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전자결제대행(PG)시장에 뛰어들었다. PG사를 설립하거나 PG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선 것. 현대카드는 최근 70억원을 들여 PG업체 ‘블루월넛’을 설립했다. 블루월넛은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마친 뒤 이르면 2017년 1월 정식 출범한다. KB국민카드도 2017년 1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자체 PG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PG사는 온라인몰의 결제를 대행하는 업체로 카드사의 가맹점 역할을 한다. 온라인결제시장은 오프라인결제시장보다 카드결제승인 및 대금지급 과정상 중간거래자가 1개 더 많다. 오프라인시장에서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밴(VAN·부가통신사업자)사가 카드결제 승인을 중개하며 전표를 매입한다. 온라인시장에서는 카드결제를 대행하는 ‘대표가맹점’과 온라인몰까지 3단계를 거친다. 온라인몰사업자의 특성상 카드사와 직접 가맹계약을 맺기 힘들어서다. 온라인결제시장에서는 PG사가 카드사의 대표가맹점인 셈이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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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확보+사업 다각화

카드사가 PG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PG이용금액은 2573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1811억6500만원)보다 42.1%(762억500만원) 증가했다.

사업 다각화도 꾀할 수 있다. 휴대폰 소액결제인 ‘통신과금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통신과금서비스는 소비자가 물건이나 콘텐츠를 휴대폰으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휴대폰 요금에 합산해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최근 휴대폰 통신결제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관련시장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휴대폰결제시장은 총 거래액 기준 2016년 상반기에만 5조2000억원 규모다. 2015년 상·하반기 시장규모가 4조52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성장폭이 크다.

통신과금서비스는 소비자 본인확인을 위해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인증번호가 전송된다. 소비자가 인증번호를 결제창(모듈)에 입력하면 결제결과를 바로 문자로 전송하는데 현재 이 과정을 통신사와 PG사가 처리한다. 카드사는 중간거래를 거치는 만큼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카드사가 이 사업에 뛰어들면 PG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설립한 PG사인 블루월넛도 통신과금서비스에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온라인 PG사로 사업화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며 “현대카드의 경우 초기에는 PG사업을 자사 온라인몰 대상의 결제대행업으로 시작하겠지만 추후 통신과금서비스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는 PG시장 진출이 수익성 확대를 위한 사업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디지털화를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PG사 설립은 디지털 관련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외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국민카드가 구축 중인 PG시스템은 온라인몰에 결제모듈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KB국민카드를 사용하는 고객과 온라인몰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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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시장 지배력 강화

카드사가 PG시장에 진출하려는 또다른 이유는 중장기적으로 카드결제시장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플라스틱카드 사용이 줄고 각종 페이 등 전자결제사용이 증가추세인 만큼 결제시장에서 카드사의 위상이 축소되는 걸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PG사가 점차 늘어나고 O2O(온·오프라인 연계)업계도 삼성페이·네이버페이 등 각종 페이와 연계 중”이라며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카드사는 수익뿐만 아니라 카드시장에서의 위상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카드결제시장에서 PG사를 포함해 전자금융업을 담당하는 비금융기관(전자금융업체)의 위상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금융업체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체 ▲직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체 ▲결제대금예치업체 ▲전자고지결제업체 등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되는데 2016년 12월2일 기준 업체 수는 97개사다. 1년 전(72개사)보다 35%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카드가 블루월넛을 통해 PG업무와 기타 전자금융업까지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오프라인 카드시장은 현대카드가, 온라인 등 전자결제시장은 PG사를 활용한 플랫폼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BC카드의 자회사인 밴 사업자 ‘스마트로’는 결제대금예치업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전자금융업무를 담당하는데 밴시장은 물론 PG시장에서 점유율 5위권 내에 속해 있다.

한편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경쟁이 심화되는 PG시장에서 카드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PG플랫폼을 통해 여러 전자금융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 해도 이미 여러 전자금융업체들이 사업영역을 구축해 놓은 시장에 진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카드사는 주요 전자금융업 5개 중 결제대금예치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금융당국 인허가 없이 부수업무로 할 수 있지만 지난 1년간 금감원에 신규 부수업무를 신청한 곳은 2016년 12월22일 기준 3개사에 불과하다.

임윤화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간편결제시장은 카드사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긍정적인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각 카드사별로 자구노력이 필요한데 최근엔 카드사가 경쟁적으로 ‘365일 24시간 온라인카드발급서비스’나 ‘모바일카드’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로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