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의 독대 자리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종의 거래에 검찰이 집중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총수들과 대기업 관계자들이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에 따른 대가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이 받았던 각종 특혜가 결국 자금 지원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출연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대가성 유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순실씨를 위해 대기업에 자금을 수금하러 다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직접 자금출연을 강요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를 모두 불러 조사했다. 

이미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대기업의 자금 지원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관건은 ‘대가’다. 현행법상 박 대통령이 대가를 약속하고 자금출연을 요구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외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또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넨 기업 측도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된다.


검찰 조사를 마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조사를 마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칫하면 대기업 총수까지 뇌물공여죄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204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 외에도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약 35억원을 별도로 건넸다.

이러한 지원에 대해 삼성이 받은 대가로 거론되는 부분은 지난해 5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흡수합병 계약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과정이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은 흡수합병 계약을 맺으면서 합병비율을 1대 0.35으로 정해 옛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이 부회장 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2.2%, 삼성물산 지분을 1.4% 갖고 있었는데, 옛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같은 해 7월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던 회사 두곳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한다는 결정을 내려 오너일가를 도왔다. 

롯데그룹은 전경련을 통한 자금출연 외에 70억원을 추가로 최씨 측에 건넸다가 오너일가를 겨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기 전날 돈을 돌려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 측이 검찰 수사 무마를 조건으로 거액을 건넸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돈을 돌려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금이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128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컸던 SK그룹(111억원)은 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 소환 대상에 포함됐다. 최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두 재단에 13억원을 지원한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특별사면을 대가로 최씨 최측근인 차은택씨 주도 사업에 1조4000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이 최씨 측에 자금을 지원한 것에 대한 대가 유무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