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기대되는 종목이 춤을 춘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된 셈이다. 여기에 거론되는 그룹은 삼성, 롯데, SK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계열사 중 그룹의 지주회사로 거듭날 종목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머니S톡] 지배구조 변화, '눈도장 종목'은?

◆삼성물산, ‘이재용 시대’ 정점으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제48기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내이사(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 분할 요구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 사용 규제와 보험업법 개정안 등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국회 통과여부와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선제적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4.2%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상승이 예상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공개(IPO), 삼성SDS 인적분할 이후 물류사업 인수 가능성 등 다른 이벤트도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최대 수혜주로 삼성물산을 꼽는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 17.2%를 가졌기 때문에 그룹의 정점에 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6월 초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25일에는 16만9500원까지 올라섰다. 5개월여 만에 51.34% 상승한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 수혜뿐 아니라 삼성물산의 실적도 양호하다. 지난달 26일 삼성물산은 연결기준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867억4900만원을, 매출액은 6조6214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분기 대비 5.6%, 6.1% 상승한 수치다. 건설부문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삼성전자 평택반도체 공장 건설 계약 등 마진이 높은 프로젝트에서 매출이 발생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주 전망치가 줄어든 점은 삼성물산의 리스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동 지역 발주가 취소되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수주 전망치가 기존 16조원에서 10조원으로 줄었다. 또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이미 많이 상승했고 시장의 관심도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에 쏠렸다”며 “이와 관련 삼성그룹의 공식 발표가 없는 한 기대감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머니S톡] 지배구조 변화, '눈도장 종목'은?

◆쇼핑·제과·칠성, 신동빈 지배력 강화가 ‘포인트’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신 회장은 검찰 수사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지난 6월 검찰 수사로 무산된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일본계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국내증시에 상장하면 국적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신 회장의 지배력도 높일 수 있다. 또 지배구조 개선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의 상장도 추진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현재 이들의 주가가 검찰수사 등의 요인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지만 앞으로 지배구조 변환이 전개될수록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롯데쇼핑의 경우 이미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를 충분히 입어 주가가 상승한 만큼 앞으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지난 8월초부터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여 지난달 27일까지 23%가량 상승했다.

손윤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수준은 주가수익비율(PER) 22.0배 수준으로 다른 유통업체보다 현저히 높다”며 “3분기도 에어컨 매출 호조라는 일회성 요인이 호실적에 작용한 만큼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는 목표주가를 기존 22만5000원에서 24만원으로 상향했지만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머니S톡] 지배구조 변화, '눈도장 종목'은?

◆SK텔레콤,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거듭날까

SK도 지배구조 이슈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SK그룹은 지난달 12~15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중간지주회사 도입과 같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지주회사가 도입되면 사업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효과와 인수합병(M&A) 등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K의 중간지주회사 시나리오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될 확률이 높다. SKT투자부문의 자회사로 SKT사업부와 SKT플래닛, SK하이닉스가 편입되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의 예상을 반영하듯 SK와 SK텔레콤의 주가는 SK그룹 CEO 세미나 이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SK와 SK텔레콤은 각각 8.15%, 5.20% 상승했다.

이상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SK텔레콤은 정부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는 기간통신 사업자라는 점에서 M&A 등에 걸림돌이 많지만 중간지주회사로 SKT홀딩스를 신설하면 국내외 유망기업의 M&A 및 지분 투자를 보다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시 SK텔레콤이 인적분할 이후 밸류에이션의 재책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의 기대와 달리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당장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SKT 기업분할에 대해 ‘이익 감추기가 가능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를 피며 반대의견을 보일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SK플래닛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2017년 이익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오는 12월 이후 매수에 나설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