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전후로 임기가 만료되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보험업계는 보험시장 상황이 악화된 만큼 큰 변화 없이 대부분 연임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 CEO의 경우 그룹 혹은 지주사 등의 변수에 따라 교체될 수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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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국·신용길 사장, 연임 유력

업계에 따르면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 정문국 ING생명 사장, 김주윤 흥국생명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등이 다음달부터 내년 초에 걸쳐 임기가 만료된다.


우선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정문국 사장은 연임이 유력시된다. 정 사장은 2014년 취임 후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ING생명의 몸값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에는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을 시장에 내놔 대박을 터뜨렸고 이 상품을 통해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올해에는 업계 최초로 변액보험상품에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적용, 판매 호조세를 보였다. 이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국내 최초로 관련 상품을 선보였던 쿼터백투자자문이 펀드운용 자문을 제공하고 키움자산운용이 펀드를 관리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ING생명의 올 상반기 순익은 1069억원으로 지난해(1778억원)보다 감소했지만 신계약 금액은 5조498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2% 증가했다. 무엇보다 ING생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여서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고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기존 경영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임기가 마무리되는 신용길 KB생명 사장도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교보생명 사장을 지낸 신용길 사장은 지난해 구조조정과 고객정보 유출사태 등으로 크게 위축됐던 KB생명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신 사장은 2년간 현장영업 역량증대와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KB생명의 영업조직을 기초부터 재건해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 3분기 누적순이익이 1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8% 감소하는 등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설계사채널이 활성화돼 앞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신 사장은 임기를 1년 더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
(왼쪽부터)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

◆김용복 사장, 교체설에 무게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은 내년 1월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김 사장은 조직정비를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NH농협생명을 생명보험업계 4위로 끌어올렸다. 올해에는 저축성보험의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NH농협생명의 상품판매구조 체질개선을 선언하며 보장성보험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보장성상품 라인업 보강, 내부평가제도 개선, 보장성상품 교육강화 등을 집중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농협중앙회가 고강도 인사개편에 나서면서 NH농협금융지주에도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아직 농협금융 계열사 CEO 교체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농협중앙회 대표급 임원인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금융계열사 인사가 단행됐던 전례에 비춰보면 조만간 일부 CEO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 계열사 중 김용복 사장의 교체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돈다. 다만 김 사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연말에 성급하게 교체될 가능성은 적다. 교체되더라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에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정문국 ING생명 사장, 김주윤 흥국생명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왼쪽부터)정문국 ING생명 사장, 김주윤 흥국생명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삼성·흥국, 그룹 의중 ‘오리무중’

내년 1월 동시에 임기가 끝나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의 연임 여부는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는 삼성그룹의 의중이 관건이다.


2013년 삼성생명 CEO에 취임한 김창수 사장은 2년 임기 후 올 초 1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지금까지 김 사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슈 속에서도 조직효율화, 삼성카드 지분인수, 사옥이전 등 굵직한 현안을 잡음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사실 삼성생명은 올해 대내외적 변수로 녹록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사 설립이슈 등 다양한 변수가 상존한다.

같은 시기에 임기가 마무리되는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안 사장은 그동안 ‘견실경영’을 기조로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했다. 올해는 ‘견실경영 안착’을 기반으로 확고한 차별화에 주력했다. 특히 삼성화재는 온라인자동차보험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자동차보험의 영업 호조에 힘입어 올 3분기도 좋은 성적표를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755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5% 늘었다.

이 같은 양호한 실적에도 두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말 단행될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지켜봐야 한다.

김주윤 흥국생명 사장의 연임 여부 역시 태광그룹의 의중에 달렸다. 2010년 돌연 사퇴했다가 4년 만에 다시 복귀한 김 사장은 짧은 시간 내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과도기를 헤쳐나갔다. 하지만 태광그룹 계열사 CEO 자리는 그룹이 매년 실시하는 경영진단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면 버티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점, 과거 태광그룹이 수시로 계열사인 흥국화재 CEO를 교체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김 사장의 연임 역시 단정 짓기 힘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CEO의 연임 여부는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저금리 기조로 업황이 어렵고 당국의 규제 완화 이후 여러 변화가 많은 데다 오는 2021년 새 보험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눈앞의 단기실적보다 기존 운영방침이 중요해졌다”며 “수장이 교체되면 조직을 새로 단장하고 업무도 조정해야 하는 등 변화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연임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