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겉 키우고 속 줄이는' 증권사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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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이어지면서 해운업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 산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채용인원이 감소한 데다 희망퇴직 신청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감원 칼바람은 본사뿐 아니라 지점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회사 매각과 M&A(인수·합병) 등이 감원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또한 일각에서는 복합점포를 만들며 통폐합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추가 감원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대형점포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정은 증권사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온 주식 위탁매매부문 비중의 감소세가 지점 통폐합의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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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사진=머니투데이 DB |
◆증권가에 부는 ‘감원 칼바람’
증권업계의 구조조정 한파는 합병을 통해 성장한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초대형투자은행(IB) 육성책에 맞춘 증권사 간 경쟁으로 여의도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증권사에 몸담은 직원 입장에선 살얼음판이다.
M&A로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대형증권사가 통합 이후 겹치는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증권가에 냉기류가 흐른다.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합병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난 2014년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2017년에 다시 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지난 2일 통합 KB증권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현대증권은 만 45세 이상, 근속년수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하고 170여명의 퇴직을 결정했다. KB투자증권도 52명의 희망퇴직 인원을 확정했다.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증권을 품고 합병법인으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는 희망퇴직을 비롯한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원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 등도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올해 증권사 인력 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증권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둔 지난해 6월 희망퇴직을 단행했는데 100여명의 직원이 신청했다. 2014년 5월 300여명이 떠난 이후 2년 만이다.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0월 합병 2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154명을 확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기준 56개 증권사의 임직원은 총 3만5920명으로 1년 새 176명 감소했다”며 “대형증권사의 M&A로 인한 감원뿐만 아니라 실적감소 등의 요인으로 중소형증권사의 인력감축도 진행 중이라 증권가에 부는 칼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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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국민은행·현대증권 첫 복합점포 개점. /사진=머니투데이 DB |
◆지점 통폐합… 추가 감원 우려
공격적 M&A와 저조한 실적 탓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증권가에선 한편으로 대형점포를 통한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내세워 복합점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지점 통폐합으로 인한 추가적인 감원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과거 증권사가 주요지역에 점포를 배치하고 그물망처럼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방식에 그쳤다면 이제는 은행·보험·카드 등 계열사와의 ‘복합점포’, 인근지역 점포를 통합하는 방식의 ‘메가점포’, 계열사와의 복합 및 금융을 넘어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명소가 되는 ‘랜드마크’ 등의 차별화 채널전략을 모색하는 추세다.
하나금융투자는 현재 영업소와 복합점포 등 2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메가점포는 오는 2월 서울 선릉역 부근에 1개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4개 정도 개설할 계획”이라며 “랜드마크는 오는 4월 서울 삼성동에 1개를 필두로 앞으로 부산과 제주에도 개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대형금융센터 3곳을 오픈했고 우리은행과 복합점포 8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초대형점포를 설립하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함에 따라 지점 간 통폐합으로 인한 감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실제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메가점포를 만들면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9개의 지점이 폐지·통합됐다.
삼성증권의 경우도 복합점포 운영을 위해 주변에 있는 작은 점포를 통합한 결과 등록지점이 72개에서 68개로 4개 줄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복합점포를 만들면서 주변 지점의 통폐합이 있었고 세무·부동산 등 본사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 지점 인력을 줄이진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지속적인 증권사 지점 통폐합은 감원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증권사와 초대형점포(복합점포)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다수의 증권사가 이를 시행 중이거나 시행할 계획”이라며 “상대적으로 대형증권사는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증권사는 복합점포로 인한 지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당장은 감원이 이뤄지지 않고 강제해고도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원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 상당수가 회사를 떠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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