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자녀와 나들이의 '정답지'
송세진의 On the Road – 인천학생과학관·배다리헌책방거리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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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각급 학교가 개학을 하고 있다. 방학 때마다 아이들과 어디 한군데 가봐야 하는데, 그 ‘숙제’를 하지 못한 학부형들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가볍게 인천으로 떠나보자. 할 것 많은 과학관과 드라마에도 나오는 헌책방 골목, 먹을 거 많은 시장까지 숙제의 정답지 같은 곳이 바로 인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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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학생과학관. |
◆인천학생과학관
인천학생과학관은 과학과 노는 곳이 합쳐진 과학놀이터다. 과학책에서만 접했던 것들을 체험 전시물을 통해 둘러볼 수 있으며 유치원에서 중학생은 물론 어른까지 다양한 과학체험에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다.
자연사, 지질, 역학, 물리, 전자, 천문학, 미래과학, 의학 등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누구든 어느 한곳에 몰입하게 된다.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생을 위한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이 많아 자연스럽게 과학의 원리를 체화한다. 조금 복잡한 과학의 원리를 단순화하고 가시화해 관람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리플렛도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용으로 따로 준비했고 간단한 연습문제도 풀어볼 수 있다.
5층으로 구성된 과학관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관람계획을 세워 시간 여유를 갖고 관람할 것을 권한다. 1층의 5~7세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도 인기다. 정글, 미끄럼, 볼풀 같은 놀이시설이 있어 아이가 과학전시관은 가보지도 않고 하루종일 이곳에서 놀 수도 있다. 1층 공간은 가장 나중에 둘러보는 것이 관람의 작은 팁이다. 놀이방 옆 해양수족관에서 생생한 바다생물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자연사 탐구관에서는 발굴 체험도 해본다.
아무리 바빠도 놓쳐선 안될 곳이 ‘천체투영실’이다. 반구형의 돔 스크린에 나타나는 별자리 감상프로그램인데 방문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이 환상적인 천체여행은 선착순 입장이기 때문에 전시 관람에 몰입하다 놓치는 경우도 많다. 평일에 하루 2번, 방학 때 3번 상영하므로 과학관에 입장할 때 미리 상영시간을 체크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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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학생과학관. |
◆배다리 헌책방거리
이곳에 배를 대는 다리가 있어서 ‘배다리’라 불렀다. 즉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이다. 지금은 골목에 오래된 상가도 많고 시장도 있어 옛모습을 상상할 수 없지만 100년 전만 해도 바닷가 마을이었다. 인천은 최초의 개항도시였고 ‘최초’를 붙일 수 있는 여러가지 문물이 들어왔다. 그러나 ‘최초’의 목적은 대부분 식민지 수탈이었기 때문에 자국민인 조선사람은 혜택보다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1899년 경인선 철도 역시 최초였다. 이에 따라 제물포역 해안은 당시 권력을 가진 일본인과 중국인의 조계지가 됐다. 그 지역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배다리마을’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이주민의 동네였다. 당시 중국인 조계지였던 곳은 아직도 ‘차이나타운’의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가옥은 카페나 박물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배다리는 개화기 시절 조선인의 애환이 담긴 마을이다. 마을 주변의 재래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언덕 위의 창영초등학교는 1907년 개교해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인천 지역 최초의 공립학교다.
이곳에 헌책방이 모인 것은 1950~60년대다. 40여개의 헌책방이 성업하던 시절에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견줘 ‘작은 동대문’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제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여섯곳이 남아 명맥을 잇는다. 비록 ‘헌책방 거리’라 부르기에는 적은 수지만 책방을 대신해 가죽공방, 나눔가게, 작은 전시관 등이 있고 작가들이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문화의 골목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도 이곳에서 헌책방을 운영했다. 주안염전에 취직한 남편을 따라 배다리마을로 이주한 선생은 중앙시장 등에서 책들을 수거해 헌책방을 개점했다고 한다. 골목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아벨서점은 이를 기리기 위해 2층에 ‘박경리 서점’이라는 기념공간을 마련해놨다. 매달 시 낭송회 등 문화활동도 진행한다.
