조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곽 대표는 “일본식 중목구조는 규모 5~6 이상 지진에도 안전하다”며 “지난 9월 경주 지진 이후 시공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아래 집은 국내에서 가장 두꺼운 골조를 사용하고 일본 특허를 받은 튼튼한 철물공법으로 짓는다”고 소개했다.
이런 일본식 중목구조를 설계하는 업체는 국내에 3~4개 정도인데 주로 서판교에 몰려있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단점은 시공비가 비싼 편이라는 것. 3.3㎡당 평균 시공비가 일반 콘크리트집 400만~500만원, 북미식 목조주택 500만~600만원의 두배에 가까운 1000만원대다. 곽 대표는 인건비와 마케팅비를 없애고 3.3㎡당 700만원선을 제시한다.
곽 대표 집은 1~2층을 합한 면적이 약 149㎡다. 1층엔 부모님이, 2층엔 곽 대표 부부가 거주하는데 실외계단을 통해서만 2층 진입이 가능해 사생활이 보호된다. 인터뷰 도중 2층 실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가 미리 설명해준대로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나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천장 등의 나무골조가 좋은 향과 함께 인테리어적으로 예스러운 분위기를 낸다는 점이다.
![]() |
/사진=임한별 기자 |
◆“자급자족 통해 줄이는 삶 살고 있어요”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지만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전원 속 삶. 그리고 제2의 직업. 현재 그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그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덜 바쁘고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 무엇보다 가족 중심의 일상을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텃밭에서 고추, 상추, 파 등을 재배해 먹으며 자급자족 하고 있어요. 줄이는 삶을 통해 생활비를 아끼니까 사업도 욕심 낼 필요 없이 능력에 맞춰 적당히 하면 되고요.(웃음)”
많은 사람이 도심을 벗어나고 싶어도 과감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과 자녀교육 때문일 것이다. 곽 대표는 “회사는 다닐 만큼 다녔고 돈은 적게 쓰면 되니까 아쉬움이 없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진학하기 전까지만 이런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면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습니다. 4년 전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저도 이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인생은 타이밍이에요.(웃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김노향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