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버거운 면세사업, 중소업체 뛰어드는 이유 
배후상권 시너지 놓고 5사 각축전

다음달 발표될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4장을 두고 기업들의 유치싸움이 뜨겁다. 특히 3장이 걸린 대기업면세점 경쟁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더욱 치열해졌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싸움터인 서울시내 중소면세점 특허권 '1'장의 싸움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4일 총 5곳의 기업이 도전장을 내 중소면세점 특허권 싸움은 엔타스, 탑시티, 정남쇼핑, 신홍선건설 컨소시엄, 하이브랜드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대기업면세특허권 싸움에 비해 관심도는 떨어지지만 경쟁에 임하는 업체들의 각오는 ‘메이저리그’급이다.

환호하는 SM면세점 직원들. /사진=뉴시스 DB
환호하는 SM면세점 직원들. /사진=뉴시스 DB

◆5곳 5색 도전장… 강점 부각

엔타스는 2013년 면세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엔타스듀티프리를 설립, 2014년 7월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출국장면세점, 지난해 5월 인천 구월동에 시내면세점, 지난 9월 인천공항에 출국장면세점을 차례로 열었다. 이번 특허권과 관련 엔타스는 신촌을 부지로 확정하고 면세사업권에 도전 중이다.

탑시티 역시 엔타스와 마찬가지로 공항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다. 탑시티면세점은 지난해 3월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시내면세점 영업을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다. 서대문구 신촌동 민자역사(신촌역, 밀리오레 건물)를 면세점 부지로 정한 탑시티는 최근 신촌을 중심으로 홍대 인근 대학가 상권에 중국인 등 외국인관광객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는 각오다.

정남쇼핑은 서울 명동의 터줏대감이다. 10여년 동안 사후면세점을 운영해 온 정남쇼핑의 강점은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관광객(유커)의 ‘여행1번지’ 명동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자사 건물에서 면세사업을 진행, 리스크가 적다. 


정남쇼핑 관계자는 "롯데나 신세계 같은 주변 대형 상권과 별개로 우리만의 시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허권이 주어진다면 명동에서 12년 동안 외국인관광객을 상대해 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동대문제일평화시장, 신홍선건설, ㈜홍선 3개 업체로 이뤄진 신홍선건설 컨소시엄은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6층과 7층에 면세점 부지를 마련, 면세사업에 도전한다.

특히 신홍선건설은 동대문 상권에서 섬유, 유통 인프라 등을 활용해 신진 디자이너, 중소 상인들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신홍선건설 측은 최근 몇년 새 동대문 상권의 유커 비중이 늘면서 중국인 대상 소매 비중과 중국인 도매상 비중이 20~30%로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일한 강남권인 양재IC 인근에 후보지를 정한 서울 양재동 쇼핑몰 하이브랜드의 장점은 안정적인 자금력이다. 면세점 직·간접 투자에 총 2423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진창범 하이브랜드 부사장은 “현재 보유한 하이브랜드 건물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인테리어나 추가시설 건설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랜드는 현재 운영 중인 복합쇼핑몰 자리에 면세점을 유치하고, 여기에 명품 프리미엄 아웃렛이 입점하면 양재 IC인근을 ‘대형쇼핑타운’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머니포커S] 중소면세사업권 한장, 주인은?

◆'황금알' 환상 벗겨진 면세사업, 왜 뛰어드나

지난해 중소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SM면세점은 올 상반기 약 14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대기업면세점도 롯데나 신세계, 신라 등을 제외하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중소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대기업면세점이 3곳이나 더 늘어나면 원가경쟁력, 상품구성(MD)능력 등에서 중소면세점은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그럼에도 면세점 유치 자체가 아직은 메리트있는 사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올해 10조원을 뛰어넘을 기세다.(10월 기준 9조원 돌파) 또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외무역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발표, 면세점에 납품하는 국내업체들은 면세점이 발급해주는 구매확인서를 통해 수출기업으로 인정받고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면세점 역시 수출기업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

면세점 유치로 인한 주변사업과의 시너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기업면세점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매출이 연 10조원을 넘어가고 있지만 주요 면세점 2~3곳이 매출을 쓸어가는 구조"라면서 "적자를 감수하고 뛰어드는 이유는 면세점 유입인구를 백화점 및 쇼핑몰과 연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구 소공동·명동의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백화점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내국인 고객뿐만 아니라 유커를 자연스럽게 자사쇼핑몰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

중소면세점 입찰에 뛰어든 업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이브랜드는 사업지가 들어설 양재동 인근에 쇼핑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며, 신홍선건설은 동대문 상권, 정남쇼핑은 명동 상권과의 시너지효과를 노린다.

◆면세사업지 ‘신촌’ 유력?

이번 중소면세사업권 선정과 관련, 선정부지로 신촌이 유력하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번 중소면세사업권을 신청한 업체들의 사업부지는 신촌 2곳, 도심 2곳(명동·동대문), 양재 1곳이다. 

면세업계에서는 대기업면세점이 도심을 장악했고 신규면세사업권에 도전하는 대기업들의 면세후보지 4곳이 강남에 쏠린 점을 감안, 중소면세사업부지가 강남과 도심을 벗어난 신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신촌은 최근 유커의 방문이 늘고 도심지역에 비해 면세사업진행이 더뎌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경영능력(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에 가장 높은 300점이 배정된 만큼 부채비율이 가장 적은 하이브랜드가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