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벼른 의원들, 검은 커넥션 규명 강한 의지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9인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삼성·현대·SK·LG·롯데 등 5대그룹 총수를 포함해 이 정도 규모의 총수들이 동시에 국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은 12월6일 열리는 1차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다. 정치권이 최순실·차은택씨 등 국정농단의 주역보다 대기업 총수를 먼저 부른 것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정경유착의 검은 커넥션을 규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DB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DB
(왼쪽부터)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뉴시1 DB
(왼쪽부터)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사진=뉴시1 DB
(왼쪽부터)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뉴스1 DB, 머니투데이 DB
(왼쪽부터)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뉴스1 DB, 머니투데이 DB

◆금전 제공 대가 집중 추궁할 듯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9명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국조의 하이라이트격인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최순득 ▲정유라 ▲장시호 ▲차은택 ▲고영태 ▲이성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12월7일 열리는 2차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의지가 보인다.  

국조에 나서는 여야 의원들은 우선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 가진 독대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전망이다. 특히 최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수십억~수백억원의 거액을 출연한 대가로 민원을 제기했거나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추궁할 예정이다.


9명의 총수 중 집중 추궁을 받을 대상자로는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이 거론된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 중 최대 금액(204억원) 지원 외에 별도로 정유라·장시호씨를 위해 51억원을 지원한 대가로 지난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 지지를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고, 별도로 올 3월 박 대통령과 신 회장 독대 이후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추가로 지원한 돈은 지난 6월 총수일가의 비자금·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시작되기 전날 돌려받았지만 검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드러난 정황을 보면 삼성·롯데는 뇌물공여죄 적용 혐의를 벗기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이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음을 놓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여당의 실책으로 주도권을 쥔 야당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두 재단 등에 거액을 건넨 대기업을 포괄적 뇌물죄 대상자로 낙인찍고 망신주기식 추궁이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실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뇌물죄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통령은 재벌친화정책, 세무조사, 검찰 조사 등 국정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금품을 제공한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나 직무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않더라도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

특히 최태원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각각 본인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집중 추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베일에 싸인 총수 진면목 공개

총수들의 발언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야권과 국민은 총수들에게 의혹을 해소할 만한 시원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 자금 지원의 대가 등에 대한 발언은 추후 특별검사를 통한 조사에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들이 앞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과 비슷한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분위기상 사실대로 답변을 하더라도 의원들의 추궁이 사실인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태가 외신을 통해 해외에도 소개가 되며 해외 기업과의 거래에서 오너 리스크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청문회로 기업 활동이 더 위축될 수도 있다”며 “총수가 추궁당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는 청문회가 특검보다 더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베일에 싸인 대기업 총수들의 진면목이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총수가 순환출자 등의 방식으로 소수의 지분으로도 공식적 직함과 관계없이 그룹사 전체를 실질적으로 좌우한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 성격, 말솜씨 등은 언론을 통해 극히 제한적으로 알려진 상태다. 

따라서 전국에 생중계되는 청문회에 나와 하루 종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를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간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던 성격이나 말솜씨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각 대기업은 사전 연습을 통해 총수의 청문회 발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답변을 잘못할 경우에는 본인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일부 그룹은 대형로펌 등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청문회를 준비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총리나 국무위원 후보자를 보면 장기간 철저한 준비를 하고 청문회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몰아치는 질의에 당황해 실수를 하는데 정치 경험이 없는 총수들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준비를 하겠지만 실제 청문회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