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의 한국경제는 다양한 불안요소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물결이 밀려들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핀테크 등 신산업의 태동과 성장에 주목한다. 여기에 고령화와 저출산이 맞물린 인구구조의 변화로 바이오·육아산업의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머니S>가 2017 유망산업을 분석하고 선도기업을 집중 해부했다. 또 글로벌시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해외진출전략과 증시 기상도를 살펴봤다. 나아가 다양한 전문가를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도 그려봤다.<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16년에는 증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게이트 등에 국내증시도 출렁였다. 그럼에도 상장사들의 이익은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지수도 결과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2016년 첫 거래일부터 12월2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4.2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2017년에도 증시가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내외 상황을 고려했을 때 IT·철강·경기민감 내수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증시 선도할 ‘대형주’

코스피지수는 2016년 12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다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FOMC 이후 달러 강세현상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된 탓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16년 12월20일 기준 103.28을 기록하며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이준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12월 첫 금리인상 때와 달리 경기가 인플레이션에 진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게다가 산유국의 감산합의,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대내외 불확실성 구간을 국내증시가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하면서 투자심리가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안정적 투자심리가 가져온 시장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201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 13곳의 2017년 예상 코스피지수 평균 범위는 1900~2273선이다. 이는 2016년 전망인 1861~2227선보다 39~46포인트 더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새해 증시 상승폭이 2016년보다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셈이다.


긍정적 전망의 근거로는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코스피지수가 저평가 상태인 점을 들 수 있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9배 수준이다. 지난 수년간 코스피가 PER 10~11배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현 주가는 저평가국면이다.

[2017 뜨는 산업] 증시에서 찾는 '3대 알짜'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92배로 집계됐다. 코스피에 상장된 모든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또 2016년 4분기 실적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점차 상향조정되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예상 전체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과 지배주주순이익은 2016년보다 각각 12.5%, 12.8% 증가한 169조원, 119조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모두 역대 최고수준이다.

거시적인 환경도 증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글로벌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주요국의 재정확대 정책 등이 성장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통화정책 효력은 한계를 노출하고 종료 시점이 임박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영국과 중국도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을 모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스트래티지스트는 코스피지수가 2017년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글로벌 경제성장률 회복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으로 기업 매출액 증가 ▲수출경기 호조 등을 제시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주의 PBR이 중소형주보다 낮고 디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등 거시경제 상황이 대형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2017년에도 대형주의 비중을 확대하고 중소형주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IT·철강·경기민감 내수주 ‘관심’

전문가들은 2017년 가장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IT분야를 꼽았다.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고 실제 IT업종의 영업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저평가된 지수에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5G 서비스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활성화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이후 미국 금리인상 우려감이 커질수록 시장은 이를 극복할 모멘텀을 이익에서 찾았다”며 “따라서 이익개선을 주도하는 IT·소프트웨어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T업종 내에서도 특히 3D낸드(NAN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전장화가 핵심키워드로 떠오른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7년에는 3D낸드 투자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OLED 분야도 중국 패널업체들이 역동적인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투자확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자동차 전장화는 차량의 안전성·편의성이 강조되며 지능형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통신, 인포테인먼트 등의 개발과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철강업종도 2017년에는 빛을 볼 전망이다. 세계 철강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증가세로 전환되고 미국 등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철강이 많이 필요해질 것으로 관측돼서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국의 재정정책과 중국의 구조조정 효과가 2018년부터 가시화될 전망이지만 주가에는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때문에 새해에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철강업종의 PBR이 0.4~0.5배에서 상당기간 저평가된 만큼 주가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정책으로 원화강세가 나타날 경우 경기민감 소비주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중국을 비롯한 수출국에 통화절상 압력을 넣겠다고 공약했다. 이렇게 되면 저유가·저금리·저환율의 ‘3저 호황’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은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주를 피하고 내수주를 골라야 하는데 방어주보다는 민감주가 상승기에 유망하다”며 “3저 호황 당시 ‘트로이카 주식’이라고 불렸던 경기민감형 내수주는 금융·건설·상사업종”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