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엘시티’로 떨고 있는 부산은행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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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대출 역대 최대규모… 지주 회장도 연루설 '솔솔'
BNK금융지주가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 특혜대출 의혹에 휩싸였다. 앞으로 검찰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금융권에선 BNK금융지주가 이번 특혜대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BNK금융 대언론 담당부서인 부산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출이 진행된 것은 맞다”면서도 “적법한 절차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식적인 답변 외에 추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BNK금융이 계열사를 포함해 엘시티 프로젝트 PFV에 지원한 대출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BNK금융이 계열사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한 기업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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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부산은행 문현동 본점,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진=머니투데이 DB |
◆금감원·한은, 부산은행 공동검사
지난 11월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BNK금융 계열사인 부산은행을 대상으로 공동검사에 착수했다. 양 기관은 11월11일부터 5일간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실태 등 건전성 현황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는 한은 직원 4명, 금감원 직원 2명이 투입됐다. 금융당국은 특혜대출 증거가 포착될 경우 투입인원을 늘려 추가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공동검사에 나선 것은 초대형 프로젝트 엘시티사업 대출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가 정기검사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부산은행 측도 엘시티 대출 건과 무관한 검사라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특혜대출 논란이 불거지면 금융당국은 정기검사를 명분으로 내부 실태조사에 들어간다”며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특혜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를 진행한다고 공개했는데 문제가 없으면 해당 금융회사는 여론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정기검사라고 발표하고 실질적으로는 특혜대출 여부를 조사한다”고 귀띔했다.
◆3조원… ‘엘시티 게이트’ 퍼지나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 해변가에 건설될 101층짜리 초대형 주상복합단지사업이다. 개발사업만 3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으며 시행사는 엘시티 실질 소유자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구속)이 맡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금융회사는 부산은행과 현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16곳. 엘시티와 맺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약정 금액은 1조78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출규모가 가장 높은 곳이 BNK금융 계열이다. 부산은행은 현재까지 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대출했고 계열사인 경남은행도 550억원을 지원했다. 대출한도 약정비율로 따지면 1조1500억원에 달한다. 대출한도 약정을 맺으면 해당 기업이 한도 내에서 필요할 때마다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약정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부산은행 8500억원, 경남은행 2500억원, BNK캐피탈 500억원이다. 단일 대출로는 역대 최대규모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은행은 엘시티 PFV 지분을 6% 매입해 주주로도 참여했다. 또 엘시티사업 시행사인 엘시티 PFV가 군인공제회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도록 380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가 사실상 개인기업의 ‘대출 돌려막기’에 개입한 셈이다. 의아한 점은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에 부산은행 외 다른 시중은행은 단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혜대출 의혹, 부산은행 ‘당혹’
검찰은 엘시티 건설 추진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중순까지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현기환 전 수석이 연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 전 수석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엘시티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포스코건설을 압박했거나 부산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엘시티 시행사에 1조7800억원의 PF대출을 해주도록 개입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 부산도시공사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비리의혹이 있는 인허가나 특혜성 행정조치를 받을 때 현 전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570억원대 비자금 횡령·사기 혐의로 이영복 회장에 대한 내사가 진행되던 올 4월엔 현 전 수석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간부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부산지검은 지난 11월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과 사기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또 최근 현 전 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를 내린 상태다.
정·관계 인사뿐만 아니라 성세환 BNK금융 회장 등 주요 임원도 로비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엘시티 특혜대출 조사과정에서 성세환 회장과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은 성 회장과 이 전 행장이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20차례 이상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성 회장과 이 전 행장까지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 부산은행 관계자는 “엘시티 대출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대출이 지원됐다는 것 외에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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