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내년엔 올해보다 다소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저축은행의 성장률이 내년 한층 꺾일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산건전성 감독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리스크 관리가 까다로워져 서민의 대출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규제 강화에 내년 비용 급증… 저축은행, ‘보수 경영’ 예상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을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2018년부터는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저축은행은 연체된 대출을 부실자산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연체기간에 따라 ▲1개월 미만 ‘정상’ ▲1~3개월 ‘요주의’ ▲3개월 이상을 ‘고정’ 또는 ‘회수의문’ ▲12개월 이상 ‘추정손실’로 분류해야 한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연체기간이 2개월 미만인 채권을 정상, 2~4개월은 요주의, 4개월 이상은 고정 이하로 분류했다.


저축은행은 연체등급이 높아질수록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부실자산 관리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다. 게다가 2018년부터는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커진다. 정상 가계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은 0.5%에서 1%로, 요주의 여신의 충당금 적립률은 2%에서 10%로 각각 높아진다.

/자료사진=뉴시스 DB
/자료사진=뉴시스 DB

강화된 자산건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보수적인 경영기조가 불가피하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가계부채 이슈가 올해 대비 내년에 본격 표면화되고 부동산 리스크도 커져 저축은행업계가 경영기조를 보수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성장세에 대해 류 연구원은 “저축은행의 기존 대출 성장률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내년 급격히 꺾인다 해도 10%대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중반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부터 부실률 본격화… 저축은행 대출문턱도 상승

올해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저축은행 대출의 부실률이 내년 중반쯤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저축은행으로선 고민이다.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3분기 7.8%로 지난해 말(10.2%) 대비 2.4%포인트 개선됐지만 ‘비율지표’의 시각효과라는 분석이다. 분자(고정이하여신)값에 비해 분모(총대출)가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비율지표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류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었다. 반면 고정이하여신 절댓값은 하한선을 찍고 반등할 기미가 보인다”며 “실질적으로 연체가 나타나는 효과는 내년 중순쯤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저축은행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률을 낮추려면 그만큼 저신용자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대손충당금 부담이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커 대출문턱이 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근본 취지는 동의하지만 서민이 저축은행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