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재계서열 1위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 나아가 지난해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착수 이후 멈춰진 경영 시계를 다시 움직일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위증 혐의 등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며 시급한 사안은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총수가 구속 수사를 받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한숨 돌리게 된 삼성이 향후 특검 수사를 지켜보며 지난해 말부터 올스톱된 주요 경영일정을 하나씩 소화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삼성은 2017 사장·임원 인사에 이은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 논의, 하만 인수 작업 마무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부회장이 최근 주도해온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 움직임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특검팀은 향후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짙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53개 기업들 중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다른 기업들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 나아가 늦어도 2월 초에 진행될 예정이던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