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타이어 펑크, 아직도 '지렁이' 쓰세요?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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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스페어타이어가 달린 차가 많았다 /사진=박찬규 기자 |
요즘 나오는 자동차엔 ‘스페어 타이어’(Spare Tyre)가 없는 경우가 많다. 트렁크에 이런 게 들어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만큼 사용빈도가 매우 낮은 부품이다.
자동차제조사는 이점을 파고들었고 스페어 타이어를 빼는 대신 ‘경량화’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해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을 포기할 수 없어서 ‘템포러리 타이어’(Temporary Tyre)로 대신했다.
둘의 차이점은 이름처럼 ‘여분용’이냐 ‘임시용’이냐에 있다. 스페어 타이어는 네 바퀴에 달린 것과 같은 사이즈의 휠과 타이어다. 사용 중인 타이어나 휠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순히 바꿔 끼우는 것만으로도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무게가 무겁고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40kg 이상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평생에 한 번 쓸까 말까다. 보험과 같은 개념으로 싣고 다니지만 비효율적인 부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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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러리 타이어는 무게가 가볍다. /사진=박찬규 기자 |
업체들은 무게와 부피를 절반쯤 줄인 템포러리 타이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륜차 타이어처럼 얇은 형태여서 가볍지만 앞바퀴에 장착할 경우 차가 뒤집어지거나 시속 80km이상 달릴 때 안정성을 잃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앞바퀴를 교체할 땐 뒷바퀴를 떼다 앞으로 옮기고 빈 곳에 템포러리 타이어를 장착해야 안전하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요새는 펑크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값이 비싸서 다양한 차종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차종엔 펑크를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리페어킷을 탑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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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대신 리페어 키트가 탑재되는 게 추세다. /사진=박찬규 기자 |
◆리페어 키트, 원리 이해하면 사용 쉬워
이른바 ‘지렁이’로 불리는 고체 펑크 수리제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아재’다. 타이어를 떼어내 손상된 곳을 찾아야 하는 데다 해당 부위에 전용 공구로 ‘지렁이’를 끼워 넣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요즘 나오는 차에 탑재되는 리페어 키트는 액체상태의 실란트(sealant)와 에어펌프로 구성된다. 구성품이 단순한 만큼 사용법도 쉽다. 타이어 공기주입구에 실란트를 집어넣으면 액체가 흘러 펑크난 곳을 메우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굳는다. 이 때 에어펌프로 공기압을 높여 주행가능한 상태로 되돌리는 원리다.
◆직접 써보니
몇년 전 프랑스에서 시승행사 도중 타이어가 손상됐지만 리페어 키트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 사고를 낸 건 함께한 동료 기자였다.
해가 질 무렵, 경치가 환상적인 프랑스 시골마을의 언덕길. 신나게 드라이빙을 즐기고 목적지까지는 20분쯤 남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코스인 데다 도로가 어두워져서 잘 보이지 않았는지 코너를 돌며 도로경계석을 살짝 쳤다. 이내 차가 뒤뚱거리더니 한쪽으로 서서히 쏠렸고 계기반엔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졌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살펴보니 조수석 앞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었다. 하필 전화기 신호도 약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모호한 상태. 결국 리페어 키트를 활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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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났을 땐 안전삼각대를 세워야 2차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
우선 비상삼각대를 꺼내 사고를 알리고, 안전조끼를 입어 작업 중인 모습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대비했다. 유럽산 자동차는 안전삼각대 외에 구급용품과 안전조끼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리페어 키트는 2가지 방식이 있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하나는 실란트를 에어펌프에 연결해서 자동으로 주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란트 용기를 눌러서 직접 넣는 것이다. 이 때 실란트는 아낌없이 모두 써야 한다.
어디에 펑크가 났는지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실란트를 주입한 다음 타이어가 한바퀴쯤 돌 수 있도록 차를 움직이면 손상된 곳에서 용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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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란트를 손으로 주입하는 장면. /사진=박찬규 기자 |
이후 10분쯤 기다리면 실란트가 굳는다. 이때 에어펌프를 이용해서 적정 공기압을 채워주면 된다. 실란트가 덜 굳어서 바람이 새는 경우가 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은 빠져나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땅에 닿는 트레드 부위가 손상됐을 때는 쉽게 수리되지만, 타이어 옆(사이드월)이 상했거나 크게 찢어졌을 땐 효과가 없다.
사고가 난 차의 타이어는 총 2곳이 손상됐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 문제가 생길까 걱정돼 공기압 모니터를 확인하며 시속 40km 이하로만 주행했다. 그런데 주행하면서 타이어에 열이 생긴 탓인지 일정 수준부터는 공기압이 낮아지지 않았고 결국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차 상태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는 “매우 훌륭한 판단이었고 타이어는 바꾸면 된다”면서 “다만 휠에 엉겨붙은 실란트를 제거하는 게 귀찮을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전국 어디서나 긴급출동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기상악화 등으로 사고가 많을 땐 무작정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자동차 설명서를 잘 읽고 지시에 따르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으니 내 차에 대해 공부하는 건 결코 손해가 아니다.
우연히 사용하게 된 리페어 키트. 처음이었지만 사용법도 생각보다 간단했고 효과 또한 꽤 괜찮았다. 1회용이어서 다음을 위해 새로 용액을 구입해야 하지만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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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