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버티기 경쟁' 돌입한 조선사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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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조선업 역사상 가장 처참했던 한해가 지났다. 2015년 확인된 대규모 적자 쇼크를 추스를 새 없이 극심한 ‘수주절벽’에 내몰렸던 조선업계가 업황 개선이 전망되는 올해도 살아남기 위한 ‘버티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 더욱 가팔라진 수주절벽, 올해는?
지난해 조선업계에 드리운 가장 큰 공포는 ‘수주절벽’이었다. 앞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구책을 실시하는 가운데 예상보다 더 가파른 수주절벽이 찾아와 이중고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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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지난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연초에 세운 수주 목표치는 428억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주실적은 93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조선 빅3는 불황이 장기화되자 연초보다 50% 이상 수주목표액을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직면한 수주절벽은 경쟁력 약화보다는 글로벌 ‘발주가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104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선박 규모 단위)로 전년 같은 기간(3720만CGT)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도 15.5%로 반토막났다. 이는 중국 선주사의 저가 수주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을 지킨답시고 무리하게 저가 수주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온다”며 “시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예년의 수주량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도 이런 발주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클락슨은 올해 신조선 발주 척수를 790척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다소 많아진 수치지만 발주량 자체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중국 조선소는 올해도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지원에 힘입어 저가수주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조선업황 점차 나아진다
업계에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지난해 발주가뭄이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에서다. 업황을 개선시킬 호재도 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도록 한 친환경 선박연료 규제를 2020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것.
IMO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전세계 해역에 적용되는 환경 규제에 맞추려면 선사들은 새로운 배를 사들이거나 지금 가진 배를 고쳐써야 한다. 이에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연료로 지난 50년간 써온 벙커C유를 LNG(액화천연가스)로 교체하는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선박용 경유는 벙커C유보다 70∼80% 비싸기 때문에 연비가 높은 선박을 찾는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친환경선박 건조기술이 뛰어난 국내 조선사에 호재다.
선박을 짓는데 보통 2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부터 노후 선박 교체 작업이 본격화할 수 있으며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선업은 빅사이클은 아니더라도 스몰사이클 정도의 변화가 온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선사들이 신규발주가 아닌 개조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기존 선박을 LNG추진선으로 개조하는 모듈화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IMO의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 의무화도 호재다. 내년 9월부터 모든 국제선 운항 선박에 BWTS 설치가 의무화되고 현재 운항중인 선박도 2022년까지 BWTS를 설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해양플랜트 시황도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규제로 인해 수주량은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수주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중국 조선소의 저가수주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 ‘무급휴직’ 버티기 돌입
업황회복과 관련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조선업계는 보수적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허리끈을 졸라맨다는 입장이다. 바닥을 찍은 지난해보다 수주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조선 빅3는 올해 수주목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정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의 특성상 지난해 수주부진이 올해와 내년 실적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는 점도 조선업계가 보수적인 전망을 견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많은 수주를 끌어내더라도 실적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본격적인 선박 발주가 빨라야 올해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반기 유동성 위기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반기 수주가 없으면 선수급 유입이 사라져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에 올해 조선 빅3는 기존의 자구안 외에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단행한다. 조선사들의 고정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인건비 절감방안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이미 많은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한 만큼 희망퇴직이 아닌 ‘무급휴직’ 등의 방안이 동원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부터 사무직 4700여명이 매달 300여명씩 돌아가며 회사를 쉬게 된다. 종료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산직의 경우 무급휴직 대신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기로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무급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방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맨다.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직원들의 경조사에 제공하던 화환 대신 회사 로고가 새겨진 경조사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 임단협 제시안에 지각과 조퇴 시 해당시간만큼 기본급을 깎는다는 조항과 미사용 연차휴가 지급분을 통상임금의 120%에서 100%로 낮출 것 등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며 “일감이 점차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무급휴직 등의 인사방안을 실시하는 것은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규제로 인해 수주량은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수주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중국 조선소의 저가수주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 ‘무급휴직’ 버티기 돌입
업황회복과 관련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조선업계는 보수적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허리끈을 졸라맨다는 입장이다. 바닥을 찍은 지난해보다 수주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조선 빅3는 올해 수주목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정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의 특성상 지난해 수주부진이 올해와 내년 실적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는 점도 조선업계가 보수적인 전망을 견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많은 수주를 끌어내더라도 실적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본격적인 선박 발주가 빨라야 올해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반기 유동성 위기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반기 수주가 없으면 선수급 유입이 사라져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에 올해 조선 빅3는 기존의 자구안 외에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단행한다. 조선사들의 고정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인건비 절감방안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이미 많은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한 만큼 희망퇴직이 아닌 ‘무급휴직’ 등의 방안이 동원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부터 사무직 4700여명이 매달 300여명씩 돌아가며 회사를 쉬게 된다. 종료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산직의 경우 무급휴직 대신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기로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무급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방면에서 허리띠를 졸라맨다.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직원들의 경조사에 제공하던 화환 대신 회사 로고가 새겨진 경조사기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 임단협 제시안에 지각과 조퇴 시 해당시간만큼 기본급을 깎는다는 조항과 미사용 연차휴가 지급분을 통상임금의 120%에서 100%로 낮출 것 등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며 “일감이 점차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무급휴직 등의 인사방안을 실시하는 것은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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