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점령한 하늘, 자율비행 드론으로 돌파한다
첨단 기술력 동원한 산업용 드론 승부수



“중국에 빼앗긴 하늘을 되찾을 거예요!”
당찬 포부를 밝힌 문창근 얼티밋드론 대표(29)는 세계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한 중국 드론업계에 도전장을 던진 용감한 청년이다. 그의 승부수는 ‘산업용’ 드론. 각종 산업현장에서 특수목적을 수행할 무인항공기가 앞으로 우리나라 드론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거라 자신한다.


문창근 얼티밋드론 대표. /사진=박찬규 기자
문창근 얼티밋드론 대표. /사진=박찬규 기자

29세. 사회초년생으로 한창 회사에 적응할 나이지만 그는 어엿한 사장이다. ‘테크플러스’ 등의 지식콘서트와 각종 연단에서 문 대표는 VIP다. 단순히 제품을 조립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를 융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강점을 보여서다.

지난달 서교동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첫인상은 평범한 학생. 마치 사촌동생 같은 느낌의 편안한 이미지였다. 그의 회사 얼티밋드론(UD)은 생긴 지 2년 된 스타트업으로 직원은 문 대표를 포함해 4명이다. 이 중 2명은 대학 때 동아리 멤버고, 1명은 전자부품연구원 출신 30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기술이사직을 맡은 아버지다.

“어렸을 때 부품만 사다가 나무로 자작비행기를 만들었어요. 물론 그날 바로 추락하면서 쓴 맛을 봤죠. 조종이 안됐거든요.(웃음) 우리나라에서 하드웨어 창업은 절대 금물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더군다나 산업용에 도전한다니 다들 말리더라고요. 자금력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분야거든요. 특히 중국제가 잠식한 드론은 더욱 위험한 분야로 꼽히고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요소를 다 갖춰서 창업을 한 거예요.(웃음) 아직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게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봅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세계 드론시장의 75%는 DJI 등 중국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중국은 15년 전부터 심천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왔고, DJI도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을 넘어섰으니 최근에야 관심을 보인 우리나라와 큰 격차를 보이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드론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확고했다. ‘틈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터 1개로 날개 구동… 첨단 항공소재로 차별화


하늘을 나는 드론은 헬리콥터처럼 날개가 회전하며 그 힘으로 공중에 뜬다. 4개 날개 아래 4개 모터가 설치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UD는 과감히 모터를 본체 가운데 1개만 설치했다.

“제가 워낙 자동차를 좋아해서 구동방식을 많이 참고했어요. 엔진의 힘으로 네 바퀴를 굴리잖아요. 같은 개념으로 접근한 거죠. 각각 날개마다 전기모터를 장착하는 것보다 힘이 세고 훨씬 안정적이거든요. 게다가 기체제어는 헬리콥터 기술을 적용해 뒤집혀도 떨어지지 않아요. 모터 1개로 구동하는 방식이라 배터리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엔진을 달면 훨씬 먼 거리를 날아다닐 수 있잖아요. 결국 날씨에 관계없이 다양한 산업현장에 특화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경쟁업체와 큰 차별점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흥이 난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카페로 끌고 온 26인치 여행용 트렁크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지금은 주로 전시용으로 쓰는 프로토타입 제품이었다. 날개 1개 크기는 성인 남성의 두 뼘보다 조금 짧았다.

“크죠? 팔(arm)과 본체(body)까지 다 연결하면 1.5m가 넘어요. 날개랑 본체는 카본파이버(탄소섬유)로 만들었고요, 연결부위랑 구동부는 항공 알루미늄을 썼어요. 가벼우면서 튼튼하죠. 최고급 센서와 기타 장치가 다 결합되면 웬만한 대형차 한대 값이 나와요.(웃음) 택배용으로 만들면 더 많은 제어장치가 필요해서 더 비싸질 거예요.”


/사진제공=얼티밋드론
/사진제공=얼티밋드론

◆진정한 산업용 드론은 ‘자율비행’ 가능해야

일반적인 시각으론 기업이 수천만원짜리 드론 여러 대를 운영할 경우 큰 부담일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운영비를 수십억원 줄일 수 있어서 이득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가 이어지는 분야가 택배다. 현재 국내외 드론택배의 성공률은 약 80%다. CJ대한통운도 드론택배를 연구 중이며 상용화를 위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도 2위업체인 JD닷컴(징동상청)이 1위 알리바바를 넘어서기 위해 드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일정 권역 내에서 반나절 배송이 가능한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드론시장이 열리면 모든 게 바뀔 것 같지만 간과하는 게 있어요. 조종사죠. 운영비를 줄이려고 드론을 도입했음에도 조종사 양성비용이 들죠. 혹시라도 추락하면 찾으러 가는 사람도 필요해요. 게다가 만약 화재현장에서 드론을 갑자기 다룬다고 했을 때 화재현장에 대한 지식과 드론조종에 대한 지식을 모두 갖춘 사람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론 없다고 봐야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자율비행이 답이라고 봅니다.”

지형과 용도에 따라 다른 형태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드론도 맞춤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스스로 비행하는 기술이 미래 드론기술의 핵심이라 확신한다.

“단순히 드론회사가 많아진다고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스타트업 위주로 자율비행 드론에 필요한 모터, 센서 등 관련기술업체를 끌어들이고 있어요. 이를테면 위치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위성 기술이 필요해요. 드론은 충전이 복잡한데 산업현장에선 또 한명의 사람이 필요한 꼴이 되거든요. 그래서 무선충전기술도 필요합니다. 내년이면 반자율비행이 가능한 산업용 드론을 내놓을 거예요. 분명 수요가 있거든요. 이를 통해 다양한 서드파티업체의 참여가 이어지면 좋겠네요.”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