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리딩뱅크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핵심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완전자회사 전환이다. KB금융은 아직 두 계열사의 완전자회사 전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전환시기를 이르면 2분기 이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금확보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만약 KB금융이 두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KB금융의 순이익은 신한금융지주와 맞먹거나 넘어서게 된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본다. 설사 완전자회사 추진이 늦어지더라도 KB금융이 리딩뱅크를 되찾기 위한 미래전략 구상을 완성했다고 평가해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KB금융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 데는 윤 회장의 역할이 컸다. KB금융은 그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으로 내분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임직원은 신상품 개발이나 고객서비스 지향보다는 회장과 행장 중 누구의 라인을 타야 하는지에 더 열을 올렸다. 그런데 윤 회장이 취임한 후 최근 3년간 내홍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른바 ‘윤종규 효과’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그의 임기가 올해까지고 임기 내에 완전자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조기 대선 이슈가 불거지면서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KB를 향한 외압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

◆회계전문가, 수익·리더십 ‘합격점’


윤종규 회장은 은행 출신이지만 회계전문가에 더 가깝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역임해 숫자에 능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손익계산에 익숙해서일까. 그가 부임한 이래 KB금융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해 1~3분기(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조143억원으로 2015년 한해 실적(1조821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 1조4007억원에서 2015년 1조6983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 3분기까지는 1조6898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한 해 실적과 비슷한 결실을 냈다.

리더십부문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3월 (구)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뛰어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KB금융은 은행 쏠림현상도 일부 해소했다. KB금융은 그동안 은행과 비은행 간 불균형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은행 수익비중이 지주사 전체 수익의 70%를 넘기 때문. 전임 KB금융 최고경영자(CEO)는 이 쏠림현상 해소를 숙원과제로 삼고 다양한 전략을 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윤 회장이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숙원과제를 일부 해결한 것이다. 물론 지난해 현대증권이 기대만큼의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해 아직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현대증권의 실적이 꾸준히 늘면서 인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계열사의 편중된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은 또 있다. KB캐피탈과 KB손보의 완전자회사 전환이 그것. KB금융은 현재 KB캐피탈 52.02%, KB손보 33.2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려면 금융지주사가 자회사 발행주식의 총수(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이 경우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이익이 100% 반영돼 KB금융은 자연스럽게 연간 순이익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관련 KB금융 측은 최근 공시를 통해 “추가 지분인수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KB금융이 KB캐피탈과 KB손보를 완전자회사로 흡수하면 지배구조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2015년 KB금융의 순이익은 1조6983억원에 불과했으나 금융지주 1위인 신한금융은 2조3672억원에 달했다. 반면 FN가이드에 따르면 2016년 연간 순이익은 신한금융이 2조5697억원, KB금융이 2조2881억원으로 비슷할 전망이다. 따라서 KB금융이 두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전환하면 신한금융과 대등하거나 추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막대한 자금 투입 부담… 임기도 걸림돌

물론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투자비용이다. 업계에서는 두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전환하려면 약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비용으로 1조원 이상을 쓴 상황이어서 당장 올해 추가 지출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KB손보는 완전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되레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엔 수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자본확충이 필요해서다. 만약 IFRS17 도입 이후 KB손보가 미운 오리새끼로 바뀐다면 완전자회사에 성공해도 윤 회장의 책임론이 뒤따를 수 있다.

오는 11월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물론 올 2~3분기 내 두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문제 없지만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모든 부담이 후임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기우라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임기가 10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 그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지난 3년 동안 비교적 순조롭게 항해한 윤 회장. 하지만 중요한 10개월이 또 한번 그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필
▲1955년 전남 나주 출생 ▲1974년 광주상고 졸업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99년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1974년 한국외환은행 ▲1980년 삼일회계법인 ▲1999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2002년 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장(CFO·부행장) ▲2004년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대표(부행장) ▲200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10년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2014년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