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증권업계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저금리 영향으로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서 대출수요가 늘어나 실적이 호전된 은행과 대조적이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2016사업연도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은행업은 영업이익이 47.94% 증가한 4조8237억원, 순이익은 46.09% 늘어난 4조3847억원을 기록한 반면 증권업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4.85%, 32.50% 감소한 1조3037억원, 1조846억원에 머물렀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내외 리스크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분기 대비 6.1% 떨어지면서 수탁수수료수익이 감소하고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이익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머니S톡] 얼어붙은 증권주 ‘빛과 소금’

◆증권업, 우려대로 부진… 키움·NH ‘선방’

올 들어 한국 증권시장은 계속 위축됐고 3분기 역시 시장의 실적기대치를 대부분 하회했다. 뿐만 아니라 주식거래대금과 IB(기업금융)딜도 소강상태가 심화됐다. 지난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가결되면서 3분기 출발은 더욱 좋지 않았다. 그 밖에도 글로벌 경제지표가 엇갈리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된 상황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이 같은 환경 탓에 증권사들의 주식거래와 IB부문 수수료 수익, 트레이딩 손익이 대체로 부진했다. 현재 남아있는 증권업종 유니버스의 3분기 합산순이익은 2321억원으로 전망대비 10% 적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연율로 6.1%에 그쳤다.


4분기에는 미국 대선 후 급등하는 국내외 금리와 맞물려 트레이딩부문의 실적 변동성이 부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비록 IB업무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업계에 친화적인 정책이 나왔지만 주주환원과는 거리가 먼 자기자본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지주)의 ROE, 배당성향 상향 가능성,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 차원의 증권주 매력은 여전히 낮다”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으로 그나마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이 선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거나 높은 배당수익률로 투자자의 매력을 끄는 ‘빛과 소금’ 같은 투자처가 존재한다. 실적을 고려한다면 키움증권, 배당수익률 중심으로 투자한다면 대신증권을 눈여겨볼 만하다.

◆키움증권, 모회사 ‘견고’ 자회사 ‘실속’


키움증권의 올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431억원이다. 전 분기 및 지난해 동기 대비 모두 11%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업계 전망치를 하회한 타사와 비교하면 훌륭한 성적표다.

특히 연결대상 종속회사의 실적호조가 두드러졌다. 키움증권의 자회사인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이 분기별로 90억~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가운데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법인, 투자조합과 펀드 등이 비록 작지만 흑자를 유지하면서 실적호조에 힘을 보탰다.

따라서 3분기 중 키움증권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73%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감소했음에도 실적을 잘 방어할 수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식 유통시장의 비우호적 여건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늘린 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3분기 별도 순이익은 28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 감소했다. 주가도 지난 8월 8만24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 그래프를 그렸다. 올 들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점과 대비를 이루며 지난 3일에는 6만4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식거래대금도 감소했다.

양호한 실적과 달리 키움증권 주가가 최근 지속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이유는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 지분 4%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식약정점유율이 17.5%로 전 분기(17.4%)에 세운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그 덕에 전 분기 대비 위탁매매수수료 수익감소율을 4%로 방어할 수 있었다. 리테일 외 부문에서는 PI(자기자본직접투자)부문의 부진을 IB가 만회했다. PI부문 수지는 주식시장 활력 감소와 맞물려 65억원으로 올해 중 가장 부진했지만 DCM(Debt Capital Market)부문이 9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2% 늘었다.

이에 이 애널리스트는 “키움증권은 목표가격 9만원과 업종 톱픽을 유지한다”며 “키움증권의 경우 올 1분기 실적 발표 후 상향했던 2016회계연도 전망의 틀을 유지하는 증권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올해와 내년 ROE 전망은 각각 15.5%, 15.9%이며 내재된 PER(주가수익비율)은 각각 11.6배, 10.0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실적 부진에도 배당 매력 높아

대신증권의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업계 전망을 크게 하회했다. 모회사인 증권의 실적이 지난 분기 대비 회복됐지만 트레이딩 실적이 지난 분기 대비 30%가량 떨어지며 부진한 탓에 회복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 가운데 주력 자회사인 에프앤아이도 3분기에는 세전이익이 8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4% 감소했다. 일회성 이익 탓에 급증했던 것이지만 자회사의 실적부진이 모회사 전체 실적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3분기 들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점과 배당매력을 고려하면 증권업 중에서 괜찮은 투자처로 손꼽힌다. 대신증권 주가는 지난 16일 1만1050원으로 올 하반기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 시장의 기대배당수익률은 4.7%로 타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신증권의 경우 여전히 자산운용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과 모회사인 증권의 시황 의존성이 생각보다 큰 건 단점”이라며 “5% 수준에 그치는 ROE를 고려했을 때 투자매력이 낮지만 배당에 대한 신뢰가 높아 배당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