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 10여차례에 걸쳐 대기업 총수를 독대한 사실이 확인되며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에 대한 대가성 유무가 검찰 수사의 중요한 포인트로 급부상했다. 특히 총수 사면, 승계 위한 편법 합병, 검찰 내사 등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총수가 박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문제를 해결한 정황도 드러났다.


KBS는 지난 16일 손경식 CJ 회장이 지난해 7월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재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후 돈을 냈다(13억원)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가 독대한 자리에서 뇌물죄에 해당하는 대가성이 있는 금전 거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이 박 대통령과 만난 이후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음달 광복절 특사로 선정돼 사면·복권됐다. 이후 SK는 두 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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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경제인 특별사면은 없다’는 기존 주장을 깨고 지난해 최태원 회장, 올해 이재현 회장에게 광복절 특사로 자유를 선물했는데 정황상 두 재단에 대한 지원이 총수들 특사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대통령과 다른 총수들이 독대한 자리에서도 각 기업별 민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과 총수들이 독대하기 전 각 그룹으로부터 민원성 현안을 받아 적어놓은 메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한화·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대가성과 관련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후 두 재단에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자금(204억)을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별도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 35억원가량을 추가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7월 ‘이건희→이재용’ 승계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가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외국계 주주들, 삼성물산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게 국민연금의 지원으로 해결됐다.


당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대0.35 비율로 이뤄져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42.19%)이 많은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1.02%)의 지원 속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다. 

두 재단에 25억원을 지원한 한화는 지난해 7월 당초 예상을 깨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게 특혜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새어나오며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던 롯데는 두 재단 설립 과정에서 45억원을 지원한 이후 지난해 2월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한달 후 최씨 측 인사가 롯데를 방문해 70억원을 더 내라는 요구를 했고, 고심 끝에 롯데는 해당 금액을 추가로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 직전 추가로 지원한 70억원을 돌려받았는데 검찰 수사 무마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자 돈을 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통령에게는 뇌물죄 적용을, 돈을 낸 기업 총수들에게는 뇌물공여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지금까지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뇌물공여 혐의 등이 적용될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