가장 오래된 책방은 집현전이다. 1953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65년째 운영 중이다.
최근 배다리 골목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초행길 여행자들은 생각보다 책방 수가 적어 지나치거나 잠시 당황하기도 한다. 이 골목의 시작점은 ‘나비날다’ 책방으로 배다리안내소 역할을 한다. 배다리마을 지도와 정보, 마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문화행사 등 골목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헌책방은 때론 위험하다. 특별히 사려고 한 책이 없더라도 지갑을 열게 한다. 충동구매로 양손은 무거워지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 언젠가 애타게 찾았던 책, 잊었던 기억의 소환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헌책방이다. 따라서 단 6개 남은 헌책방으로도 하루 해가 짧고 자그마한 골목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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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
◆신포국제시장
신포국제시장은 말이 필요없는 주전부리의 천국이다. 만두, 순대, 닭강정이 유명한 신포시장은 원래 채소를 팔던 시장이었다. 이 역시 100년 전 개항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신포동에는 ‘푸성귀전’이라 해 20여개의 채소가게가 있었는데 주인은 대부분 중국인 화농들이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채소 씨앗을 가져와 현재의 도화동, 숭의동에서 농사를 지었고 이를 푸성귀전에 내다 팔았다. 고객은 주로 일본인이었고 주요 품목은 배추, 무, 양파, 토마토, 피망, 당근, 우엉 등이었다. 이것이 신포국제시장의 시작이다.
인천 최초의 근대 상설시장인 만큼 일찍부터 먹거리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신포시장의 유명한 먹거리들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험정신이 느껴지는 주전부리도 많고 개성도 뚜렷하다. 닭강정, 오색만두, 순대, 공갈빵은 기본이고 숯불에 굽는 김, 30㎝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낙지호롱, 카레맛 순대, 이름은 계란빵이지만 팥이 들어 찬 중국식 빵 등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재미있는 먹거리가 시선을 잡는다. 커다란 찜솥에서 찐빵과 만두가 김을 뿜고 뻔히 아는 맛인데도 여기서 먹어야 제 맛인 튀김과 떡볶이까지 있으니 이때만큼은 작은 위장이 한스럽다.
과학관, 헌책방, 시장은 하나같이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게 한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다음에 다시 오자’ 달래야 할 수도 있겠다. 인천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줄곧 바쁘고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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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시장. |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인천학생과학관: 공항철도 운서역 – 223번 버스 탑승 – 교육연수원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인천학생과학관: 검색어 ‘인천학생과학관’ /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대로277번길 74-10
배다리안내소: 검색어 ‘배다리안내소’ /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로 1
신포국제시장: 검색어 ‘신포국제시장’ / 인천광역시 중구 우현로 49번길 11-5
인천학생과학관
문의: 032-880-0792
http://www.ienet.re.kr/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법정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천체투영실 상영시간: (주중) 오후 2시, 오후 3시 / (주말·방학)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신포국제시장
문의: 032-772-5812
http://sinpomarket.com/
인천관광공사
문의:032-899-7300
http://www.travelicn.or.kr
음식
산동만두: 신포시장의 공갈빵으로 유명해졌지만 중국 전통만두집이다. 화덕에 구운 뒤 7분 이상 식혀야 한다는 수제 공갈빵, 포실한 만두, 찐빵 등 평범해 보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집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032-764-3449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동 10-1
원조신포닭강정: 신포시장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식어도 바삭하고 칼칼하면서 깔끔한 뒷맛이 변함없다. 시장에는 언제나 줄이 길다.
032-762-5853 / 인천광역시 중구 우현로49번길 3
숙소
달이네 게스트하우스: ‘조흥상회’라는 오래된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에 인테리어도 원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운영 중이다. 주인장은 배다리 골목의 종합 안내소 역할을 하는 ‘나비날다’ 책방과 문화공간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예약문의: 010-9007-3427 /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동 11-9
네스트호텔: 인천 바다, 갈대밭에 자리잡은 네스트호텔은 독특한 외관과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무의도를 조망하며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
예약문의: 032-743-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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