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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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증권주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코스피 강세보다 몇배나 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것. 증권업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의문이 더해진다. 전문가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대형 IB’ 경쟁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증권업 ‘상승’… 기대감이 더 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코스피시장에서 증권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2% 상승한 1752.25에 장을 마감했다. 올 첫 거래일의 1555.44 대비 2주 만에 12.65% 급등한 수준이다. 증권업지수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5% 오른 것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업지수는 지난해 11% 가까이 떨어지며 하락 흐름을 지속했다. 국내증시가 정체되면서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달새 하락분을 모두 회복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증권업지수를 떠받친 주역은 대형사들이다. 증권업 대장주 미래에셋대우가 20% 가까이 상승했고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도 1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7일 KTB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우선주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 움직임과 다르게 증권업계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자체 커버리지 7개 증권사(미래, 삼성, 한국, NH, 메리츠, 대신, 키움)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순이익은 281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6.9%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갇혀있는 점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세계적 금리 급등 현상이 나타나면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가치가 떨어진 점도 실적 악화 요인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평균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9.9% 줄어든 7조3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수탁수수료수익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연말 충당금 적립 이슈뿐 아니라 금리 급등으로 채권운용 부담까지 더해져 상품운용손익이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증권주가 오르는 이유는 앞으로의 성장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적 부진 등의 악재는 이미 장기간에 걸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주가 하락 원인을 제공했던 요인은 더 악화될 여지가 없다”며 “증권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가량으로 역사적 하단에서 반등 중”이라고 말했다. PBR 1배 이하는 기업 청산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초대형 IB’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주가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기업대상 외국환업무가 가능해진다. 8조원 이상 증권사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가 가능해 사실상 은행과 경쟁할 수 있다.

현재 자기자본 6조6000억원의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8조원선에 가장 근접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여러 방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NH, 한국, KB, 삼성증권 등이다.

다만 원재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증권사는 자본확충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해 신규업무보다 기존업무를 강화할 것”이라며 “신규업무를 통한 수익창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