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박근혜가 간판 단 서민금융진흥원, 왜 시끌?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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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3일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각계 인사들과 함께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서민금융진흥원 |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진흥원은 지난해 9월23일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재단)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국민행복기금,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오랜 공을 들여 설립했다.
하지만 100일이 넘은 지금은 기대보다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당초 설립 취지와는 무관하게 단순히 각 기관의 상품을 한데 모아 운영하는 '반쪽짜리 총괄기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흥원의 첫 수장을 맡은 김윤영 원장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용회복위원장에다 국민행복기금이사장까지 3개의 자리를 겸직하고 있어 제대로 된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칫 진흥원장이나 신용회복위원장 자리가 퇴직한 정부 고위관료의 재취업 창구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진흥원의 운영을 두고 세간에서 나오는 세가지 불안감을 짚어봤다.
◆진흥원표 신상품에 기대, '밥그릇 싸움' 논란은 여전
진흥원은 오는 2월 수요자 중심의 서민금융 신상품을 출시한다. 미소금융·햇살론 등 기존 4대 서민금융 상품이 공급자 중심으로 출시돼 일부기능이 중복되는 데다 서민금융 지원을 못 받는 소외계층이 더 있다고 판단해 진흥원표 신상품 출시에 나선 것.
이를 위해 진흥원은 서민금융 이용자별로 대출이력을 관리하고 수요를 분석해 기존 서민금융 상품간 비교평가, 신상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서민금융 종합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다. 신상품은 기존 서민금융 성실상환자 등 지원대상자 특성에 따라 지원요건을 차별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진흥원의 이러한 목적과 달리 금융권에선 우려의 시각을 내비친다. 이미 금융시장에는 서민들을 위한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비롯해 저신용·저소득층을 위한 사잇돌대출 등 중금리대출이 대거 출시된 상황. 따라서 진흥원이 기존 서민금융 상품과 차별화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진흥원 안에 얽혀있는 기관들의 의견갈등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진흥원이 캠코,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공익적인 의도보다 이들 기관과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국민행복기구 운영 주체를 둘러싸고 진흥원과 캠코가 명확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진흥원 측은 부실자산 매입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캠코가 계속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기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캠코는 “행복기금사업의 연속성과 업무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위탁 운영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결국 진흥원은 캠코의 국민행복기금을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실질적인 대면업무는 캠코에 위탁하고 있다. 진흥원 안에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방안을 기획하는 사무국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캠코 직원들이 진흥원 안에 상주하면서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바꿔드림론을 판매하는 구조다.
채무조정에선 신복위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진흥원의 자회사 국민행복기금은 서민대상 대출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업무의 핵심인 반면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 감면이나 상환기간 연장 등의 채무조정이 주된 업무다. 국민행복기금은 대출원금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신복위는 사실상 대출원금을 못 받더라도 채무감면이나 상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해 이해가 상충된다.
진흥원 관계자는 “채무조정과 대출을 동시에 다루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입장을 동시에 반영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 캠코에 국민행복기금 판매를 위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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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진흥원 소개/자료=서민금융진흥원 |
◆김윤영 이사장 3겸직, 쏠림 우려 여전
진흥원은 김윤영 원장이 신복위원장과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겸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강조하지만 이사장이 특정 조직의 입장에 치우칠 수 있는 우려도 무시하긴 어렵다.
김윤영 진흥원장의 임기는 2018년 9월까지다. 신복위원장은 2014년 4월에 취임해 올해 4월 임기 만료가 예정됐으나 진흥원장을 겸임하면서 신복위원장의 임기도 2018년 9월로 연장됐다. 금융위원회가 진흥원이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신복위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위는 신복위 안에 채무조정 안건 심의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채무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이를 보좌할 사무국도 별도로 설치해 조직간 이해상충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별도로 설치될 운영위원회가 얼마만큼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도 진흥원장과 신복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를 민감하게 보고 있다. 2015년 11월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진흥원과 신복위의 기관장과 업무조직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서민의 금융복지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기도 했다.
진흥원은 시중은행과 캠코 등 다양한 금융권 주체가 출자한 기관이다. 자본금은 200억원으로 하나·국민·우리·신한·농협 등 5대 은행과 캠코가 25억원씩 출자했다.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도 각각 17억, 11억원을 투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진흥원은 기존의 서민금융 제도들도 제대로 정립시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외형만 통합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관치기구로 덩치만 키울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서민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연계조직을 흡수할 수 있는 조직개선부터 이뤄져야 주주들의 불안도 줄어들 것”고 지적했다.
◆관피아·정피아 '자리부활'하나
금융정책기관의 전형적인 문제로 꼽히는 낙하산 논란도 진흥원의 불안 중 하나다. 새롭게 출범한 서민금융 컨트롤타워에 정치권, 금융당국 퇴직자의 낙하산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진흥원은 부원장에 최건호 전 금융감독원 개인신용평가고충처리 단장, 신임 감사로 안상정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안성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선임해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벌써부터 김윤영 원장의 뒤를 이을 차기 진흥원장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진흥원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부원장과 이사는 진흥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한다. 사실상 금융위가 진흥원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흥원은 금융위·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창구”라고 꼬집었고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흥원은 서민의 ‘패자부활’이 아니라 금융위 등 정부 관료들의 ‘자리부활’을 맡는 기구가 될 것"이라며 "서민금융을 맡는 중앙·지방정부와 금융기관의 역할을 구분하고 지자체 중심의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육성하는 등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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